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장르! 조각가와 패션 사진가의 만남

올 가을 COS와 협업한 바 있는 패션 포토그래퍼 목정욱은 이번 전시에서 근대 조각의 거장 故 권진규(1922-1973)의 자소상(自塑像) 및 종교 도상 조각들을 재해석했다. 인물 사진에 초점을 두고 활동하는 그에게 있어 조각 속의 얼굴들은 또 다른 해석의 관점을 제시한다. 전시장 내에는 권진규 조각가의 작품과 목정욱의 사진 작품이 크로스 매치되어 전시된다. 세월과 매체를 넘나드는 미학의 교감은 관람객의 시선에서 한 번 더 해석되며 ‘얼굴’과 ‘인물’에 대한 인식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킨다.

우리나라 근대 조각의 선구자인 권진규 조각가의 주된 관심사는 ‘한국적 리얼리즘’으로, 일본 유학 시 배운 서구의 최신 조소 기법에서 벗어나 동서양 미학을 넘나드는 조형 언어를 정립했다. 화려한 기교를 제거하고 예스럽고 소박한 멋을 담아 인물상, 동물상, 부조 등을 빚어냈다. 테라코타와 건칠 등 한국의 자연 재료를 사용한 그의 조각은 문명 이전의 원초적인 세계를 묘사하는 동시에 세월을 초월하는 숭고미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당시 고독 속에서 탐구한 자신의 내면을 반영한 완숙기의 자소상 6점과 종교적인 구원에 대한 갈망을 담은 예수상, 불상 등 그만의 미학 에센스로 채워진 조각 8점을 소개한다.

포토그래퍼 목정욱은 그러한 권진규의 예술혼을 신선한 시각으로 해석하여 그 감동이 현대로 이어질 수 있는 지점을 정교하게 포착한다. 언제나 구체적 대상을 모델로 삼는 그의 자소상은 스스로 모델이 되어 인간의 심연에 대한 갈망을 압축한 것이었다. 이번에 발표되는 목정욱의 30여 점의 사진 속에서는 권진규와 예수, 그리고 부처의 얼굴들이 모델이 되고, 새로운 매체를 통해 재탄생하여 다시 살아 숨쉬는 에너지를 발현한다.

영원 불멸한 정신과 숭고미를 추구한 권진규의 조각과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목정욱의 사진은 갤러리 공간을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공명하는 교감의 장으로 변신시킨다. 세대를 뛰어 넘어 전달하는 메시지는 ‘예술의 영구함’. 본 전시는 책이라는 또 다른 매체로 옮겨져 전시 연계 사진집으로도 출간될 예정이다.

권진규(1922-1973)

함경남도 함흥 출생. 도쿄 무사시노미술학교 조각과에서 앙투안 브루델의 제자 시미즈 다카시에게 동시대의 조형 기법을 익혔다. 1959 년 귀국하여 서구적인 추상 조각이 유행한 당대 국내 화단의 동향과 달리 복고적인 구상 형태를 통해 심연의 세계를 빚어 내었다. 주로 사실적이고 강건한 형태의 자소상, 다양한 동물 을 형상화한 동물상, 여인상을 제작했으며, 테라코타와 건칠 기법을 이용해 한국적 리얼리즘을 보여주는 구상 조소의 세계를 정립했다. 올해 유족의 기증으로 141 점의 권진규 작업이 서울시립미술관에 안치되었으며, 2022 년 봄 그의 탄생 100 주년을 기념하여 동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개최될 예정이다.

목정욱(b.1980)

서울 출생. 런던 예술대학교 런던 칼리지 오브 커뮤니케이션(London College of Communication, University of Arts London)에서 수학 후 현재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업하는 패션 포토그래퍼 중 한 명으로 보그, 더블유 코리아, 엘르, 하퍼스 바자, GQ 와 같은 국내외 유수 패션 매거진의 화보 및 EXO, 블랙핑크, 아이유, 수지 등의 K-pop 앨범 커버 촬영, 2021년 BTS 의 <타임>지 표지 촬영 등을 진행했다. 또한 프라다, 디올 코스매틱, 발렌티노, 아디다스 등과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2021년에는 COS 와 협업하여 그만의 작업 스타일을 담은 익스클루시브 남성 컬렉션을 선보였다.

글 소원

자료 협조 PKM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