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5

구명조끼 뱀, 빨래방이 MMCA에 떴다!

"저 스스로가 바로 국제 이슈입니다"
작가 아이 웨이웨이는 정치 난민이다. 자국인 중국과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었고, 중국은 그의 작품 활동에 제한을 두기도 했다. 2015년부터는 유럽을 기반으로 두고 활동 중이며, 유럽 내에서 발생했던 문제 역시 그의 작품을 통해서 다시 한번 알려지기도 했다.

음악, 영상, 설치미술, 도자기, 레고까지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는 그의 작품 중 꽤 많은 작품이(126점) 이번 전시 <아이 웨이웨이 : 인간미래>를 통해 공개되었다. 2020년 화제를 모았던 <코로네이션>을 비롯해 익히 알려진 작품과 더불어 그동안 직접 만날 수 없었던 대규모의 작품도 준비되었다.
난민 모티프의 도자기 기둥, 2017

 

그는 이번 전시를 두고 매체와의 한 인터뷰에서 “저 스스로가 바로 국제 이슈입니다”라고 말한 바가 있다. 그는 여전히 중국이라는 존재감 강한 국가와 싸우고 있고, 유럽 내에서 활동하며 때로는 난색의 표시를 만나야 했다. 정치적 상황 속에서 이번에 한국에서 그의 작품이 대규모로 공개되었다는 것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그를 단순히 반체제를 외치는 반항아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시를 감상하는 과정에서 그가 표현의 자유만을 외치는 예술가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구명조끼 뱀, 2019.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제공
빨래방

 

특히 그가 직접 행동으로 옮기며 국제사회 속 난민 문제와 그 현실을 담아낸 작품도 있다. ‘구명조끼 뱀’이나 ‘빨래방’과 같은 대형 설치 작품 외에도 ‘살아 있는 자’, ‘로힝야’, ‘이도메니’와 같은 영상까지 구조적으로 난민을 적대시하는 각 국가 정부를 가리키고 있다. 큰 스케일과 표현 방식으로 상황의 심각성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라마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파카인 동물
표현의 자유 퍼즐

 

<라마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파카인 동물>이라는 거대한 설치물은 작가가 조명해 온 ‘표현의 자유’와 ‘감시’라는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라마인지 알파카인지 모를 요한 동물과 함께 트위터의 로고처럼 보이는 새와 멋진 CCTV, 그리고 수갑을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등장한다. 여기에 <표현의 자유 퍼즐>이라는 중국 지도 모양의 자기 조각, <유리를 이용한 원근법 연구(원근법 연구, 1995-2011의 변형)>까지 그의 재치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작품도 있다.

 

12지신 두상 중 일부
The Navigation Route of the Sea Watch 3 Migrant Rescue Vessel

 

동시에 레고로 만들어진 <12지신 두상>은 고급 예술과 저급 예술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I Can’t Breath’ ‘The Navigation Route of the Sea Watch 3 Migrant Rescue Vessel’ 또한 레고로 제작하여 다시 한번 레고를 작품을 구성하는 도구와 표현 수단으로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검은 샹들리에
민물 게
나무, 2015.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제공

 

또한 <검은 샹들리에>에서는 아이 웨이웨이 개인이 지닌 사유의 흔적을 볼 수도 있다. 전시장 한쪽에 있는 유엔의 ‘세계인권선언’의 내용처럼 인간은 모두 존엄하다. 아이 웨이웨이는 과거에 많은 피해를 겪은 이들과 현재 전시를 보는 이들 사이의 느슨한 연대를 만들어, 더 많은 행동의 촉구를 요구한다. 그의 작품 중에는 어딘가 후련한 마음이 드는 것도 있지만, 난민의 실상이나 표현의 자유가 제한당하는 모습은 작품의 규모와 그 문제를 포착하는 그의 시선을 통해 직관적인 메시지로서 전달된다. 예술적 호기심과 미학적 가치, 사회적 메시지 모두 충족시키는 그의 전시는 국립현대박물관 서울에서 내년 4월까지 만나볼 수 있다.

 

 

박준우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0)
일자
2021.12.11 - 202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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