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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4

반려동물 이동가방의 새 기준, 밀리옹

살아 있는 동물을 위한 안전한 가방.
반려동물과 함께 살다 보면 산책, 병원, 미용, 이사 등 외출할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한다. 보통은 전용 가방이나 케이지를 이용하게 되는데 어떤 점을 고려해 골라야 할까? 처음 이동가방을 살 때는 겉으로 보이는 예쁜 디자인을 먼저 보기 쉽지만 몇 년 쓰다 보면 내구성과 안전성 등 따져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반려동물이 물어뜯어 가방이 손상되기도 하고, 가방 안에서 쏠림 현상으로 불편해하거나 돌발 행동으로 안전상의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가방 전문가가 만든 진짜 이동 가방

“애들이 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안 해요.” 반려동물 이동가방 전문 브랜드인 밀리옹의 고객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후기. 반려동물이 가방 안에서 안 나온다는 것이다. 되려 그 안에서 잠을 청하거나 나른한 포즈로 얼굴만 빼꼼 내미는 인증 사진도 함께. 무엇이 ‘댕냥이’들의 마음을 빼앗은 것일까? 단 하나의 이유라면 바로 편안함. 구조적으로 반려동물의 신체에 맞게 규격과 소재를 수없이 테스트하고, 습성상 갑자기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에도 다치지 않도록 치밀하게 연구한 디자인에 있었다.

 

Interview 이윤주

밀리옹 대표

 

밀리옹이라는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중요한 발단은 저희집 고양이, 설화 때문이었어요. 고양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던 어느 날, 이동가방 사이에 요만한 틈이 있었는데 설화가 손으로 그 틈을 벌려 나온 거예요. 그때 저는 운전 중이었는데 고양이가 발 아래에 숨어들어 정말 심하게 사고가 날 뻔했죠. 그날 이후 이동가방의 안전이 정말 중요한 거구나 깨닫고 다른 가방을 찾아보게 되었어요. 일반 가방부터 값비싼 명품 브랜드의 제품까지 모두 보았지만 결국 제 기준에 맞는 가방은 찾지 못했죠. ‘그럼 내가 직접 한번 만들어 볼까’ 생각해 개인 공방에서 만들어 보게 됐고, 그 모습을 본 주변의 반려인들이 하나씩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2018년 3월, 리빙디자인페어에 개발한 가방을 선보이게 됐던 것이 밀리옹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당시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한데요.

처음부터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서 반신반의했어요. 지금처럼 이동가방에 대한 인식이 확실하게 잡혀 있지도 않았고요. 막상 이동가방을 사려고 했을 때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없고, 그렇다고 값비싼 브랜드 가방에 아이들을 넣자니 이게 진짜 강아지와 고양이를 위한 제품인지 확신이 안 서고… 제가 느꼈던 그 마음을 똑같이 느끼는 반려인들이 있었고 그분들이 밀리옹의 가치를 알아봐 주셨어요. 그때부터 정말 예쁘고 퀄리티 있는 가방을 만들어야겠다는 밀리옹만의 목표가 생겼지요.

퀄리티 있는 가방을 제작할 수 있던 데에는 대표님의 배경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전 세계 여러 명품 핸드백을 뛰어난 품질로 만들어 내는 것으로 유명한 제조 회사에서 근무하셨다고요.

​네, 저는 핸드백 개발 담당이었어요. 개발이란 디자이너가 준 스케치를 진짜 제품으로 현실화하는 일이에요. 생산 라인으로 가는 단계 전에 규격은 적당한지, 핸들을 당겼을 때 보강재는 어떤 것을 써야 하는지, 이 접합 부분에 강도는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테스팅을 하고 실제 가방으로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가방을 만드는 일은 정말 자신 있었죠. 수없이 많은 핸드백을 만들면서 가방의 구조와 디테일을 익혔으니까요.

 

저도 6년 차 고양이 집사라 그간 여러 이동가방을 사용해 보았는데요. 밀리옹 가방은 단번에 내구성이 단단하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이동가방이라면 질색하던 고양이들이 가방에 들어가서 안 나오더니 잠까지 자더라고요.

저는 이동가방을 강아지와 고양이의 ‘집’이라고 접근했어요. 집이라고 하면 들어갔을 때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가방에 들어갔을 때 후들후들 무너지지 않아야겠죠. 10킬로가 넘는 반려동물이 들어가도 바닥이 쳐져서는 안되고, 기댔을 때 넘어져서는 안되고, 내부의 촉감도 고려를 해야 하고요. 가끔 외국에서 대량생산으로 만드는 가방들을 보면 몸에 안 좋은 본드나 안감을 쓴 경우도 있어서 주의해야 합니다.

또 이동할 때 느껴지는 이른바 ‘승차감’도 중요해요. 가방 바닥이나 벽이 약하면 강아지들은 중심을 잡거나 자세를 유지하려고 버티게 되거든요. 그렇게 되면 쓸개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가방에 들어가 있을 때 우르르 무너지는 느낌을 받으면 강아지와 고양이도 생명인지라 불안함을 느껴요.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도 있죠. 그렇다 보니 겉모습보다는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만든 가방이기에 아이들이 집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디자인과 제품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라 뿌듯하죠.

 

 

제품 개발 과정은 어떤가요?

일단 저희가 생각하는 첫 번째는 안정성이에요. 가방 작업을 구상한 뒤 혹독한 개발 과정이 시작됩니다. 원단의 두께라든가 강도, 착용했을 때의 느낌, 하중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내구성이 좋으면서 동시에 가벼운지 디테일한 부분을 꼼꼼히 체크하고 수정하죠. 예를 들어 밀리옹은 반려동물의 특성상 열리지 않는 ‘락 지퍼(락 슬라이드)’를 사용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안감 원단 역시 항균 및 방수처리한 소재를 씁니다. 또 강아지가 입으로 물어뜯거나 고양이가 발톱으로 할퀴었을 때도 거뜬한 소재를 자체 개발했어요. 살아 있는 반려동물이 들어가는 가방이기에 사람이 물건을 넣어 다니는 핸드백과는 접근 자체부터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테스트를 정말 많이 해야 하는데 제 느낌으로는 일반 핸드백보다 200배 어려운 느낌이에요. 출시되기까지 테스트 과정과 사이클이 매우 길어요.

 

 

강아지와 고양이 가방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가방의 여닫이인 ‘슬라이더’가 다릅니다. 강아지는 일반 지퍼도 괜찮지만 고양이는 손으로 워낙 장난을 많이 치기 때문에 조금만 틈이 있어도 지퍼를 스르륵 열어 버리기도 해요. 집사분들은 당연히 아시겠지만 그때 고양이가 십중팔구 가방을 이탈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한번 닫으면 열리지 않는 ‘락 지퍼(락 슬라이드)’를 사용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락 지퍼가 달린 가방은 강아지와 고양이가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강아지는 머리만 빼꼼 내밀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방 위쪽에 개방감을 준 디자인도 있어요.

 

 

한편 김지윤 디자이너와 함께 고양이용 캣타워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진행된 협업이었나요?

김지윤 디자이너는 이미 워낙 유명하시기도 하지만 제가 평소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디자이너예요. 밀리옹은 약간 따뜻한 느낌이 있는데 그의 작업들은 세련되고 샤프하죠. 캣타워 프로젝트를 제안 드렸을 때 밀리옹이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브랜드이기도 하고 워낙 바쁘셔서 성사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막상 이야기를 나누고 났을 때 ‘재미있겠다, 한 번 해보자’는 고무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죠. 스튜디오에 워낙 반려인들이 많았던 것도 행운이었어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면?

저는 고객이라고 생각해요. 밀리옹의 모든 것은 다 고객이 만들어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지, 어떻게 쓰고 있는지 다 찾아서 읽어보고 있어요. 겟어웨이 가방도 피드백을 바탕으로 수차례 리뉴얼을 거쳐 지금의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었던 것이고요. 고객님들이 애정을 가지고 ‘이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말씀하시면 열심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피드백을 보내주시는 고객들께 정말 감사할 따름이에요. 제품의 본질에 집중하는 브랜드인 만큼 반려동물 브랜드 시장에서 ‘이것이 프리미엄이다’라는 일종의 정의를 내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저와 직원들이 고민한 시간들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소진

자료 협조 밀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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