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공개하는 피카소 140주년 특별전

강철 기계처럼 무장한 군인들이 총구를 들이댄다. 그 앞에는 떨고 있는 여자들과 아이들. 한국전쟁 발발 6개월이 지난 1951년 1월. 피카소는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유일무이한 작품 <한국에서의 학살 Massacre en Corée>을 완성한다. 폭이 2m에 달하는 이 작품은 <게르니카 Guernica>, <시체구덩이 Le Charnier>와 더불어 피카소의 반전예술 3대 걸작으로 손꼽힌다.

피카소(1881-1973)는 20세기 미술을 대표하는 최고의 예술가다. 생전 실험가처럼 모험가처럼 이글거리는 열정을 불태우며 3만여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회화, 동판화, 조각 등 종류도 다양하다. 피카소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일기를 쓰는 또 다른 형태라고 말하고 있는데, 거의 하루에 1점 이상씩 작품을 만들며 평생을 바쳤다.

피카소의 가장 유명한 화풍은 바로 입체주의. 2차원에 3차원을 담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서양 회화의 전통처럼 여겨온 원근법, 명암법 등이 아닌 원통, 원추, 구 등으로 자연을 기하학적인 단순한 대상을 환원한다. 피카소가 1907년 파리 몽마르트의 작업실 바토라부아르에서 그린 <아비뇽의 처녀들 Les Demoiselles d’Avignon>은 르네상스 이래 서양미술 400년의 전통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며 회화 역사의 대혁명을 일으킨 걸작으로 기록된다.

피카소의 창작은 순수미술을 넘어 창작의 모든 분야에서 방대하게 이루어졌다. <아비뇽의 처녀들>로 미술사의 형태 혁명을 이룩하였으며, <게르니카>를 통해 예술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피력했다. 회화뿐만 아니라 천부적인 데생 실력으로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집요한 창작열로 수조각과 도자기, 무대디자인과 장식, 사진 등 전방위 예술을 오갔다. 피카소가 모더니즘의 창시자에 머물지 않고 끝없는 혁신과 창조적 재생산으로 2세기 모더니즘을 지배한 예술가로 불리는 이유다.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은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 소장의 걸작 110여점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피카소 진품 명화 전시다. 국립피카소미술관 Musée national Picasso-Paris은 단일작가 미술관으로는 전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독보적인 미술관. 피카소 사망 후 유족에게 부과된 막대한 상속세를 대신해서 프랑스 정부에 기증한 작품들을 모아 1985년에 문을 열었다. 전시는 서양미술의 역사를 바꾼 입체주의 탄생부터 70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한국에서의 학살>, 조각의 걸작으로 널리 알려진 <염소 La Chèvre>, 다양한 채색의 도자기, 그리고 7년에 걸쳐 완성 <볼라르 연작 Suite Vollard> 등 70년에 걸친 피카소 예술의 흐름을 연대기적 테마로 보여준다.

전시작품 약 110여점(유화, 판화, 조각 등)

관람요금 성인 2만 원, 청소년 1만 3천 원

글 유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