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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5

남해의 온기와 정을 품은 앵강마켓

동양적인 미감과 자연의 먹거리.
남해 앵강고개를 넘어 해안도로를 지난 어느 한적한 동네에 정겨운 온기를 품은 작은 가게가 있다. 남해 남쪽의 ‘앵강만’에서 이름을 따 온 ‘앵강마켓’은 남해에서 수확한 신선한 해산물과 다양한 로컬 식품을 소개하는 큐레이션 상점이다.

여행사에서 근무하던 아내와 건축 관련 일을 하던 남편 부부는 6년 전 오랜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이곳에 터전을 잡았다. 아이들이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이 고운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며, 바다를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은 것이다. 처음엔 펜션을 운영했는데 남해 특산품을 어디서 살 수 있냐는 손님들의 질문에 마땅한 답을 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그 계기로 앵강마켓을 열었다.

 

따스한 느낌을 자아내는 목재 건축의 외관은 선적인 아름다움이 두드러진다. 유리로 된 미닫이문에 달린 하얀색 포렴을 걷어 상점 안에 들어오면, 오래된 빈티지 가구와 나무 선반이 들어서 있다. 남해에서 나고 자란 특산품과 앵강마켓 자체 상품들이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 가지런히 놓여 있고, 곳곳에 국내외 작가들의 공예품도 볼 수 있다.

 

 

햇볕이 잘 드는 창가 옆에는 음료와 간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쉼, 휴식’을 콘셉트로 하여, 여행을 마치고 선물을 찾아 이곳에 온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하고 차분하게 즐기다 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동양의 생활 방식에 적합한 좌식 공간에 소박한 멋이 깃든 목재 소반과 다다미가 동양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한다. 창밖에는 계절마다 풍경을 달리 하는 작은 정원이 펼쳐져 있으며, 석등과 우물은 전통적이고 고즈넉한 운치를 풍긴다.

 

 

앵강마켓에서는 커피를 팔지 않는다. 대신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찻잎으로 우린 따뜻한 차와 그에 어울리는 소소한 디저트 메뉴를 선보인다. 특히 아기자기한 모양새를 자랑하는 과일 양갱이 인기다. 이곳의 주인장이 추천하는 디저트는 ‘대추야자’다. 달달한 대추야자 속의 씨를 빼고 대신 홈메이드 유자 버터와 호두를 넣었다. 달콤함과 고소함 두 가지 맛을 동시에 맛볼 수 있어 진한 차와 잘 어울린다고 한다.

 

 

앵강마켓의 주력 상품은 전통 어업 방식으로 수확한 고품질 멸치로, 어업 방식에 따라 ‘죽방* 멸치’와 ‘정치망* 멸치’로 구분한다. 각각의 어업 방식과 우수성을 적은 종이를 인쇄해 붙인 나무판 위에 멸치들을 크기 별로 직접 보여주어 세심하고 감성적인 디스플레이를 취하고 있다. 이외에도 로컬 농가와 협업하여 다양한 식료품을 선보이고 있다. 남해의 청정 지역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기른 100% 우리 밀 국수와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영양과 맛을 모두 갖춘 기능성 잡곡 쌀, 완도 바다에서 채취한 다시마와 미역, 김, 해초 샐러드 등의 해산물도 판매 중이다.

죽방 좁은 바다 물목에 대나무로 만든 그물을 세워 물고기를 잡는 방식
정치망 자루 모양의 그물을 일정한 장소에 얼마 동안 부설해 두고 어획하는 방식

 

 

로컬 식자재를 다루는 만큼, 계절이나 기후에 따라 종종 생산량의 기복이 생기거나 공급이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미리 SNS를 통해 날씨의 영향으로 공급량이 줄어 소량으로만 판매한다는 공지를 전한다. 그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앵강마켓은 ‘진짜’ 만을 고집하고 싶다고 한다. 로컬 상품을 다루는 데 있어서의 앵강마켓만의 이러한 기준은 주민들과 함께 현장에서 직접 일을 배우면서 축적된, 그야말로 땀이 밴 가치관이다.

 

 

한편 동양적인 미감이 두드러지는 정성스러운 포장도 인상적이다. 은은한 빛깔을 자랑하는 광목 보자기와 정갈한 나무함 패키지는 단아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남해에 놀러 온 여행객들이 기념품으로 사 가는 것을 넘어 명절이나 잔치 등의 뜻깊은 날에 선물하기 좋게 상품군에 따라 유동적인 패키지 디자인을 연출하고 있다.

 

 

지역의 가치를 발견하고 잘 다듬어 내보이는 로컬 브랜드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지역과 공생하는 로컬 브랜드들은 도시에 깃든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지속 가능한 삶과 깊이 맞닿아 있다. 앵강마켓은 지역에 대해 아주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갖고, 일반 농가에서 생산한 1차 식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트렌드에 맞추어 가공하여 새로운 상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고 전한다.

 

소원

자료 협조 앵강마켓

장소
앵강마켓 (경상남도 남해군 남면 남서대로 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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