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8

『스위스 예술 여행』, 9월 취리히 디자인 위크 전에 읽는 가이드

프라이탁 스토어부터 비트라 뮤지엄까지 꼭 가봐야 할 스위스 명소

스위스는 매년 예술과 디자인으로 세계의 이목을 끈다. 바젤에서는 6월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아트 바젤(Art Basel)이 열리고, 취리히에서는 9월 4일부터 14일까지 취리히 디자인 위크(Zurich Design Weeks)가 진행된다. 도시 전역을 무대로 전시, 워크숍, 디자인 투어 등의 프로그램과 함께 전 세계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모인다. 

 

바젤은 프랑스·독일과 국경을 맞닿은 북서부 도시로, 세 나라를 잇는 관문이자 유럽 문화 교류의 중심지다. 바젤은 ‘아트 바젤’을 통해 예술 도시로서 입지를 굳혔다. 반면 취리히는 스위스 중북부, 취리히호수 북서쪽 끝에 자리한 금융과 교통의 허브다. 국제공항과 중앙역을 통해 유럽 주요 도시와 연결되며, 글로벌 브랜드와 디자인 스튜디오가 밀집한 ‘디자인의 도시’로 불린다.

© Courtesy Art Basel

2025년 출간된 『스위스 예술 여행』은 미술관·디자인 스튜디오·호텔·카페·공방 등 스위스 전역의 예술 공간을 담은 여행 안내서다. 저자 윤서영은 문화 전문 기자이자 전 스위스 대사관 문화공보담당관으로 오랜 시간 현지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집필했다. 도시의 역사와 공간의 디테일 창작자의 목소리를 엮어 현지인조차 쉽게 찾기 어려운 장소들을 소개하며, USM CEO 알렉산더 셰러를 비롯한 건축·디자인계 인사들의 인터뷰와 추천 명소도 함께 담았다.

 

그렇다면 스위스는 언제부터 ‘디자인 강국’으로 불리게 되었을까. 그 배경에는 특유의 환경이 있다. 천연자원이 풍부하지 않았던 탓에, 디자이너들은 한정된 재료로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드는 법을 익혔다. 시계 산업이 대표적이다. 작은 부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몇 주씩 정밀하게 작업하는 태도는 오래 써도 변치 않는 내구성과 품질로 이어졌다. 이런 맥락에서 스위스 디자인은 화려함보다 기능과 안정성을 중시한다. 눈에 띄기보다 오래 곁에 머무르는 ‘섬기는 디자인’, 재스퍼 모리슨이 표현한 ‘쓰임새로 완성되는 디자인’이 바로 그 힘이다. 이런 철학이 스위스 공간에 녹아 있다.

프라이탁 컨테이너 타워 & 공장

Freitag Tower

© freitaglab

트럭 방수천을 재활용해 만든 가방으로 전 세계 친환경 디자인의 상징이 된 프라이탁. 내구성과 개성 있는 색감으로 재활용 소재의 한계를 매력으로 바꾼 이 브랜드를, 취리히에서는 두 가지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다. 도심 한복판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19개의 컨테이너를 수직으로 쌓아 올린 건물로, 거친 금속 외벽과 층층이 진열된 가방이 브랜드 철학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매장 안에서는 업사이클링 소재 특유의 질감과 색감이 한눈에 들어오고, 층마다 다른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다.

 

또한 취리히 외곽 오얼리콘 지역에 있는 본사 공장에서는 매달 첫째 주 수요일 오후 2시 ‘프라이탁 팩토리 투어’를 운영한다. 방수천 세척, 재단, 봉제까지 이어지는 제작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면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 말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프라이탁 플래그십 스토어 Geroldstrasse 17, 8005 Zürich
프라이탁 공장 (F-actory, 본사) Binzmühlestrasse 170b, 8050 Zürich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 캠퍼스

Vitra Design Museum

전 세계 디자인 애호가라면 한 번쯤 발걸음을 멈추는 곳. 스위스 바젤 인근에 본사를 둔 가구 브랜드 비트라(Vitra)가 만든 전시·건축·체험 복합 공간이다. 바젤에서 차로 약 20분, 독일·스위스·프랑스 세 나라 국경이 맞닿은 지대에 자리한다.

뮤지엄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설계로 완성됐다. 이 밖에도 테이트 모던과 베이징 올림픽 스타디움을 설계하며 2001년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은 헤르초크 & 드 뫼롱(Herzog & de Meuron), 포르투갈 현대 건축의 거장 알바로 시자(Álvaro Siza), 곡선미의 대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 미니멀리즘의 상징 안도 다다오(Tadao Ando)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건물이 캠퍼스 곳곳에 들어서 있다.

비트라는 1950년대 인테리어 시공업체로 출발해, 20세기를 대표하는 가구 디자인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대표작인 Eames Lounge Chair(찰스·레이 임스, 1956)는 우아한 곡선과 인체공학적 설계로 ‘현대 가구 디자인의 혁명’이라 불린다. 박물관에서는 매년 최대 10개의 전시가 열리며, 임스 의자부터 알렉산더 지라르드의 컬러풀한 텍스타일까지 가구와 디자인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캠퍼스 투어를 신청하면 각 건물의 설계 의도와 비트라의 디자인 철학을 직접 들을 수 있다. 건축, 가구, 전시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이곳은 단순히 ‘보는’ 박물관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디자인을 체험하는 공간이다.

주소 Charles‑Eames‑Straße 2, D‑79576 Weil am Rhein, Germany

 

25아워스 호텔 취리히 웨스트

25hours Hotel Zürich West

감성적이면서도 기능적인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은 스위스 디자이너 알프레도 헤베를리(Alfredo Häberli)가 설계한 호텔. 그는 ‘옛 호텔들처럼 컬러풀하면서도 현대적일 수 없을까’를 고민하며, 보라·초록 등 과감한 색채를 사용해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취리히에서 오래 살아온 디자이너로서 호텔 곳곳에 도시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았다. 벽면에는 취리히 대성당과 길드 깃발 등 도시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배치돼 있고, 객실마다 취리히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 요소가 숨어 있다. 리셉션에서는 자전거를 대여해 호텔에서 시작하는 도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저는 스타일이 없어요. 트렌드를 좇지 않아요. 어떤 제품을 만들든 2~3년은 걸리기 때문에 유행을 따라갈 수 없죠. 그보다 앞서가야 하니까요. 하지만 동시대성이 있어야 합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물건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야 하죠. 결국은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니까요. 제가 아니라 남을 위해 디자인하는 거니까 사용하는 사람들이 편안해야 해요. 그리고 제 디자인을 보고 ‘저건 헤베를리 거다’라고 알아채지 못했으면 좋겠습니다.”

— p22 알프레도 헤베를리 인터뷰

주소 Pfingstweidstrasse 102, 8005 Zürich

돌더 그랜드 호텔

 The Dolder Grand

취리히 도심에서 차로 10분, 알프스와 취리히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한 돌더 그랜드 호텔은 ‘머무는 미술관’이라 불린다.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 조각, 장 탱글리의 기계 조형물, 니키 드 생팔의 화려한 설치미술이 로비와 복도 곳곳에 놓여 있어 전시관에 들어선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작품 옆에는 QR코드가 부착되어 있어 간단히 스캔하면 작가와 작품 설명을 확인할 수 있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라운지나 바에서 차를 마시며 ‘호텔 속 미술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도심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 반나절 정도 여유를 두고 방문하면 좋다.

 

주소 Kurhausstrasse 65, 8032 Zürich

 김지오 기자

자료 제공  안그라픽스

김지오
자기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와 사람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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