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05

여성스러움의 미학은 자유

수영장에서 펼쳐지는 레지나 표 캣워크 쇼 .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유선형 지붕의 런던 아쿠아틱 센터에서 펼쳐진 레지나 표의 2022년 봄/여름 컬렉션 캣워크 쇼. 레지나 표의 주홍색과 옅은 분홍빛 수영복을 입은 다이버 세 명이 수심 5미터 다이빙 풀 아래로 뛰어내렸고, 완벽한 다이빙의 순간을 시작으로 레지나 표의 새로운 컬렉션을 입은 모델들이 수영장 타일 바닥을 걸어 나왔다. 물을 좋아하고 수영하며 자유를 만끽한다는 레지나 표, 만삭의 몸으로 둘째 출산을 앞둔 그녀와 쇼 직후 나눈 인터뷰를 소개한다.
Portrait July 2020, 옷장 속이 어느새 레지나 표 컬렉션으로 가득하다는 디자이너 레지나 표

 

Interview with 레지나 표

 

콘크리트와 철제 블록으로 제작한 다이빙 보드를 배경으로 선보인 2022 봄/여름 컬렉션

 

아쿠아틱 센터에서 펼쳐진 캣워크 쇼 정말 멋지게 잘 봤다. 이곳을 쇼장으로 선택한 이유가 뭐였나?

물에서 생기와 자유를 느끼기에 어디든 물이 있는 곳에서 쇼를 하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컬렉션 안에서 자유와 여성성에 집중한 것도 연관이 깊다.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아쿠아틱 센터는 물론 콘크리트와 철제 블록으로 제작한 다이빙 보드 그리고 다이빙 풀까지 이번 컬렉션의 컬러플한 룩들을 선보일 배경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쇼장을 선정할 때 추가의 세트를 설치하지 않고 장소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에 주목한다. 처음 방문했을 때 다이버들이 올림픽을 위해 훈련 중이었는데 한눈에 보고 반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이버들도 쇼에 초대하고 의미가 깊다.

 

Rejina Pyo

 

쇼 시작을 위해 모두가 착석했을 때 누구도 다이버들이 나와 보드에서 뛰어내릴 거라고 예상 못 했다. 올림픽 다이버들을 섭외한 것인가?

영국 국가대표 선수 3명을 섭외했는데 물속으로 다이빙할 때 마찰을 고려해야 해서 피팅 과정이 무척 까다로웠고 마침 이탈리아의 재생 나일론 공장을 찾아 제작할 수 있어 기뻤다. 음악에 맞춰 직접 안무도 준비하며 연습해 준 다이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컬렉션도 직접 소개해달라. 컬러플한 색감에 부드럽게 흐르는 실루엣이 무척 아름다운 컬렉션이었다.

여성스러움에 주목하고 싶었다. 둘째를 임신 중인데 여자아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시폰 소재가 주는 부드러운 흐름이 좋다. 원래는 구조적인 소재를 이용한 볼륨감 있는 룩들을 좋아하는데 이번 컬렉션은 여성의 인체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축하하고 싶었다. 여성의 강인함이 돋보이는 여성스러움보다는 감정에 집중하며 여행을 떠난 여인이 자유를 만끽하며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모습을 담아 디자인했다.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직접 찍은 사진을 인화해 디자인에 적용한 룩들. 자세히 보면 거리를 걷는 한국 할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퍼프소매나 롱 드레스처럼 레지나 표의 시그니처 제품의 재등장도 반가웠는데 새로 소개한 룩들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룩이 있다면?

쇼 초반에 소개한 다양한 색상으로 레이어링 한 룩이나 애시드 그린 레이스 룩, 주황과 분홍의 투 톤의 비치는 룩은 물론 시그니처 디자인에 새로운 프린트를 더한 룩들도 추천한다. 프린트는 여행하며 카메라로 직접 촬영한 사진을 인화한 것이다. 자세히 보면 서울의 거리 속 할머니가 걷는 풍경이나 뉴욕 거리 모습을 볼 수 있다. 정원에 있는 디렉터스 의자에 영감받은 프린트도 소개했다. 여인의 삶을 생각하며 바닷가를 거닐거나 사무실에서 일하고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밤에 나가는 룩들을 다양하게 디자인했다.

 

한동안 여행의 제한으로 많이 다니지 못했을 텐데 여행 사진이라니 반갑다.

여행할 때 꼭 카메라를 들고 가는데 풍경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그 순간의 기억과 감정을 담는 나름의 습관이다. 일상적인 모습을 사진으로 인화하는 작업을 청소년 때부터 해서 익숙한 과정이다. 35mm의 야시카나 올림푸스 포켓 사이즈 카메라다.

 

런던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레지나 표 2022 봄/여름 컬렉션

 

컬렉션을 디자인할 때 시작점은 어디인가?

주로 감정 서사에서 시작한다. 예술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데 사진이나 설치 미술, 영상은 물론 내가 여행 간 장소에서 느낀 감정과 경험 그리고 만난 여인들에 주목해 실제하고 존재하는 것들에 바탕을 둔다. 디자인의 모든 과정을 사랑한다. 머릿속에 있는 복잡한 내용을 리서치를 통해 정리한 다음 스케치하고 마네킹에 드레이핑 하며 소재와 교감하면서 예상치 못한 의외의 발견을 하는 게 즐겁다. 특히 피팅 하면서 모델이 옷 입은 모습을 직접 보는 게 무척 특별하다.

 

레지나 표 백은 최근 열린 V&A 박물관 가방 전시에도 소개됐는데 가방 컬렉션을 전개하는 이야기도 소개해달라.

한국 도시락에서 영감받은 올리아비아 백에 탈부착 가능한 스트랩을 달아 기능성 있는 디자인으로 소개했다. 독특한 형태와 소재에 중점을 두고 특히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로고가 돋보이는 디자인도 아니고 절제된 제품인데 많이 좋아해 줘서 무척 의미 있다.

 

아들 루카가 좋아하는 동화적인 요소에 디렉터스 체어를 담아 디자인한 룩들

최근 아동복을 론칭했는데 딸을 낳을 예정이라고 하니 엄마와 같은 디자인 룩을 입는 ‘미니미 컬렉션’도 기대되는데?

처음 아동복을 론칭했을 때 아들 루카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빛바랜 파란 톤이나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오가닉 면과 소재들을 이용한 아동복이다. 유니섹스 제품 위주였는데 드레스를 만들었더니 그게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슬리브리스 드레스와 퍼프 슬리브 드레스 등은 메인 컬렉션을 토대로 만든 것이니 미니미 컬렉션을 더 확장할 준비가 되었다 (웃음). 컬렉션 룩 북도 엄마 친구들과 아이들을 모델로 촬영했는데 의외로 아이들의 주장이 강하고 선택이 명확해 흥미로웠다. 바지를 선호하거나 드레스를 입겠다고 직접 고르는 여자아이들과의 작업이 재밌었다.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브랜드 운영에 대해서도 소개해달라.

팬데믹 시작과 함께 정말 많은 소통이 오갔고 점차적으로 변화하는 업계 환경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브랜드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하기 위해 패키징을 오가닉으로 전부 바꾸고 쇼에서도 세트장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는 걸 선호한다. 컬렉션 제작은 센트럴 세인 마틴 동기였던 친구의 도움으로 소재 개발과 원재료 구매 그리고 컬렉션 내 친환경 비율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전에 비해 더 많이 적용할 수 있는 업계 내 변화를 체감할 수 있어 좋다.

 

애시드 그린 레이스 디자인은 디자이너 레지나 표가 이번 시즌 특히 애정을 갖는 룩

 

컬렉션이 무척 컬러풀해 좋았는데 색상에 대한 디자인 의도도 소개해달라.

같은 초록색이라도 예를 들어 브라운 계열과 함께 있을 때 갖는 분위기가 다르다. 또한 면이나 시폰 등 소재에 따라 색상이 주는 무드가 변한다. 그걸 놓고 다양하게 예상치 못한 의외의 조합을 고려한다. 색상을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는데 일상 속에 색상을 가미했을 때 우리의 무드가 변화무쌍해지는 것이 좋다. 금잔화 노랑 드레스가 있는데 입을 때마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더라, 그런 변화를 감지하는 게 좋다.

 

런던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레지나 표 2022 봄/여름 컬렉션

 

피날레에 입고 등장한 룩도 좋았는데, 평상시에 레지나 표 컬렉션을 주로 입는가?

(웃음) 옷장 속이 온통 레지나 표로 가득 차 있다. 드레스업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평소에는 편하게 믹스 앤 매치로 입는 것도 좋아한다. 최근에는 만삭이 되면서 몸에 변화가 오는 걸 즐기는 중이다. 컬렉션을 만들 때 내고 입고 싶은 룩을 만드는 건 무척 중요한 일이다.

 

레지나 표의 앞으로의 행보도 살짝 소개해달라.

레지나 표 컬렉션의 ‘홈’컬렉션을 준비 중이다. 카페도 있으면 좋겠고 라이프 스타일 요소를 가미한 공간도 찾고 있다. 흥미로운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확장하는 걸 준비 중인데 내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여인해

자료 협조 레지나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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