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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1

버려진 것들에 두 번째 기회를

누깍이 초대하는 업사이클링의 세계

서울디자인페스티벌 X 헤이팝 스팟 6

 

멋과 변화의 중심, 서울!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모인 167개 브랜드 가운데 직접 찾아가볼 수 있는 브랜드 스팟 6곳을 헤이팝에서도 함께 소개합니다.

 

언택트 시대에도 살아 움직이는 로컬 브랜드와 크리에이터의 소식을 ‘헤이팝’에서 빠르게 만나보세요!

 

 

누깍(Nukak)

바르셀로나 업사이클링 브랜드

 

 

필(必)환경 시대에 꼭 맞는 ‘업사이클링’이라는 옷을 입고도 그것을 뽐내기보다 제품의 디자인으로 먼저 인정받고 싶다고 말하는 브랜드가 있다. 너도 나도 친환경을 외치는 시장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소비자가 좋아하는 디자인은 뭘까?’를 고민하는 단단한 곳. 누깍(Nukak)은 대안이 아닌, 하나의 선택 가능한 옵션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누깍

 

안녕하세요. 누깍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누깍은 2016년 바르셀로나 지역에서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누깍’이라는 이름은 콜롬비아 아마존 숲에 사는 유목 부족 ‘Nukak-Maku’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유목 부족이라고도 하는데 항상 도전하는 삶을 추구해요. 누깍도 업사이클링 영역에서 그들과 같이 끊임없이 도전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길 바라며 이름을 빌려왔어요. 현재 누깍은 각종 전시회부터 이벤트 홍보 현수막 등 365일 도시에 걸려있는 수많은 현수막을 업사이클링 하고 있습니다. 폐타이어, 카이트서핑 세일 등 새로운 소재의 개발을 통해서도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고요.

 

ⓒ누깍

 

세상은 쓸모를 다 하고 버려지는 것 투성이다. 그런데 그것들은 정말로 쓸모가 없어진 걸까?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누구도 임무 완료라며 폐기 도장을 찍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누깍은 버려진 것들에 ‘두 번째 기회(Second Chance)’를 선사한다. 수없이 돌아보며 모든 것들이 제 쓸모를 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돕는다.

 

 

누깍이 생각하는 ‘두 번째 기회’에 대해 들려 주세요.

저희가 말하는 ‘두 번째 기회’는 물질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에요. 사람에게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사회 공헌활동 일부로 누깍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20%는 수감자들의 손에서 태어납니다. 수감자들이 출소 후 자립할 수 있도록 누깍에서 채용하는 경우도 있고요. 두 번째 기회란 어쩌면 희망의 물결 같은 것 아닐까요?

 

LOMPAKKO ⓒ누깍
KELLY ⓒ누깍

 

누깍은 친환경에 갇히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저 보기에 ‘훌륭한’ 제품이기를 바란다. 업사이클링에 사용되는 재료는 본래 가방을 목적으로 하는 소재가 아니기에 기능적으로 다소 부족할 수 있어도 디자인적으로는 전혀 모자람이 없기 때문. 소비자가 쏟아지는 친환경 메시지에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키워드는 가져가되 부가적인 설명 없이 시각적으로 전달하려는 것이다.

 

SHANK V.2 ⓒ누깍

 

기존 업사이클링 제품과는 색다른 디자인이 보이네요.

업사이클링 시장을 보면 캐주얼한 무드의 제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시장 규모가 작은 만큼 특정 타깃에게 다가가기보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만나야 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업사이클링 특유의 팝(pop)함이 살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뾰족한 타깃을 대상으로 하는 모델들을 출시한 거예요. 보시는 것처럼 핸들이 체인으로 된 샹(SHANG V.2) 숄더백은 페미닌 무드가 느껴지죠. 남녀노소 즐겨 찾는 대중적인 디자인도 좋지만 확고한 색을 띠는 디자인이 강렬한 매력 포인트가 될 거라고 믿어요.

 

프레임 위치를 자유롭게 조정해 원하는 디자인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누깍

 

폰 케이스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고요.

사실 지금은 테스트 기간에 가까워요. 오프라인에서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한 지 꽤 되었는데 온라인은 그보다 늦은 올해 10월부터 주문을 받고 있어요. 지방에 계시는 분들이 “우리도 커스터마이징 원한다! 우리는 차별하냐!”라고 혼내셨거든요. (웃음) 기존에는 아이폰 기종에 국한되었지만 현재는 갤럭시 기종도 얼마든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합니다. 앞으로는 지갑까지 카테고리를 확대할 예정이에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온·오프라인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은 소비자에게는 간편한 서비스다. 하지만 서비스가 가능하기까지 꽤나 수고로운 작업이 동반된다. 우선 현수막을 수거해 깨끗하게 세탁하는 과정을 거친다. 세탁이 끝나면 일정 크기로 재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재단이 완료되면 오프라인의 경우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테이블에 세팅하고 온라인의 경우 데이터로 저장해 업데이트하는 과정이 추가된다.

 

워크숍을 통해 직접 업사이클링을 체험할 수 있다. ⓒ누깍

 

모든 제작 과정이 그렇겠지만 특히 업사이클링은 까다롭게 느껴지기도 해요. 소비자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걸까요?

앞에서 답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도, 자원순환의 날마다 진행하는 워크숍도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됐어요.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워크숍을 진행하지 못했지만 직접 현수막을 골라 재단해 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맥주도 마시면서 편하고 재미있게 업사이클링을 체험하는 거죠. 방문 교육을 진행한 적도 있고요. 사실 업사이클링의 개념을 습득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소비라고 생각하지만 누구나 소비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차선책으로 교육을 기획하고 초등학교에 찾아가서 아이들과 버려진 것들로 키링을 만들었어요. 지금 ‘시대’가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세대’에게 교육이 우선된다고 생각해요.

 

 

누깍은 현수막을 자유롭게 기부할 수 있는 창구를 열고자 한다. 현재는 현수막이 다소 폐쇄적으로 기부되고 있어 현수막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 많은 기업들이 현수막을 폐기하는 방법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현수막 기부 받습니다” 알린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닐까? 아, SDF에서 사용되는 현수막들은 전부 누깍에 기부될 예정이다.

 

누깍 까사 ⓒ누깍

 

이태원에서 줄곧 공간을 운영해왔어요.

올해 7월 누깍 까사가 같은 이태원에서 위치만 조금 옮겨 리뉴얼 오픈했어요. 이전 매장이 너무 높은 언덕길에 위치해 있어서 겨울에도 땀이 날 정도였거든요. 많이 좁기도 했고요. 다행히 더 낮은 위치에서 더 넓은 공간으로 찾아뵙게 됐네요. 왜 또 이태원이냐, 동네마다 특유의 분위기가 있잖아요. 사견이지만 이태원은 트렌디하면서도 주류에서는 약간 벗어나 있다고 느끼거든요. 업사이클링과 결이 같은 거죠. 

 

누깍 까사 내부 전경 ⓒ누깍

 

최근 누깍이 겪은 변화나 시도하고자 했던 것이 있나요?

SDF 참가 준비를 하면서도 느꼈지만 확실히 키워드가 친환경인 브랜드들이 많아졌어요. 굉장히 새로운 기분입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버려진 것으로 만든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거든요. 매장에 오셔서 “내구성이 약하지 않냐” “몸에 안 좋은 거 아니냐” 말씀들을 많이 하셨어요. “쓰레기로 만들었는데 왜 이렇게 비싸요?”라는 말을 듣지 않을 때까지 열심히 달리려고요. (웃음) 소비자를 설득하고 인식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한글 현수막 위 재치있는 제품의 배치가 돋보인다. ⓒ누깍
2021 SDF에서 처음 선보이는 신제품 LUNA ⓒ누깍

 

2021 SDF에서 만날 수 있는 누깍의 특별한 아이템 3가지를 소개해 주세요.

이번 SDF에서는 한글 현수막으로 만든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그중에서도 메신저 백과 지갑을 꼽고 싶고요, 가장 특별한 건 아무래도 신제품이죠. SDF 오픈과 함께 신제품을 출시하거든요.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으니 누깍 부스에 꼭 오셔야 할 거예요. 준비된 제품들이 많아 시간 가는 줄 모르실 거라 장담합니다. 제품들을 만져보며 업사이클링을 편하게 받아들여주세요.

 

 

 

김가인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누깍

김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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