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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2022-04-11

도잠이 제안하는 ‘작은 집에 사는 법’

가볍고 튼튼한 가구를 만드는 브랜드

작은 집은 삶의 밀도를 높인다. 작은 집에선 눈길이든 손길이든 더 자주 스친다. 많은 물건도 필요하지 않다. 꼭 들여야 하는 사물을 떠올리는 일은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물음과 닿아 있다. 도잠은 작은 집에 사는 법을 제안하는 가구 브랜드. 도잠의 가구는 생활필수품이면서 일상에 색채를 더하는 오브제로도 기능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가구엔 목수의 마음이 스민다’고 믿는다. 참된 마음으로, 정직한 손으로 만드는 도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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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룬 슬리브의 면 소재 셔츠​는 비뮈에트. 레더라이크 배기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모델이 든 오브제는 ‘어퍼바디’(김민주) by 챕터원, 36만원. © designpress

 

가볍고 견고하며 확장할 수 있을 것, 동시에 아름다울 것. 도잠 이정혜 대표는 이러한 조건을 갖춘 가구를 만들고 싶었다. 이 조건은 그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맞닿아 있었다. “욕심을 부려 큰 집으로 이사한 적이 있어요. 그때 느꼈죠. 큰 집에서 영위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이 저와 맞지 않는다는 걸요.” 이정혜 대표는 함께 사는 사람과 자꾸 마주치기를 바랐다. 애쓰지 않아도 집 안 곳곳에 눈길이 닿기를 원했다. 밀도 높은 삶을 살고자 하는 그에게는 작은 집이 알맞았다.

비정형화된 실루엣의 면 소재 셔츠​는 브쥬.​ ANZA 테이블과 스툴, NYANGBAN 고양이·강아지 소반 © designpress

 

‘작은 집’에 가치를 더하는 가구를 만들겠다는 그 마음에서, 도잠은 시작한다. 도잠의 가구는 쓰임새와 모양새를 쉽게 바꾼다. 이를테면 올리다(OLIDA) 티테이블은 티테이블이면서 장식장이나 의자로도 사용할 수 있다. 여러 개를 위로 쌓으면 책 수십 권도 거뜬히 수납하는 책장, 양옆으로 이어 붙이면 기다란 벤치처럼 쓸 수 있는 식이다.

 

 

 

특수 합판으로 만든 가구

 

재료를 정하는 일은 수월하지 않았다. 가뿐히 움직이려면 가벼워야 했고 용도가 다양한 만큼 튼튼해야 했다. 가구 하나가 집의 인상을 바꾸기도 하므로, 보기에도 고와야 마땅했다. 합판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판을 겹쳐 만드는 합판은 얇지만 강하고 규격화돼 있어 제품을 만들기에 적합했다. 나뭇결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소재라는 점도 좋았다.

 

ANZA 스툴 © designpress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합판을 찾기 위해 이정혜 대표는 오랜 시간 발품을 팔았다. 마침내 마음에 꼭 드는 합판을 찾아냈다. 인천의 합판 전문 수입 업체가 “목수들이 다 나가떨어질 만큼 사용하기 힘들지만 결은 정말 예쁘다”라며 꺼낸 합판이었다. 잠수함이나 선박 내부에 쓰이는 특수 합판으로, 고유한 결이 근사하고 튼튼한 데다 방수 성능도 훌륭했다. “단단한 만큼 다루기가 정말 쉽지 않더군요. 이 소재를 쓰고 싶어서 재단부터 가공하는 법까지 오래 연구했습니다.” 강하고 납작한 재료는 짜맞춤 기법으로 연결되고 맞물리면서, 점차 가구의 꼴을 갖추게 된다.

 

ANZA 스툴과 도잠 엽서 거치대 ⓒ designpress

 

이정혜 대표는 2016년 겨울부터 전통 짜맞춤 기법을 공부하고 실험해왔다. 못과 나사 없이 나무와 나무가 맞물리는 힘만으로 가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들었을 때 손에 ‘착 달라붙는’ 감각을 주기 위해선 체결하는 법이 중요했다. 합판과 합판 사이 유격(헐거운 정도)을 극한에 가깝게 줄이고자 수치와 구조를 연구했다. 철저한 계산을 바탕으로 완성한 가구는 한 덩어리처럼 온전한 결합을 자랑한다.

 
 
여성이라는 정체성

 

도잠 제품 중에는 합판과 합판이 만나 생기는 자국이 가느다랗게 남아 있는 것이 있다. 자국을 감춰 매끈하게 만들 수도 있었지만, 이정혜 대표는 그 흔적을 가만히 두기로 한다. “바느질을 하면 바늘땀이 남잖아요, 바늘땀을 형상화하고 싶었어요.” 그는 세상 수많은 도구 중 바늘을 가장 좋아한다. 가위가 오려낸다면 바늘은 봉합하므로, 한 땀 한 땀이 이어지면서 자신만의 모양을 만들어나가므로, 다정하고 유연하다고 느꼈다.

 
프린지 장식 미디 스커트​는 라티젠.​ 터틀넥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발레리나 슈즈는 레페토. © designpress

 

“그뿐인가요? 기나긴 세월 여성이 잡았던 도구이기도 하죠. 여성의 노동을 상징한다는 점이 참 좋아요.” 여성이라는 정체성은 도잠에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정혜 대표는 가구의 세계에 들어서자마자 보이지 않는 벽을 마주한다. 오래도록 남성의 영역이라 불린 업계였고, 많은 표준은 남성을 기준으로 정해져 있었다. 가구를 만드는 재료는 육중했다. 모든 제작 과정이 강한 체력을 요구했다. 여성 작업자로서 모든 단계를 완전히 새롭게 개척해나갈 수밖에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가구가 너무 무거워 제 집 가구 배치조차 자유로이 바꾸지 못하는 여성이 퍽 많았다.

 
유리 오브제는 ‘DOQ18’(이승현 x 양유완) by 챕터원, 가격 미정. MAZU 테이블, SABANG 선반장 © designpress

 

“나처럼 ‘오기가 난 여자들’이 여럿일 것 같았어요. 힘이 약해도, 어리거나 나이가 많아도 무리하지 않고 옮길 수 있는 가구를 만들자고 결심했죠.” 물건에는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들어간다고 이정혜 대표는 믿는다. 이 가치관에 공감하는 이들이자 ‘오기가 난 여자들’이 하나 둘 모이다 보니 도잠은 자연스레 여성 공동체가 됐다.

 
 
 
지독한 정성
 

“우리가 스포츠팀과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잘하는 선수가 많다고 해도, 서로 소통하지 않는 팀은 기량을 온전히 발휘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도잠이’(도잠의 여성 작업자를 칭하는 말)는 머리를 맞대고 몸을 부딪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스포츠팀처럼 함께 움직이는 것. 업무 과정별로 분업을 전혀 하지 않고, 시작부터 마무리에 이르는 과정을 거칠 때마다 모든 도잠이가 동시에 움직인다. 효율성이 다소 낮아지더라도 구성원 모두가 ‘전체를 보는 눈’을 갖추길 바란 이정혜 대표의 결정이었다.

 
데님 소재 배기 팬츠​는 라티젠. 메리제인 슈즈는 레페토. POSTHOME 카드꽂이 © designpress

 

“한 사람이 하나의 공정만 줄곧 담당한다면 속도는 빨라지겠죠. 그렇지만 오랫동안 행복하게 물건을 만들 수 있을까? 하고 고민했어요. 도잠에는 이런 방식을 재미있게 여기는 이들이 모여 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해내야 하는 일, 시시각각 들여다보고 만지고 살피고 고치는 일, 이런 일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도잠이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지독한 정성’에 있어요. 나무를 다룰 줄 안다거나 힘이 좋다거나… 그런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지독하게 정성을 들일 줄 아는 건 아예 다른 영역이에요. 오랜 시간 하나를 붙들 줄 아는 사람들이 도잠 가구를 만듭니다.”

 
 
내일을 위한 일

 

요령 피우지 않는 도잠의 방식으로는 대량 생산이 어렵다. 가구는 주문한 이후부터 차근차근 만들어진다. 조금씩 느리게, 라는 방식은 빠르게 달라지는 현대사회와 일견 동떨어진 듯 보인다. 그러나 이정혜 대표는 불안해하거나 조급해하지 않는다. 누군가 꼭 사용할 제품만을 공들여서 만드는 방식에 오히려 자부심을 느낀다. “대량 생산은 필연적으로 폐기를 불러와요. 많이 만들면 팔려고 애쓰게 되죠. 그런데도 팔리지 않은 건 결국 버려지고요. 환경을 고려하는 마음도 있지만, 단순히 무언가 남기지 않고 싶어요. 재고도, 재료도, 포장재까지도요.”

 
버건디 터틀넥 톱과 데님 팬츠는 브쥬. 골드 컬러 굽의 앵클 부츠​는 레페토.​ SKIRT 책장 © designpress

 

자원을 남기지 않으면서, 여성 공동체가 조선 목가구의 전통을 잇는 방식으로 만드는 가구. 이 가구는 가벼워 누구나 편리하게 쓸 수 있고, 견고해 오래오래 버려지지 않는다. 거창한 사명감은 없다고 이정혜 대표는 말했지만, 그의 방식은 분명 세상을 더 괜찮은 곳으로 만든다. 그는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도잠 공동체와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기력은 떨어지고 눈도 희미해질 테죠. 그때가 되면 지금과는 또 다른 것이 보일 거예요. 그러한 삶에는 어떤 물건이 필요할지 계속 고민하고 싶어요. 세월을 맞아가면서, 새로워지면서, 같이 즐겁게 만들면 좋겠어요.”

 
 

 

SME가 발견한 ‘창작 법칙’

도잠

오래가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이정혜 대표 © designpress

1.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이 아이디어가 된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던 이정혜 대표는 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보니 체력이 강한 편이 아니었다. 그는 집 가구 배치를 바꾸면서 기분을 환기하길 좋아했는데, 가구가 너무 무거워 마음처럼 자유롭지 못했다고. 몸소 느낀 불편함에서 착안해 제품 콘셉트를 기획해나갔다.

2.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연구하라

목가구 제작으로 유명한 곳은 이미 많다. 이정혜 대표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했다. 혼자 전 과정을 소화하는 한편 높은 질의 제품을 완성하기 위해, 독자적인 짜맞춤 기법을 연구하고 좀처럼 가구에 쓰이지 않던 합판을 소재로 택했다. 

3. 가치관 맞는 동료와 함께!

명료한 목표와 비슷한 지향이 사람들을 자연스레 흘러가게 한다고, 이정혜 대표가 말했다. 도잠에는 일을 대하는 마음이 닮은 이들이 모여 있고, 함께 커다란 시너지를 낸다. 일을 오래도록 즐겁게 할 수 있는 단순한 비결이다.

기사 전문은 〈find〉창간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목 Ι find / 화인드 2022년 봄호

지은이 Ι 디자인프레스

발행일 Ι 2022년 3월 31일

판형 Ι 205mm x 265mm

ISSN Ι 2799-9963

 

에디터 Ι 김유영

포토그래퍼 Ι 강현욱

모델 Ι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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