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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9

책 출판은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 텍스트 프레스

취향과 선택, 만남이 출판의 원동력
다수의 정보를 온라인으로 접하는 시대에 종이 매체를 취급하는 출판사는 존폐를 논하며 미래와 앞날을 걱정했다. 이들은 현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여전히 다양한 시도를 모색 중이다. 특히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은 1인 출판사의 경우, 선택과 취향을 확고히 해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개인의 취향이 하나의 권력이 됐기 때문에 무엇을 선택하는지, 어떤 정보를 다루고 있는지에 따라 독자가 좌우되고, 이는 소비와도 상관관계를 지니기 때문이다.
©텍스트 프레스

여기, 개인의 선택과 취향이 출판으로 이어져 출판사 아이덴티티가 된 사례가 있다. 삶과 책 사이를 좁히는 것을 목표로 자신의 선택과 취향을 드러내 보이는 1인 출판사, 텍스트 프레스다. 텍스프 프레스에서 출판된 책 장르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엮이지 않는다. 오로지 선택과 취향, 만남에 의해 탄생하기 때문.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으로 책을 출판하고, 그것들이 양분이 되어 수많은 공동체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는 텍스트 프레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Interview with 텍스트 프레스

정동규 대표

— 텍스트 프레스는 어떤 출판사인가요?

텍스트 프레스는 ‘삶과 책 사이를 좁히는 생활세계 출판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생활세계’는 제가 대학시절에 좋아했던 사회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 1929~)로부터 가져온 단어입니다. 하버마스는 사회를 제도적인 ‘시스템 세계’와 추상적이면서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 해당하는 ‘생활세계’로 구별했어요. 예를 들면, 삶과 밀접한 수도공사, 건축법, 혼인신고제도와 같은 것들은 공동체를 위해 세워진 사회 시스템이지만, 정작 삶의 세계는 아닌 것이죠. 텍스트 프레스는 ‘공동체 시스템의 기능 담당자로서 개인’보다 다른 존재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에 초점을 맞춥니다. 즉 ‘내밀한 만남과 사적 감각으로부터 사유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개인의 일’에 방점을 두고 책을 만들고 있어요. 또한 책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존재가 자신만이 지닌 구체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합니다. 과정과 결과를 조율하는 일을 통해 삶과 책 사이를 좁히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대표님 소개도 부탁드려요.

저는 출판사 텍스트 프레스를 운영하는 정동규입니다. 대학에서 에너지공학과 사회학을 공부했고, 작은 규모의 페미니스트 단체에서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을지로에 위치한 디자인 대안학교인 ‘디학’에서 1년 동안 디자인을 배웠습니다. 지금은 철학과에서 미학, 예술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매체인 텍스트 프레스에서 ‘책을 둘러싼 존재들을 다루는 디자이너’라고 저를 소개하고 싶어요.

『작업으로 말하는 사람들』

— 출판사를 론칭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사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출판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에요. 출판사 론칭은 자연스럽게 이뤄진 일련의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페미니스트 단체와 학생 운동 단체에서 행사들을 기획하고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등의 활동들을 해왔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 시간 동안 출판 영역에서 기획하는 법, 글자를 다루는 과정 등을 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디자인을 공부하게 된 계기도 자연스러웠습니다. 제가 단체에 있었을 때, ‘일상의 실천’*이라는 그룹이 디자인한 녹색연합 홍보물이 사회운동을 공부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꽤 화제였어요. 그래픽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쨍한 색깔의 홍보물을 통해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상의 실천’의 김어진 디자이너가 기획한 『작업으로 말하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어요. 그 책에서 을지로에 있는 디자인 대안학교 ‘디학’의 운영자인 김의래 선생님을 알게 됐습니다. 그분의 텍스트에서 저는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디자인에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했달까요? 저는 학부를 졸업한 뒤 바로 디학의 1년 정규 과정에 등록했어요. 디자인을 배우고 있던 와중에 책 한 권 정도를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디자인과 더불어 대학 시절 익혔던 편집 기술을 동시에 개발해 볼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출판사를 런칭하게 된 것입니다.

*권준호, 김경철, 김어진 디자이너로 이뤄진 디자인 스튜디오
‘텍스트 프레스와 친구들’ 총서 ©텍스트 프레스

— ‘텍스트 프레스와 친구들’ 총서는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발행되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텍스트 프레스와 친구들’ 총서는 제가 책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에요. 저는 어린 시절에 힙합 커뮤니티에 속한 적이 있습니다. 힙합 영역에 같은 공동체 감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었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연대감을 공유하는 ‘패밀리’ ‘크루’와 같은 특유의 문화가 있었습니다. ‘밴드’ ‘팀’보다는 조금 더 자유롭고 느슨한 개념이에요. 어린 시절 힙합 커뮤니티에서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고 교류한 경험이 저에게는 강렬했어요. 각자의 삶을 진솔한 가사로 쓰고 에너지를 나눴던 유년 시절이 지금의 저에게 영향을 주고 있거든요. 저는 그 경험을 출판사 활동을 통해서도 구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친구들’이라는 수평적이면서도 느슨한 단어를 생각하게 되었죠. ‘텍스트 프레스와 친구들’ 총서는 많은 친구들과 만남을 밀도 있게 나누며, 각자가 더 잘 살아낼 힘을 얻을 수 있는 장소예요. 저마다의 삶을 기술하지만, 함께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키워 나가고자 하는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 여기서 ‘친구들’은 누구인가요? 

‘친구들’은 함께 만나, 각자의 가치를 공유하고 상부상조할 모든 이들이에요. ‘텍스트 프레스와 친구들’ 책을 일종의 단체 앨범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총서와 다르게 디자인 통일성 없이 가로 105mm, 세로 188mm의 판형만 유지한 채 자유롭게 디자인이 적용된다는 것도 특징이에요. 또한 책이 출간될 때마다 다른 친구들이 책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영화제』 ©텍스트 프레스

— 텍스트 프레스에서 발간한 책들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다양해요. 책 발간 계획을 어떻게 설정하고 기획에 착수하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4년간 책을 위해 계획서 같은 일련의 서류를 작성해 본 적은 없어요. 대부분의 책은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충실히 담는 방식으로 이뤄져요. 『한국의 영화제』 같은 경우, 제가 전주국제영화제 홍보팀으로 일하며 계획한 책이에요. 당시에 저는 업무의 일환으로 타 영화제를 조사했어요. 그 정보들을 수집, 분석만 하고 끝내기에는 아쉬워서 책으로 엮은 것이죠.

『커피 읽기』 표지 ©텍스트 프레스
『커피 읽기』 내지 ©텍스트 프레스

『커피 읽기』를 낸 시점은 저희 누나가 바리스타로 일하며 앞으로의 삶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어요. 누나는 저와 고민을 많이 나누곤 했는데, 저는 그런 누나의 직업적 삶을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누나가 하는 일을 더 멋있게 생각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었고 자연스레 『커피 읽기』라는 책 출판으로 이어졌어요.

『예의 있는 반말』 ©텍스트 프레스

또한, 디자인 대안학교에서 쓰던 수평어 경험을 에세이 형식으로 아카이브 한 『예의 있는 반말』과 친구들의 철학적 글쓰기 모임을 기록한 『은유 수업』 등 모든 책이 특정한 기획 의도 없이 자연스레 계획되고 만들어졌죠. 제가 하는 일은 책에 참여하는 이들이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 그리고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도록 마음과 형식의 주파수를 맞춰 송출할 뿐이에요. 그 모든 과정이 저에게는 디자인입니다.

『에코 에쎄이』 표지 ©텍스트 프레스

— 많은 책들을 발간했는데, 어떤 책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모든 책이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처음으로 만든 ‘텍스트 프레스와 친구들’ 총서인 『에코 에쎄이』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저는 2020년 10월에 ‘whatreallymatter’가 기획한 <가족 바라보기: 감정과 기억> 전시에 참여했어요. 전시를 위해 가족과 식물 세계를 연결하는 영상 작품을 만들면서, 관련 생각을 글로 기록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용기가 나지 않더라고요. 따로 또 함께 각자의 환경에 대해 이야기할 동료가 있으면 용기가 날 수 있을 것 같아 여기저기 연락하고 공고해 친구들을 모았어요. 그렇게 몇 개월 뒤, 각자의 환경 생각이 담긴 환경 책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에코 에쎄이』 내지 ©텍스트 프레스

이 과정에서 저는 디자이너 및 편집자로서 나름의 역할을 정립하고 개념 정리를 하는데 도움을 받았어요. 서로가 모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는 책이었기에 편집과 디자인을 통해 개인의 목소리와 어조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일반적인 편집 과정이었다면 통일감 혹은 공동의 이해를 위해 규정과 규칙에 따라 개개인의 문장과 표현을 등질화 할 거예요. 하지만 저는 이러한 기존 편집 방식에 의문을 갖고 있었고, 일반적인 방식이라면 수정했을 것들을 일부러 놔두는 방식으로 편집을 진행했어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책인데, 같은 조판으로 디자인을 하는 게 어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 다르지만, 함께 할 수 있는’ 디자인을 위한 최소 조건을 발견하는 게 미션이었어요. 그래서 결과물을 보시면 각 필진마다 글자크기, 글자사이, 글줄길이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친구의 목소리, 호흡과 리듬을 떠올리며 조금씩 다르게 설정한 것이에요.

『은유 수업』 표지 ©텍스트 프레스

—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장, 단점도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이에 대해 들려주신다면요?

1인 출판사의 장점은 성격 급하게 무언가를 즉흥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예요. 일을 여러 명이서 함께 진행한다면 상황이 달라지지만요. 물론, 다수와 함께 일을 할 경우 의사 결정 단계에서 시간이 더 걸리는 만큼 신중해지게 되는 측면이 있긴 합니다. 단점은 혼자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만큼 전문 영역에서의 성장이 조금 더디다는 것 그리고 약간의 외로움이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제프 뮐러 브로크만이 대체 누구야?』 표지 ©텍스트 프레스

— 최근에 발간된 스위스 디자인 대화집인 『요제프 뮐러 브로크만이 대체 누구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요제프 뮐러 브로크만이 대체 누구야?』는 에밀 루더의 『타이포그래피』, 아르민 호프만의 『그래픽 디자인 매뉴얼』, 요스트 호훌리의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 요제프 뮐러 브로크만의 『그리드 시스템』 등 20세기 중요 그래픽 디자인 저작물이 국제적으로 확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스위스 출판사 니글리(Niggli)의 2022년 디자인 신간이에요. 스위스 디자인을 매개로 디자이너들의 경험과 생각을 횡단하는 대화 여덟 편이 실려 있어요. 디자이너들의 사적인 경험과 삶을 통해 현대 그래픽 디자인 실천의 맥락과 함께 그래픽 디자인의 문학적 순간을 흐릿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헬베티카가 어딘가 엉성하고 애매하고 거의 골동품처럼 보이는 반면,

유니버스는 긴장과 획의 정밀함 수준이 정말로 단단해. (…)

나는 사람들이 모든 곳에 헬베티카를 사용하려는 이유를 결코 이해하지 못하겠어.

글꼴 디자이너 브루노 마그(Bruno Maag)와의 대화 중

『요제프 뮐러 브로크만이 대체 누구야?』 표지 ©텍스트 프레스

『요제프 뮐러 브로크만이 대체 누구야?』를 번역하기로 마음먹었던 이유는 이 책이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에요. 어떤 면에서 대화의 핵심 중 하나는 가까워질 수 없는 생각을 더욱 가까워지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책은 질문의 의도와 대답이 매끄럽게 편집된 인터뷰 책이 아니라 맥락과 흐름이 자연스레 어긋나는 실제 세계의 대화처럼 편집된 책이어서 애정을 가지게 됐습니다. 

 

 

— 이 책의 번역에도 참여했습니다. 번역 작업은 얼마나 걸렸는지.

『요제프 뮐러 브로크만이 대체 누구야?』는 번역 모임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제가 존경하고 또 존중하는 두 친구, ‘섞어짜기 스튜디오’의 박민지 디자이너와 <경향신문>의 현재호 디자이너에게 번역 모임을 제안했고 고맙게도 수락해줬죠.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남을 가졌고, 번역하는 데 약 세 달이 걸렸어요.

『참새의 작업지시서』 표지 ©텍스트 프레스
『참새의 작업지시서』 내지 ©텍스트 프레스

— 얼마 전에 열린 ‘언리미티드 에디션’과 ‘퍼블리셔스테이블’에 참가했는데, 독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언리미티드 에디션’과 ‘퍼블리셔스테이블’ 같은 북 페어는 출판사가 독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예요. 북 토크 같은 행사를 하지 않는 출판사에겐 거의 유일한 소통 창구이기도 하죠. 2019년 말에 출판사를 시작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2021년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저는 부스에서는 항상 진심을 다해 책 소개를 하려고 해요. 부스에 머무르는 짧은 시간동안 최대한의 마음을 전하려 하는데, 꽤 많은 분들이 열심히 들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텍스트 프레스라는 이름 혹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도 신기하고요.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더 열심히 책을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또한,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함께 참여하는 다른 창작자들과 인연을 맺는 것도 너무 좋아요. ‘쪽프레스’와 ‘움직씨 프레스’ 같은 멋있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선배 출판사들과 우정을 쌓을 수 있었던 계기 역시 북 페어였어요. 가장 최근에 끝난 퍼블리셔스테이블에서는 ‘인공위성’, ‘씨더썬’, ‘나인버드프레스’와 같은 책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각예술 창작자들과 인연을 만들 수 있었어요. 앞으로의 만남도 기대가 됩니다.

사진 출처: 책방 치우친취향

— 1인 출판사를 운영하시는 분들은 홍보에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고. 홍보를 위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많은 것들을 하고 있진 않아요. 홍보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는 게 솔직한 것 같네요. 보통 출판사들은 책을 출간한 뒤 바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책을 출간하면 에너지가 모두 빠져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웃음) 유일한 홍보라면 텀블벅 펀딩을 할 때마다 SNS 광고를 하는 정도입니다. 텍스트 프레스는 책을 낼 때 1500부에서 2000부 정도를 제작하는데, 거의 모든 책이 1년 안에 1쇄가 팔리는 것을 보면 신기합니다. 독자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 텍스트 프레스의 미래는 어떠한 모습일 것이라고 예측하시나요? 

질문을 듣고 보니 “무엇이 되어야겠다” 보다 “무엇이 되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했던 올해의 다짐 순간이 떠오릅니다. 앞으로 텍스트 프레스가 어떤 양태로 나아갈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적어도 영향력과 재산을 쌓기 위해 대안적인 가치를 이용하는 출판사는 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삶과 책 사이에서 사유와 쓰기를 왜곡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제가 출판사의 영향력을 키우고 사업 규모를 성장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받은 것들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에요. 처음에는 재미로 출판사를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어요. 친구들의 프로젝트를 언제든 지지할 수 있는 재정 환경을 갖추는 것이 하나의 계획입니다. 힙합 공동체, 퀴어 공동체, 식물 공동체 등 저를 살게 하는 수많은 공동체의 지름을 넓힐 수 있도록 책을 만들고 소개하는 것도 중요한 계획이고요. 그러기 위해서 당장의 만남을 잘 해 나가고, 또 앞으로의 만남을 충만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겠죠.

하도경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텍스트 프레스

하도경
수집가이자 산책자. “감각만이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이라는 페소아의 문장을 좋아하며, 눈에 들어온 빛나는 것들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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