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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1

가을엔 툇마루에 앉아 멍 때려볼까? 남도 한옥 스테이 4

190년 내력의 고택부터 소설 『태백산맥』속 여관까지

불볕 같은 더위가 지나고 서늘한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짧아진 가을 꼭 해야 할 것들을 꼽다 생각난 것. 바로 ‘툇멍’이다. 말 그대로 ‘툇마루에 앉아 멍 때리기’. 툇마루는 한옥만의 특징이다. 방과 마당 사이에 난, 실내도 실외도 아닌 중간지대. 이곳에 앉아 오후 가을볕을 맞으며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면, 마음을 어지럽히던 상념도 가라앉고 내면에 몰두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다가올 추위에 대비해 마음의 양식을 쌓는 나만의 가을 루틴이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 다시 말해 없던 힘도 짜내 결실을 내기 위해 애쓰는 시기기도 하다. 그래서 아쉽지만 늘 근처 고궁이나 사찰, 도심의 한옥 같은 곳을 찾아 짧게 음미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모처럼 시간을 내 남도의 산과 들, 바다를 만날 수 있는 한옥을 찾았다.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보성, 벌교, 순천, 구례의 한옥을 만나보자. 

1. 보성 | 이진래 고택

이진래 고택 안채.

남도 사대부집의 정수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진래 고택만 한 곳이 없다. 이진래 고택은 1835 년에 건립되어 광주 이씨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세거해온 종택이자 문화재다. 널찍한 마당과 건물, 기세등등한 솟을대문, 그 앞에 펼쳐진 득량만 간척지의 너른 들판을 보면서 재물만큼 인심도 넉넉했던 남도 부호의 삶을 희미하게나마 어림짐작할 뿐이다. 

 

가을이 오면 고택의 툇마루는 사색의 공간으로 변신한다. 가만히 앉은 채로 귀를 기울이면, 그간 도시의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았던 자연의 속삭임이 되살아난다. 바람 한 줄기에 감나무 잎사귀가 아스라이 지는 소리, 저 멀리 들려오는 새와 풀벌레 소리, 고양이들의 낮잠 소리, 처마에서 빗물 떨어지는 소리…. 해가 기울어 창호의 그림자가 길어질 즈음엔 구비된 다기로 우전차를 우려 마셔도 좋다. 190년간 깃든 양반가의 여유는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에게도 조용하지만 적막하지 않고 편안하게 고독해질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선사한다. 

고택에서 숙박이 가능한 건물은 행랑채, 안채, 사랑채다. 고택 뒤편에는 종가 소유의 전통 정원 열화정이 도보 5분 거리에 있는데, 풍광이 수려하고 보존 상태가 좋아서 드라마〈옷소매 붉은 끝동〉, 〈녹두꽃〉 등의 촬영지로도 소개됐다. 고택 근처에 도보로 갈 수 있는 식당이 없으니 차량으로 이동해 끼니를 챙기거나 간단한 먹을거리를 포장해 오는 편이 좋다. 

5분 거리에 있는 열화정. 드라마〈옷소매 붉은 끝동〉, 〈녹두꽃〉 등의 촬영지로도 소개됐다.

주소: 전라남도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 243 

2. 벌교 | 보성여관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속 ‘남도여관’으로 불리던 그 여관이 맞다! 1935년 건립된 보 성여관은 일본식 주택 양식을 대폭 반영한 개량 한옥으로, 개관 당시만 해도 남도에서 손꼽히 는 고급 숙박 시설이었다. 이름은 ‘보성’이지만 실제로는 ‘벌교’의 상징에 가깝다. 일제가 남도의 쌀을 수탈하던 거점이자 해방 이후 이념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벌교의 수난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건물이기 때문이다. 보성여관이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서 역사의 생생한 현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공간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성여관 숙박동 다다미방과 중정.

보성여관의 숙박동에는 자그마한 중정이 조성되어 있다. 가을날 붉게 물든 단풍나무와 일본식 한옥의 조합이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밤이 되면 툇마루에 앉아 밤하늘의 정취를 음미하면 좋은데, 맑은 날에는 복도 유리창에 달빛이 일렁이는 장관을 만날 수도 있다. 숙박동에서 계단을 통해 2층에 올라가면 꽤 널찍한 다다미방이 나온다. 숙박객이라면 익일 오전 10시까지 이곳을 독점하듯 누릴 수 있으니 참고할 것. 

주소: 전라남도 보성군 태백산맥길 19

3. 순천 | 노을한옥스테이

가을이 되면 노을이 그리워진다. 하루가 저물어가는 것을 보면서 한 해가 저무는 아쉬움을 달래려는 것일까. 분명한 건, 무언가를 마무리하고 성찰하는 시기가 왔다는 점이다. 순천 최남단에 자리한 와온 해변은 낙조 명소로 이미 이름이 높다. 순천만의 드넓은 갯벌 위로 불타는 석양이 드리우는 가운데 철새들이 유유히 비행하는 장면은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이 모든 광경을 숙소 방 앞 툇마루에 앉아 누릴 수 있는 곳이 노을한옥스테이다.

노을한옥스테이의 또 다른 매력은 ‘모던 한옥’이라는 데 있다. 앞서 소개한 두 곳이 건축 방식 뿐만 아니라 생활 양식까지도 전통 한옥의 형태를 따랐다면, 노을한옥스테이는 두 가지를 분리해 한옥처럼 지은 공간에서 현대식 입식 생활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지붕 처마를 길게 빼고 툇마루를 마련해 한옥 특유의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인상적이다.

주소: 전라남도 순천시 해룡면 와온2길 7

4. 구례 | 현재게스트하우스

이번엔 바다보다 산으로 향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한옥 스테이다. 지리산 초입에 자리한 구례의 현재게스트하우스다. 1926년 건립된 개량식 한옥인 이곳은 한옥 한 채를 건넌방, 안방, 사랑방 세 공간으로 나눠 숙박용으로 쓰고 있기에, 전통적 의미의 툇마루는 안방과 사랑방 앞에만 있다. 간단한 지리산 트레킹을 마치고 툇마루에서 막걸리 한 잔 기울이다 보면 고래등 같은 한옥이 부럽지 않다. 그렇다, 이곳에서의 ‘툇멍’ 핵심은 지리산 맑은 공기를 곁들인 술이다. 

 

술이 당기지 않는다면 차를 마셔도 좋다. 도보 10분 거리에 소식다료라는 찻집이 있다. 일본 호지차를 전문으로 다룬다. 원하는 타입을 선택하면, 티 소믈리에 출신 주인이 손수 차를 내려준다. 참고로 이곳에서도 한옥스테이가 가능하다. 

주소: 전라남도 구례군 봉북회관길 11-1 

글·사진 송현주 객원기자

송현주
책과 영화, 차와 술, 여행, 사람을 좋아하는 이야기 채집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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