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31

김참새 작가가 묘사한 내면의 ‘명과 암’

〈Collision: Anxiety〉展
일상의 경험과 감정을 다채로운 색감과 큼직한 형상으로 표현하는 김참새 작가의 개인전 〈Collision: Anxiety〉이 오는 6월 19일까지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열린다.
전시 전경 | 자료 제공: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설치, 영상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밝고 경쾌한 그림, 다채롭고 평온한 색감,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을 떠올리게 하는 작가의 그림체는 보기만 해도 즐겁고 순수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흥미로운 사실은 유쾌하고 명랑한 분위기의 그림이 주를 이루는 이 전시의 제목이 ‘충돌과 불안’이라는 것.

전시 전경 | 자료 제공: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자신이 내면을 들여다보며 마주한 감정을 나타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호기심을 바탕으로 직접 경험한 깊은 불안을 화폭에 옮겼다. 공간은 크게 세 가지 섹션으로 구분되는데 자신의 내면을 표현한 작품들, 정면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타인의 형상들, 그리고 작품의 모티브로 가득 찬 작가 자신의 방으로 초대하는 설치 작업으로 구성된다.

김참새, A-1, 2022, oil on wood, 80x80cm | 자료 제공: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

작가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선명하고 알록달록한 색감과 달리 작품 속에 등장하는 대상은 슬픔을 품고 있다. 전시장 가운데 꽃처럼 붉게 그려진 형상은 사실 꽃이 아니라, 작가의 마음 상태를 구체화한 이미지다. 날카롭고 부정확한 형상 속에는 작가의 혼란스럽고 날카로운 심상이 담겨 있다. 그런가 하면 작가의 주요한 소재 중 하나인 ‘새’ 설치 작품이 눈길을 끈다. 전시장 한 편에 자리한 검정 벽면, 기이한 음향, 낮은 조도의 공간은 밝고 화사한 작가의 그림과 대조되며 분위기를 전환한다.

전시 전경 | 자료 제공: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

“화폭에 정렬된 이미지들은 작가의 내면에서 표출된 형상으로서 밝고 경쾌하지만, 이는 우리가 가진 일종의 관념이나 이미지를 읽는 습관에서 기인한다. 꽃처럼 붉게 그려진 형상은 사실 꽃이 아니라 작가가 마주하기 힘든 날카로운 마음의 상태를 구체화한 이미지다. 이를 두고 단순히 내용과 형식의 불일치라 말할 수 있을까.”

– 전시장 삽입 문구 中
김참새, B-3, 2022, oil, darkpaper on wood, 130x130cm | 자료 제공: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

김참새 작가의 작품에는 약자나 강자가 없다. ‘갑과 을’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어딘지 불편하거나 낯선 자세를 취하고 있는 화면 속 대상은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선입견을 내려놓게 만든다. 특히 시선을 돌리고 측면을 응시하는 듯한 인물과 동·식물은 ‘과연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이 정면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관점을 확장한다. 이는 작가가 단순히 그리기를 넘어 자아를 표출하며 관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느끼게끔 한다.

전시 전경 | 자료 제공: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

작가는 다른 곳을 보는 타인의 형상들을 그린다. 이는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사회적인 관습에 대한 이야기이다. 패션과 생김새가 제각기 다른 여섯 명의 군상은 얼굴색도 다르고, 머리 스타일도 독특하며, 심지어 누구는 머리가 둘이기까지 한데 어김없이 다들 다른 곳을 본다. 사진을 찍기 위해 다소곳이 앉아 있는 듯하지만 시선이 정면을 향하지 않으니 마치 회피하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모두가 정상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 현실에서는 분명 그렇겠지만 그림에서는 왠지 친근해 보인다. 작가가 끄적거린 낙서나 꿈에서 본 인물들을 모아 놓았다지만 그녀에게는 사회적인 편견과 달리 비정상, 또는 정상의 구분은 애초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들의 시선이 다르게 보인다. 다른 곳을 보는 것은 그들의 시선이 아니다. 그들이 눈을 피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인 시선이 비껴간 것이다.

– 김참새의 내면 들여다보기, 박순영 문화예술기획자
전시 전경 | 자료 제공: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방을 소재로 한 체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화폭의 그림이 혼란의 감정이라면 재현된 방은 포근함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집 외형의 붉은 표면은 작가가 직접 손으로 페인팅한 것으로, 작가의 자아와 무의식을 반영했다. 공간 안에 들어서면 어두운 침실 이불 속에서 작가가 느낀 상념과 동시에 편안한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은은한 향과 조명, 분위기에 맞게 제작된 소리는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작가가 느꼈을 감정을 짐작하게 한다.

김참새 작가의 이번 전시를 통해 마음속에 지닌 내면의 표정을 들여다보고 안온한 시간을 가져 보기를 바란다.

〈Collision: Anxiety〉

 

기간 2022. 04. 30 – 06. 19

시간 매일 10:30 – 19:00

장소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300 에비뉴엘, 6F)

김세음 기자

자료 제공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

프로젝트
〈Collision: Anxiety〉
장소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
주소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300 에비뉴엘, 6F
일자
2022.04.30 - 2022.06.19
김세음
글쓰기를 즐기는 디자인 전공자.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아름다움과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면면이 조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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