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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3

리움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조선백자의 500년 일대기

리움 개관 이래 첫 도자기 기획전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리움미술관에서 최초의 도자기 주제 기획전이 열린다. 2월 28일 개막해 오는 5월 28일까지 계속될 예정인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이 그것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백자를 총괄하여 살펴볼 수 있는 전시로 총 185점의 작품 규모다. 그간 현대미술과 고미술 전시를 고루 선보여온 리움이지만, 도자기만 주제로 기획한 특별전은 2004년 개관 이래 처음이라 의미가 새롭다. 국보 10점, 보물 21점을 포함해 국내외 다수 박물관에서 대여한 수준급 백자가 전시장의 특징적 연출에 더해져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1부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1부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군자지향’의 백자

리움은 이들 조선백자를 어떤 주제 하에 엮었을까? 바로 ‘군자(君子)‘다. 유교 사회였던 조선이 ‘이상적 인간상’으로 생각했던 군자는 얼핏 생각해도 백자의 기품 있고 고결한 이미지와 조화롭게 어울린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기 500여 년의 긴 기간 동안 다사다난한 변화를 기록한 변화무쌍한 사물로서, 그리고 시대의 파고를 헤쳐나간 군자 정신이 깃든 대상으로서 우리 백자를 새롭게 볼 필요 또한 있다. 먼저, 백자를 연대기적으로 보면 어떨까? 백자는 왕실 상납을 위해 15세기 후반 경기도 광주에 관요를 설립한 이래 관영수공업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후 왜란 등 전시 상황으로 인한 경제 악화 및 사기장 피랍으로 위기를 겪었고, 명·청 교체의 혼란으로 수입 재료에 변화를 두게 되었으며, 조선 후기로 갈수록 수요층이 점차 일반 사대부뿐 아니라 중인 계급에까지 확대되고 이후 지방 사람들의 생활용기로도 녹아든 등의 사실이 있다.

1부 절정, 조선백자_백자철화 포도문 호 ©리움미술관
3부 철화, 동화백자_백자철화 운룡문 호 ©리움미술관
3부 철화, 동화백자_백자철화 초화문 호 ©리움미술관

전시를 담당한 이준광 책임연구원은 “군자는 표범처럼 변혁하여 무늬가 더욱 화려하게 빛난다”라는 주역의 문장을 인용해 백자의 변화를 드러냈다. 보수적이라기보다는 자기 개선과 혁신의 태도를 가진 군자와 백자는 이번 전시 출품작 구성의 다양한 범주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는 더불어 고미술 작품과 구시대 사상이 현대 사회에 어떻게 번안되고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를 문답하는 이슈 키워드도 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조선백자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1부 절정, 조선백자_백자 개호 ©리움미술관
4부 순백자, 백자 호 ©리움미술관

『논어』옹야편에는 “바탕이 외관보다 나으면 거칠고, 외관이 바탕보다 나으면 호화스럽다. 외관과 바탕이 어울린 뒤에라야 군자답다”라 하고 있다. 조선백자 전체를 살펴보면 중앙의 백자이든 지방의 백자이든 외적인 형식과 내적인 본질이 서로를 거스르지 않고 잘 조화되어 군자의 모습을 갖췄다는 생각이 든다. 정밀한 감수성으로 경외감이 드는 높은 격조의 백자에서부터 무심결에 빚어 놓은 듯 수수하고 소박한 백자에 이르기까지 이 전시를 통해 조선백자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고, 그 안에 담긴 군자라는 가치를 발견하게 되길 기대한다.

이준광 책임연구원

2부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다양한 백자와 전시디자인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은 관요에서 제작한 왕실용 백자에서부터 사대부 백자, 민간에서 만들어져 반상기로 쓰인 서민의 백자에 이르기까지 백자의 다양한 쓰임과 미감을 보여주려고 한다. 중국 명·청대와 일본 에도시대 자기도 일부 포함되어 있어 동시기 조선백자와 비교가 가능하다. 청화백자, 철화·동화백자, 순백자 등 백자의 종류별 구분된 전시 구성으로 백자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어느 것은 고상하고, 어떤 것은 해학적인 백자의 장식과 육안으로 드러나는 토질, 유약 등 재료의 차이 등을 살피며 이것을 만든 사람과 사용한 사람, 그리고 지금 소장처까지의 역사를 가늠하는 사색의 시간을 갖는다.

2부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국가지정문화재의 절반이 넘는 31점을 포함한 명품 백자 42점을 한 공간에 모은 전시 1부 공간은 리움미술관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꼽고 있는 곳이다. 관람객이 다양한 각도에서 백자를 감상할 수 있도록 사방 유리 케이스 안에 넣고, 가벽을 없애고 지지대도 최소화했다. 실제로 보면 블랙 큐브 공간에 백자의 대비, 조명 효과가 더해져 화려하면서도 절도 있고 품격 있는 느낌이 강하다.

전시장 입구 DID ©리움미술관

전시장 입구와 내부에 설치된 리움 DID는 디지털 화면으로 백자의 무늬를 확대해 보여준다. 관람 동선의 가장 마지막 코너에 기하학적으로 구성된 미색 공간은 백자 한 점이 집중도 있게 전시되며 여운을 준다. 백자라는 주제 외에도 그것을 구성하는 공간 디자인을 함께 볼 만한 전시다. 전시 기획 담당자도 요즘 박물관·미술관의 관람 특성이 작품은 물론 공감각적 체험을 중시하는 것이라, 이를 의식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1부 절정, 조선백자_백자청화 홍치명 송죽문 호 ©리움미술관
2부 청화백자, 백자청화 보상화당초문 잔받침 ©리움미술관
2부 청화백자 백자청화 서수문 각병 ©리움미술관

“청화 안료는 중국을 거쳐 수입된 페르시아산으로 조선 초에는 그 값이 무척 비쌌기 때문에 왕실용 백자의 제작에만 사용하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었다. 중국 원나라 말기, 명나라 초기에 청화백자 제작 기술이 조선에 도입되면서 조선백자가 새롭게 발전했다.”

 

“임진왜란 이후 지방의 가마에서는 철 안료를 이용해 간략한 그림을 장식한 백자 제작이 유행하기도 했다.”

 

“18세기 조선백자에는 민화적 요소가 가미되기 시작하는데, 초기에는 마치 회화를 그대로 옮긴 듯 정세하고, 사물의 비례도 사실적이었다.”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1부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흩어진 백자를 모아서

리움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다수의 협력처를 모색했다. 자체 소장품과 개인 소장품을 포함해 국내 8개 기관(국립중앙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부산박물관, 호림박물관, 간송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동국대학교박물관)과 일본 6개 기관(도쿄국립박물관, 일본민예관, 이데미츠미술관,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야마토문화관, 고려미술관)이 이에 참여했다. 특히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은 전시의 특별 협력기관으로 동참했는데, 1999년 재일교포 사업가 이병창이 우리 도자기 3백여 점을 기증한 것을 계기로 ‘이병창 컬렉션 한국도자실’을 운영하고 있는 기관이다. 흩어져 있는 수준급 조선백자 다수를 국내에서 한 데 모아볼 전시가 흔하지 않은 만큼,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의 관람은 우리 백자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겠다.

한편, 리움미술관에서는 현재 기획전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WE도 열리고 있다. 리움미술관 고미술 소장품 전시도 열리고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사전 예약 후 전시 관람 계획을 세우기 바란다.

오정은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리움미술관

프로젝트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장소
리움미술관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일자
2023.02.28 - 2023.05.28
Art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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