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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2022-03-04

동파이프로 표현한 자연 재탄생의 순간

이길래의 조각에서 보는 생의 충만한 기운

기간 2022.03.10 - 04.07
장소갤러리 BK 이태원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42길 56)

무생(無生)의 동(銅)파이프를 이용하여 자연의 재탄생의 순간을 기록하는 조각가 이길래의 개인전 〈Re-Vitality〉이 갤러리 BK 이태원에서 오는 4월 7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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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래, Millennium-Pin Tree 2022-1, 2022, Copper welding paint, 190 x 62 x 45 cm | 자료 제공: 갤러리BK

 

한 겨울에도 잎을 떨구지 않고 그것의 푸르름을 유지하는 나무가 있다. 엄동설한에도 변치 않는 소나무의 절개는 조선시대 문신이자 시인인 윤선도를 비롯, 많은 선조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왔다. 기개 높고 호방한 선비 정신의 근거이자 속기(俗氣) 없는 그 자태는 자연을 향한 강한 생명력과 함께 올곧음의 상징이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소나무의 절개를 조각하는 이길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의 마음 속 풍경을 장식한다.

 

소나무란 정신적으로는 사유의 대상이자 서민들에게는 놀이터의 역할까지 겸하는 매우 중층적인 상징의 고리를 지니고 있었다. 또한 우리의 역사성도 깃들어 있고, 자유분방한 형태, 한 그루 나무에서 우러나오는 여러 색감, 세월의 풍화를 머금고 있는 듯한 표피 껍질 등 많은 조형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소나무 한 그루에서 모든 작품이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길래, Millennium-Pin Tree 2021-14, 2021, Copper welding, 237 x 108 x 50 cm | 자료 제공: 갤러리BK

 

작가는 과거, 적재되어 있는 수많은 파이프의 벌집과 같은 단면의 형상에 묘한 인상을 받고 작업에 녹여내기 시작한다. 그는 파이프의 단면을 세포 단위로 생각하여 선이나 고리 모양으로 자르고 용접 작업을 통해 전체적인 형태를 완성, 그 위에 세심한 붓터치를 더해 나무 표피의 중첩된 거친 마티에르를 묘사한다. 재료의 물성을 탐구하고 그 결과에 더해지는 작가의 미학적 정신은 때로는 비구상적, 추상적이거나 때로는 지극히 구체적인, 특정할 수 없는 생명체적 결과물을 이끈다. 숨이 없는 파이프를 이용해 굽이치는 역동적인 노송의 자연적 형태를 표현함으로 새로운 숨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순간이다.

 

이길래, Millennium-Pin Tree Roots Installation, 2021, Copper welding, Variable Size | 자료 제공: 갤러리BK

 

이길래는 소나무 시리즈에 본격적으로 몰두하기 이전부터 ‘자연’이라는 개념을 탐구하고 구체화하였다. 그 영향으로 그가 이루어내는 소나무들은 자연의 형상을 담고 있는데, 부분적으로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 결부된 형상을 띠고 있다. 이는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동양적 철학으로부터 파생되었으며 작가가 오랜 기간 탐구해 온 결과물이자 산물이다. 작가의 꿈틀대는 듯한 소나무의 형상은 하늘과 땅, 인간, 자연이 얽히고 설켜 이루어내는 순환적 구조를 띠고 있기도 하며 보는 이에게 그의 동양 철학적 사상과 접목된 조형적 성찰에 대한 집중을 환기시키도록 한다.

 

생명이나 물체가 분해되면 그 기능이 소멸되듯이, 세포나 파편이 응집되면 유기체적 생명력을 유지하게 된다. 작가는 자신의 영원한 스승인 자연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죽지 않는 소나무를 만들며 이 땅 위에 그것을 식수(植樹)해 나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이길래, Millennium-Pin Tree Roots Installation, 2021, Copper welding, Variable Size | 자료 제공: 갤러리BK

 

최근 이길래는 삶의 원형, 생의 충만한 기운으로서의 덩어리와 뿌리를 소환한다. 그가 작업 초창기에 주목했던 잠재태로서의 생명력이 중첩된다. 자칫 관성화할 수 있는 자신의 삶과 작업 충동을 걷잡는 새로운 동력으로 보인다. 옹이, 뿌리 작업과 함께 선보이는 철필 드로잉도 이러한 의지와 배경에서 비롯한 것으로 이해된다. 옹이를 강조한 덩이뿌리 작업과 함께 만날 수 있는 철필 드로잉은 상당 기간 이어져온 관성적 호흡으로부터 무한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자칫 동어반복적일 수 있는 관성적 테크닉의 구사나 자의적인 규칙의 적용으로부터 벗어나 자연에 내재한 원초적 생명력을 단순하고 명쾌한 작법과 조형언어로 전환, 실험하는 매력적 화법으로 보인다.

 

지하 전시장과 지상 3개 층, 총 4개의 전시공간을 포함한 갤러리 전관에 걸쳐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온 자연의 원초적 생명력과 생명 의지를 다양한 형식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땀과 불꽃을 주고받으며 빚어낸, 그가 아낌없이 쏟아낸 생명질과 뜨거운 열기를 느껴 보기 바란다.

 

 

〈Re-Vitality〉
참여 작가 이길래
전시 기간 2022년 03월 10일 – 04월 07일
전시 장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42길 56
관람 안내 화요일 – 일요일: 11:00 – 19:00 / 월요일, 공휴일 휴관(무료 관람)

 

 

자료 협조 갤러리 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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