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5

도시 전체가 현대미술 갤러리가 되다

낭트에 새로 들어선 현대미술관 Frac
과거 항구와 식품가공업이 유명했던 도시 낭트는 이제 누가 뭐래도 프랑스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통한다.

르 보야쥬 아 낭트

Le Voyage à Nantes

 

2020년 르 보야쥬 아 낭트(Le Voyage à Nantes) 모습. 출처: levoyageanantes.fr

 

파리에서 남서쪽 기차로 2시간이라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낭트는 여름이면 도시 전체가 현대미술 갤러리로 변하는 대형 이벤트 ‘르 보야쥬 아 낭트’를 통해 2012년부터 전세계 미술 애호가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물론 도시 곳곳에 설치된 세계적 예술가들에 의해 제작된 공공예술작품들로 평소에도 현대미술에 열려있는 분위기를 보여준다.

 

 

 

현대미술관 Frac

낭트 속 또 다른 시공간

 

Frac 낭트 © Fanny Trichet
다니엘 뷔랑의 설치작품 ‘고리(Les Anneaux)’ © Daniel Buren
‘기계의 섬(machine de l'ile)’ 의 코끼리. 출처: lesmachines

 

그런 낭트에 최근 현대미술관 Frac이 개관했다. 대표적인 관광지 ‘기계의 섬(machine de l’ile)’ 바로 옆 강변에 위치한 현대적인 콘크리트 건물이다. 강변을 따라 걷는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다니엘 뷔랑의 18개의 대형 고리 설치 작품 ‘고리(Les Anneaux)’를 만날 수 있고 이 설치물은 밤이면 빨강, 파랑, 초록으로 빛나 더욱 드라마틱하다. 강 건너로는 과거 조선소를 개조해 만든 환상의 섬에서 높이 12미터의 코끼리가 유유히 걷는 모습도 볼 수 있으니 일반적인 프랑스 도시 풍경과는 다른 새로운 시공간에 온 듯 하다.

 

Frac 낭트의 관장, 로렁스 갸또(Laurence Gateau) © Fanny Trichet

 

‘Frac 낭트’는 현대미술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신진 예술가에게 가시성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렉터인 로렁스 갸또는 독립 예술가와 큐레이터에게 정기적으로 ‘까르트 블랑슈(carte blanche)’ 즉, 아무런 규제 없이 자유롭게 전시와 작품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늘 새로우면서 신선한 전시를 선보이겠다고 전했다. 그런 그녀가 오프닝 전으로 선택한 아티스트는 젊은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다.

 

‘리너스 반 데 벨데 전시 전경 © Fanny Trichet

 

리너스 반 데 벨데는 벨기에에서는 꽤 높은 인지도를 가진 젊은 미남 아티스트로, 낭트에서의 전시는 그의 첫 프랑스 개인전이었다. 특별한 점은 작가에게도 마음껏 공간을 기획할 수 있는 큐레이터 자격을 동시에 주었다는 것. 그렇게 리너스는 자신의 스타일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독일 출신 작가 카티 헥(Kati Heck)을 초청해 그녀의 유화와 본인의 목탄화를 자유롭게 섞어 배치했다.

 

리너스 반 데 벨데가 직접 재현한 집 © Fanny Trichet

 

뿐만 아니라 벨기에에서 직접 재료를 싣고 와 자신의 방을 재현한 작은 컨테이너를 설치하는 등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전시공간을 탄생시켰다. 희극과 허구를 흥미롭게 섞는 두 작가의 스타일은 2차원 또는 3차원의 형태로 서로 다른 매체를 조합해 선보이며 상대로 인해 더 큰 존재감을 선보인다. 또한 FRAC 컬렉션 내에서 몇 개의 작품을 자유롭게 선택해 함께 배치하기도 한 리너스는 그가 속한 미적 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알리면서 논리 대신 자유를 말한다.

 

 

 

Frac의 두 번째 전시

에뚜알 디스텅

 

‘에뚜알 디스텅(Étoiles distantes)’ 전경 © Fanny Trichet

 

이번 달부터 선보이는 두번째 전시는 ‘에뚜알 디스텅(Étoil distantes)다. 칠레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ño(1953-2003))의 동명 소설에서 따온 전시명은 혼돈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의 창조의 역할에 대한 물음이라고 한다. 매우 복잡하고 위태로운 시대를 경험하고 있는 현 예술가들이 이 시대를 암흑기가 아닌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는 시기로 감지하고서 이를 창조를 위한 특권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메시지다.

 

‘에뚜알 디스텅(Étoiles distantes)’ 전경 © Fanny Trichet

 

2013년에서 2018년 사이 낭트가 속한 페이드라루아르 지방에 있는 미술대학을 졸업한 젊은 예술가들만을 선정해 기획한 프로젝트로, 관장인 로렁스 갸또의 운영 철학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이 세대의 예술가들을 조명한 후 그들의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전시를 통해 구체적인 예술 시장의 네트워크를 이루는 것이 목표다. 7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공정한 심사를 통해 선정한 아티스트들은 총 6명. 80년대 말과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로 미래의 아트씬을 책임질 세대이다. 무엇보다 개방적이고 새로운 가용성을 보여주는 작업이라는 평을 남긴 작품들은 현대미술의 실용적 차원을 확장한다.

올 겨울, 반짝이는 별과 같은 희망적인 작품들은 선보인 Frac 낭트. 2022년 전시의 라인업과 여름에 도시 전체를 물들일 현대미술 축제도 미리 기대해 본다.

 

FRAC Nantes
21 quai des Antilles 44000 Nantes

 

 

양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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