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소식을 엄선하여 받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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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3

미래에는 어떤 소재가 인기를 얻을까?

친환경, 지속가능성을 골자로 한 소재들
점차 심각해지는 환경 오염으로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 변화가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늘어나는 매연으로 공기가 오염되고, 무분별하게 버려진 폐플라스틱 등으로 토양과 수질이 급격하게 오염되며 우리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 이제는 우리의 삶을 위해서라도 환경을 보호해야 할 때가 왔다.
이미지: plasticcollectors 홈페이지

디자인 업계는 기후 변화를 걱정하며 더 나은 환경을 위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서 ‘소재’를 빼놓을 수 없다. 제품, 인테리어, 패션, 건축 등 모든 분야의 디자인을 시작하고 완성하려면 필수로 들어가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이루는 아이디어가 아무리 친환경이라 한들, 제조·유통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소재를 사용하게 된다면 의미가 없다. 환경에 영향을 덜 주면서 기존의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가 개발되고, 폐기물을 활용하는 소재가 개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지: messe frankfurt 홈페이지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올해 초 진행된 세계적인 텍스타일 페어 하임 텍스틸(Heimtextil)에서는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이 주제가 되었다. ‘텍스타일 매터(Textiles Matter)’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 이 페어에서는 가정 및 사무 가구 부문에서 직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및 생산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페어와 더불어 눈여겨 봐야할 점은 국제 트렌드 위원회에서 선정한 2023년/2024년 트렌드였다.

 

자연에 긍정적인 솔루션 프레임워크로서 순환 경제는

상호 연결된 생물 다양성과 기후 비상 사태에 대한 답을 제공합니다.

선도 기업은 그것이 제공하는 기회를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이제 순환 혁신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 순위입니다.

엘렌 맥아더 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

이미지: messe frankfurt 홈페이지

이들은 텍스타일 분야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달성하기 위해 순환성(Circularity)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순환 시스템에서 재료는 계속해서 용도를 변경하면서 사용할 수 있으며, 이런 순환을 통해 지구의 자원을 보다 적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텍스타일의 재료 순환과 더불어 지속 가능성 전략에 대한 방안으로 제시된 트렌드는 크게 두 개의 큰 주제로 나누어졌으며, 큰 주제 아래 각각 두 개의 테마가 선정되었다. 

선정된 두 개의 테마는 소재의 성질과 특징에 따라 ‘기술적인 순환(The technical cycle)‘과 ‘생물학적 순환(The biological cycle)‘로 나누어졌다. 기술적인 순환에서는 최적으로 재활용될 때 품질의 손실 없이 여러 번 재사용될 수 있는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플라스틱, 철과 같은 소재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생물학적인 순환에서는 사용이 다 되면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자연에서 나온 유기 물질들에 대해 다뤘다.

이미지: messe frankfurt 홈페이지

기술적인 순환에서는 ‘제작 및 리메이크(Make and Remake)’와 ‘계속되는(Continuous)’ 테마가 선정되었다. ‘제작 및 리메이크’ 테마에서는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재생 직물의 활용성에 대해 주목한다. 오버프린팅, 재염색(overdyeing), 브리꼴라주(bricolage), 콜라주, 패치워크 등과 같은 기술을 통해 더 다채롭고 창의적인 소재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기술들은 기존 소재의 수명을 연장할 수도 있어 유용하다. 

 

‘계속되는’ 테마에서는 재료가 새로운 제품으로 반복해서 재활용될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와 ‘폐쇄 순환(closed-loop)’* 제조 방식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 테마에서는 재생 섬유 기술, 폐섬유를 재방사하고 재료 조각을 융합하여 새로운 복합 재료와 직물을 제조하는 기술 등 생각보다 다양한 기술이 환경을 위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제조 공정에서 나온 폐기물을 처리해서 재활용하는 시스템
이미지: messe frankfurt 홈페이지

생물학적인 순환에서는 ‘지구로부터(From Earth)’와 ‘네이처 엔지니어드(Nature Engineered)‘ 테마가 선정되었다. ‘지구로부터’ 테마에서는 천연 자원의 잠재력을 탐구하는 디자이너들이 선보이는 결과물에 주목한다. 기존보다 덜 가공된 천연 재료를 사용하게 되면 재료 본연이 가지는 따뜻함과 순수함을 느낄 수 있으며, 재활용도 보다 간단해진다. 

 

‘네이처 엔지니어드’ 트렌드에서는 그와 반대로 기술을 이용해 천연 자원이 가진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하고 있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균사체 및 박테리아 셀룰로오스와 같은 대체 천연 소재가 이 트렌드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이런 소재 연구를 통해 건축, 자동차, 인테리어 디자인 등과 같은 산업을 혁신할 수 있는 잠재력을 높일 수 있음을 알리고 있다. 하임 텍스틸이 선정한 트렌드들을 보면, 친환경을 고려하면서 디자인 분야의 향상을 돕는 소재들이 계속해서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지: studio yumakano 홈페이지

직물을 중심으로 하는 텍스타일 분야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소재가 개발되고 있다. 특히 인테리어 분야에서 선보이는 소재들이 매력적이다. 이런 소재들은 생산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했던 부분들을 활용할 수 있어 보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미지: studio yumakano 홈페이지

일본 디자이너 유마 카노가 선보인 새로운 유형의 목재인 ‘포레스트 뱅크(ForestBank)’는 버려진 나무 조각, 잎, 나무 껍질, 씨앗, 흙 등, 기존의 가구 시장에서 쓸모없다고 버려지는 나무 부산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부산물에 수성 아크릴 수지를 넣고 섞어 만든 소재는 매 해, 매 계절마다 버려지는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패턴이 만들어지는 희소성이 있다. 디자이너는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소재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주변 산림의 상태를 함께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미지: studio yumakano 홈페이지

포레스트 뱅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로변, 공원, 정원, 목재공장 등 도시의 다양한 곳에서 나무 부산물을 모을 수 있지만, 이는 숲에서도 수집이 가능하다. 자연스럽게 숲을 관찰하며 숲에서 나오는 것들로 집을 구성하거나 집을 꾸밀 수 있는 친환경 소재를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는 앞서 소개한 하임 텍스틸에서 강조한 순환성과도 결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미지: amtico 홈페이지

영국 바닥재 회사, 앰티코(Amtico)는 종이 펄프에서 파생된 재생 가능한 원료를 활용하여 만든 LVT, ‘앰티코 바이오(Amtico Bio)’를 선보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LVT는 ‘럭셔리 비닐 타일(Luxury Vinyl Tile)’의 줄임말로 나무, 돌과 같은 천연 소재의 질감을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으며, 첨단 코팅 기술이 적용되는 등 기존에 많이 쓰이던 데코 타일의 단점들을 보완하고 발전시킨 바닥재이다.

이미지: amtico 홈페이지

앰티코 바이오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제지 펄프 공정의 유기 부산물 중 하나를 활용하여 만든 에틸렌을 소재로 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이를 통해 기존의 LVT 제조 과정보다 90% 이상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지침에 부합하는 지속가능성 및 저탄소 제품에 대한 국제인증제도인 ISCC의 까다로운 인증 절차에 합격한 제품인 만큼, 믿을 만한 친환경 바닥재임은 분명하다. 환경을 고려하면서 동시에 고급스러움까지 높일 수 있기에, 앞으로 인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koushi 홈페이지

한편, 지금까지 그저 버려지기만 했던 폐기물에 대해서 재조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서 가리비 산지로 유명한 사루후쓰(Sarufutsu) 마을은 매년 폐기해야 하는 약 4만 톤의 가리비 껍데기로 골치를 앓고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시 화학 공업이 나섰다. 이들은 가리비에 멸균처리를 한 후, 이를 갈아서 가루를 낸 후 재활용 플라스틱과 섞어서 ‘셸스틱(Shellstic)’이라는 소재를 만들어냈다. 단단한 가리비 조각들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기존 플라스틱 보다 내구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이미지: koushi 홈페이지

이들은 셸스틱을 활용하여 건설 현장 등 안전을 위해 필요한 헬멧을 만들었다. 소재의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 가리비 껍데기의 주름을 모방해 만든 헬멧 디자인은 기존보다 내구성을 33%나 향상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현재까지는 헬멧으로만 제작되었지만, 회사 측은 건축 자재로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지: koushi 홈페이지

생각보다 많은 디자이너들과 개발자들이 힘을 합쳐 환경을 위한 소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환경을 고려하지만 기존 자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아니 그보다 뛰어난 소재들이 계속 탄생하고 있다. 이렇게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여 개발된 소재들은 앞으로 더욱 더 많은 호응을 얻으며 우리의 삶을 향상시키는데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민정 객원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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