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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30

이솝(Aēsop)의 향수가 달라졌다

20여 년의 컬렉션을 새롭게 정비한 ‘프래그런트 페이블즈’

이솝이 20여 년간 이어온 향수 컬렉션을 새롭게 정비했다. 기존 향에 담긴 개념을 우화의 형식으로 다시 풀고, 이름과 보틀 디자인까지 손본  ‘프래그런트 페이블즈(Fragrant Fables)’를 선보인 것. 여기에 신제품 ‘언포어신 아에르(Unforeseen Aer)’도 컬렉션에 합류했다. 이솝 도산에서 열린 론칭 이벤트에 방문해 이솝의 향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봤다.

향수에 우화를 입히다

이솝은 이번 ‘프래그런트 페이블즈(Fragrant Fables)’를 통해 기존 향수에 담긴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냈다. 브랜드 이름의 유래가 된 고대 그리스 우화 작가 이솝에게서 영감을 받아, 각각의 향이 지닌 개념을 한 편의 우화 같은 시로 확장한 것이다. 폭풍이 몰아치는 절벽과 고요한 숲, 자연이 다시 자라나는 콘크리트 풍경처럼 서로 다른 장면이 펼쳐지고, 이야기마다 하나의 질문이 따라붙는다.

 

기존 향수의 이름도 각 우화가 품은 가치에 맞춰 새롭게 정리했다. ‘테싯 트루스(Tacit Truths)’는 새벽마다 찾아오는 진실된 다짐을, ‘이터널 카르스트(Eternal Karst)’는 변화의 시기에 필요한 회복력을 이야기한다. 각각의 이름은 향의 특징을 설명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뒤에 놓인 우화와 질문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된다. 향과 함께 이야기를 읽으며 그 안의 장면과 의미까지 떠올릴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테싯 트루스(Tacit Truths)의 대담한 성분은 바질, 우화적 어코드는 밝아오는 첫 햇살이다

이야기를 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는 ‘대담한 성분(Radical Ingredient)’과 ‘우화적 어코드(Fabulist Accord)’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담한 성분은 하나의 식물성 원료를 중심에 두고 그 안의 여러 면모를 끌어낸다. 우화적 어코드는 본래 향이 없는 대상의 향을 상상해 세 가지 핵심 원료로 구현한다. 예를 들어 ‘테싯 트루스’에서는 유자 어코드와 베티버, 펜넬을 조합해 ‘밝아오는 첫 햇살’을 향으로 표현했다. 이렇게 완성된 향과 우화는 서로를 설명하며 프래그런트 페이블즈 컬렉션의 한 편 한 편을 이룬다.

이솝 홈페이지에서는 우화의 질문으로 나에게 맞는 향을 찾아볼 수 있다

디테일을 더한 디자인

향수 보틀도 새롭게 바뀌었다. 이솝을 상징하는 앰버 글라스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비례와 손에 닿는 디테일을 다듬었다. 이전보다 높고 가느다란 실루엣을 갖췄고, 바닥은 안쪽으로 둥글게 솟은 돔 형태로 디자인했다. 멀리서 보면 여전히 익숙한 이솝의 향수병이지만, 나란히 놓고 보면 변화는 제법 선명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캡이다. 표면에 거친 질감을 더했는데, 이솝의 고향 멜버른의 거리와 건축물에 쓰여 온 현무암에서 영감을 받았다. 보틀에는 이솝을 상징하는 엠블럼을 양각으로, 캡에는 같은 문양을 음각으로 새겼다. 시각뿐 아니라 손끝의 감각까지 고려한 변화다.

패키지에도 각 향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상자에는 향과 연결된 우화와 이미지가 담겨, 보틀을 꺼내기 전부터 하나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한다. 프래그런트 페이블즈가 향과 문학을 연결한다면, 새 보틀은 그 변화를 눈과 손으로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불완전함을 향으로 옮기면

프래그런트 페이블즈에 새롭게 합류한 ‘언포어신 아에르(Unforeseen Aer)’는 예기치 못한 변화와 불완전함을 이야기한다. 함께 공개된 우화에는 혼돈이 두려워 세상을 고요한 채로 남겨두려던 공기가 등장한다. 하지만 그 안에 잠재된 본능은 끝내 고요를 깨뜨린다. 잎사귀를 흩날리고 나뭇가지 사이를 누비며 정해진 질서 없이 휘몰아친 공기는, 비로소 자신의 불완전함 속에서 환희를 발견한다.

프롤로그 이벤트 현장에서는 각 향을 구현한 성분과 어코드를 나타낸 구조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장면은 향에도 이어진다. 제라늄과 라반딘, 로즈메리를 조합한 우화적 어코드는 험준한 고지대를 가로지르는 ‘순수한 공기(Pure Air)’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대담한 성분인 넛맥을 더해 따뜻하고 스파이시한 결을 만든다. 청량한 허브 향과 넛맥의 온기가 대비를 이루며, 클래식한 푸제르 계열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다. 언포어신 아에르가 던지는 질문은 우화의 마지막에 남아 있다. ‘예기치 못한 변화는 우리의 존재에 얼마나 깊이를 더할 수 있을까’ 흐트러짐을 결함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이번 향과 맞닿아 있다.

이솝의 향수 컬렉션에 찾아온 변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10월 1일부터 8일까지 이솝 도산 지하 1층에서 ‘이솝 Fragrant Fables 프롤로그’가 열린다. 각각의 향에 담긴 우화와 질문을 따라 새로 정비된 컬렉션의 면면을 살펴보고, 신작 ‘언포어신 아에르’도 시향할 수 있다. 행사는 100%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네이버 예약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글·사진 김기수 기자

자료 및 사진 출처 이솝

프로젝트
이솝 Fragrant Fables 프롤로그
장소
이솝 도산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0-6
일자
2026.10.01 - 2026.10.08
시간
매일 11:00 - 20:00 (브레이크 타임 15:00 - 16:00)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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