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회인으로서 커피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다. 그래도 가끔, 아니 이제는 자주 커피가 아닌 다른 음료를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동아시아의 좋은 차를 소개하는 맥파이앤타이거는 이럴 때, 차를 권한다. 사람들이 차를 처음에 떠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 평소 차를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맥파이앤타이거는 다양한 방법으로 차와의 접점을 만든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티룸이다. 물이 끓고, 찻잎을 우려내는 과정에 집중해보는 신사 티룸은 그만의 고요한 분위기에 계속 생각나는 곳이다. 차라는 음료를 공간으로 전달하는 맥파이앤타이거가 지난 10월, 성수동에 두 번째 티룸을 오픈했다.
어둡고 고요했던 신사 티룸과 달리, 성수 티룸은 3면이 통유리로 둘러싸여 빛이 환하게 들어온다. 주변의 고층빌딩 풍경이 그대로 보여 마치 뉴욕의 고층빌딩 사이에 서 있는 기분도 난다. 맥파이앤타이거를 알고, 신사 티룸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180도 다른 분위기에 살짝 놀라지만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다 보면 금세 기존에 알던 맥파이앤타이거의 편안하고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차를 마시는 즐거움이라는 핵심 기조만 지킨다면 공간에 맞춰 변신하는 건 언제나 가능해요. 제가 머리 스타일을 바꾼다고 제가 아닌 건 아니니까요.” 다만 성수 티룸에서 보다 더 초점을 맞춘 것이 있다면, 차에는 다양한 즐거움이 있다는 걸 전달하는 거였다. 다도라는 문화 때문에 종종 사람들은 차를 어렵게 여기지만, 사실 차는 우리 곁에 항상 있다. 책을 읽을 때, 일할 때, 친구와 대화를 나눌 때 등. 그래서 성수 티룸은 차를 마시면서 책도 읽고, 일도 하고, 친구를 만나고,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중요했던 건 균형을 맞추는 거였다. 편안한 의자와 테이블의 높이, 불편하지 않을 좌석 수, 적당한 조도 등. 티룸을 준비하는 2개월 동안 팀원들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의견을 나눴다.
성수 티룸은 낮과 밤의 분위기가 다르다. 탁 트인 창으로 빛이 들어오는 낮에는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는 등 차 한잔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일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테이블마다 콘센트를 뒀다. 퇴근 후에는 간단하게 한잔할 수 있도록 조도를 낮추고, 나만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게 어렵게 찾은 스탠드 조명을 뒀다. 맥파이앤타이거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맥파이앤타이거 성수 티룸에서 중요한 요소는 빛이다. “빛으로 공간이 채워지길 바랐어요. 자리마다 빛이 포근히 안아줬으면 했죠.” 이는 자리마다 테이블 조명을 둔 이유가 되었다. 창밖으로 성수동의 어두운 야경이 비추는 밤. 테이블 조명은 성수 티룸을 조용히 감싸준다.
성수 티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매장 중앙의 팔각형 바(Bar)다. 이곳에 앉으면 차를 내리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티룸을 둘러보니 여기저기서 팔각형이 많이 발견된다. 테이블 조명의 갓까지도 팔각형이다. “공간의 장점을 살리면서 약간 한국적인 분위기를 가미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찾은 것이 팔각형 모티프였어요.” 어두운 목재 가구와 팔각형이 만난 바와 인테리어 요소들이 익숙하게 다가왔던 이유가 있었다.
성수 티룸의 또 다른 매력을 보고 싶다면 6층에 위치한 루프탑으로 나가면 된다. 고층빌딩으로 둘러싸인 이 동네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성수동은 건물도 많고 이곳만의 힘이 있는 동네예요. 이럴수록 자연을 느낄 기회가 없어요.” 조경을 담당한 스튜디오 도감은 성수 티룸 루프탑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그래서 계절별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꽃과 식물들을 심었다.
맥파이앤타이거가 이전에 보여줬던 분위기와 다른 만큼, 성수 티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가 있는지도 궁금했다. 맥파이앤타이거의 차는 당연하고, 밀크티 종류가 늘어났다. 밤에 간단히 한잔할 수 있게 차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 메뉴도 있다. 또, 직접 구운 홍차 잎을 넣은 파운드케이크와 쿠키도 선보인다.
이처럼 차의 다양한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맥파이앤타이거 성수티룸은 탁 트인 성수동의 풍경과 하늘을 만끽하면서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작은 부분까지 세밀하게 계산된 공간은 어느 때나 찾아가도 편안하게 나를 반겨준다. 지친 하루, 나에게 집중하고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찾아가고 싶은 장소가 하나 추가되었다.
글 허영은 객원 필자
자료 제공 맥파이앤타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