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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0

오늘, 일상에서 즐기는 전통문화

제1회 뉴트로 페스티벌 <오늘전통>
전통문화는 2023년에도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새해가 되면 떡국을 먹고, 정월대보름엔 부스럼을 깬다. 입춘에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대길’이라는 문구를 문 앞에 붙이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는 전통문화를 현대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한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전시 <오늘전통>이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고 있다.

전통의 현대화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풀기 힘든 어려운 숙제였다. 오랫동안 유지된 전통의 가치를 보존한 채, 현대적인 시선으로 세련되게 표현한다는 건, 마치 “심플한데 화려하게 해주세요.”와 같았다.

 

2023년을 맞이한 우리에게 더 이상 전통의 현대화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수많은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노력과 실험 덕분에 까다로운 대중의 취향을 만족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전통문화들이 등장했다. 이제 사람들은 한복을 입고 일상생활을 누리고, 전통 재료로 만든 가구와 장식품을 집에 두며, 지인과의 모임에서 전통주를 마신다. 이처럼 전통문화는 새로운 옷을 입고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오늘전통>에서는 오늘날, 모든 세대가 즐기는 전통문화를 만날 수 있다. 전시는 현세대가 오늘날의 전통을 창조하고 향유할 때, 지향하는 가치를 5가지로 정리한 후, 그를 바탕으로 전시장을 구성했다.

전통의 세계로 안내할 옥토끼 – 오래오래

전시는 전래동화로 시작한다. 우리 조상들은 달에는 계수나무 아래서 방아를 찧는 옥토끼가 산다고 믿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내려와 아이에게는 꿈을, 어른에게는 추억을 남긴다.

 

메인 홀에 설치된 작품 <달의 41%>는 바로, 이 전래동화를 모티프로 한다. 뒤편에 위치한 모니터에서는 2023 흑묘년을 대표하는 흑토끼가 뛰어다니고, 몽환적으로 구성된 조경/조형물에는 달에서 사는 토끼들이 숨어있다. 우거진 녹음 사이에 있는 옹달샘에 물을 마시러 온 토끼의 모습에서는 어릴 적 흥얼거리던 동요가 저절로 떠오른다.

신나게 전통 놀이 한 판! – 건강하게

정해진 규칙을 따라 신체를 움직이면서 승부를 겨루는 ‘놀이’는 정서를 풍부하게 하고 사회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타인과 면대면으로 마주하고 즐기는 전통 놀이는 더더욱 그러하다. 안타깝게도 수많은 전통 놀이가 스마트폰 게임에 자리를 내주고 있지만, 때때로 우리는 삼삼오오 모여서 윷놀이, 공기놀이, 제기차기를 즐긴다.

 

전통 놀이가 사람들 생활에 더 가깝게 다가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청년 기업가와 디자이너들은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한 전통 놀이 기구를 개발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건강하게’ 섹션에서는 딱지치기를 비롯해 윷놀이, 비사치기, 공기놀이, 팽이치기, 실뜨기, 화가투 등 다양한 전통 놀이를 소개한다. 놀이터처럼 꾸며진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은 직접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전통 놀이의 매력을, 어른들에게는 어릴 적 추억을 떠오르게 할 섹션이다.

먹고 입고 쓰는 전통의 아름다움 – 아름답게

전통문화에서 미(美)는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우리가 전통문화를 지켜야 할 이유 중 하나는 우리 민족만이 지닌 미의식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전통>은 전통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문화로 한지, 한식, 한복을 선택했다.

 

천 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한지는 부드러우며 은은한 매력으로 현대 공예에 잘 활용되는 소재다. 쉽게 찢어지지 않고 변색과 변형에 강하다는 장점으로 각종 생활 소품의 소재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전시는 국내 한지 공방에서 수작업으로 만든 색색의 한지와 함께 그를 활용하여 만든 공예품을 보여준다.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가진 한지를 보며 관람객은 한지의 또 다른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전시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한식을 여러 가지 콘텐츠로 소개한다. 미니어처 모형으로 나만의 한식 도시락을 만들거나, 전통 보자기 매듭을 맺는 방법을 배우면서 한식을 단순히 음식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배울 수 있다. 또한 한식 재료를 손질하고 맛보는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한식도락>은 ASMR로 눈과 귀로도 음식을 맛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한복은 현재 우리 생활에 가장 자연스럽게 스며든 전통문화일 것이다. 이제 고궁 앞에서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고, 한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브랜드도 늘어나고 있다. <오늘전통> 전에서는 개항기 이후의 한복을 재현하여 전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한 한복 근무복을 소개한다. 전시장 한편에는 저고리 위에 덧입는 배자를 입어 보는 체험장도 마련되어 있다.

항상 옆에 존재하는 전통문화 – 쓸모있게

전통문화는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것을 창조할 영감이 되기도 한다.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노력은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이끌어냈고, 덕분에 우리는 전통의 우아함을 잊지 않으면서 현대의 세련미를 담은 전통 문화상품을 만날 수 있었다.

 

‘쓸모있게’ 섹션에서는 현재 청년들이 전통문화와 소재를 바탕으로 개발한 가구, 액세서리, 의류, 생활용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현대 생활에 맞게 재탄생한 전통문화 상품은 유용함까지 갖춰져 있어 사용하기도 편하다. 전시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으면 바로 옆에 위치한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움직이는 전통문화 – 생동하게

전통문화는 현대 기술과 만나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4번째 섹션인 ‘생동하게’에서는 나전칠기, 조선 왕실 보자기, 한글을 주제로 한 미디어 아트 <신색창연>이 상영된다. 대각선으로 비스듬히 나열된 5개의 모니터는 하나가 되어 고주원 감독의 미디어 아트를 비춘다.

 

만개한 매화 위로 새와 나비가 자유롭게 모니터를 이동하며 날아다니고, 조선 왕실 보자기의 문양이 화려하게 모니터에 새겨지며 마지막으로 한글의 조형성을 엿볼 수 있는 영상이 상영된다.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해금과 가야금 운율은 영상 경험을 극대화한다.

올해의 운수를 점쳐볼까! – 행복하게

새해 운수를 궁금해하는 것은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조상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한 해의 운수를 점치고 복과 덕을 나눴다. <오늘전통>은 2023년 첫 달에 열리는 전시답게 새해 결심을 다짐하고 전통 놀이를 통해 한 해의 운수를 보는 ‘복덕방(福德房)’을 마련했다.

 

관람객은 전통 주사위인 주령구 2개를 던져 나오는 숫자와 한글이 만나는 카드를 고른다. 그 카드에는 신년 다짐을 위한 사자성어가 적혀 있다. 재미로 마련된 자리인지 알지만, 말에는 힘이 있어서 카드에 적힌 사자성어를 보고 있자면 괜히 힘이 난다. 전시장 뒤편에는 새해 다짐을 적어서 벽에 거는 ‘작심쓰기’ 코너가 있다. 2023년도 한 달이 훌쩍 지났지만, 글을 쓰면서 자신의 신년 목표를 다시 한번 점검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오늘전통>은 전통의 현대화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통문화를 더 가깝게 느끼도록 도와준다. 특히 전시 작품들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우리 전통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그동안 지원한 결과라 의미가 깊다. 이처럼 박물관의 진열장에서 나와 사람들 생활에 자연스럽게 섞일 때, 전통문화의 역사와 의미는 더 오래 간직되고 유지될 것이다.

허영은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프로젝트
<오늘전통>
장소
문화역서울284
주소
서울 중구 통일로 1
일자
2023.01.19 - 2023.02.26
링크
홈페이지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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