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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7

부산 영도를 밝히는 아티장 골목

로컬 장인과 브랜드를 품은 아레아식스.
1887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조선소가 들어서면서 눈부신 성장을 이루기 시작한 부산 영도는 2000년대 초반,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기반 시설의 낙후화와 인구 감소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최근 영도는 이전의 영광을 되찾고자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했다. 이 중심에 있는 부산을 대표하는 로컬 기업 '삼진어묵'은 리브랜딩에 성공하여 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삼진어묵은 영도의 도시재생사업을 위해 삼진이음이라는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대통전수방이라는 사업으로 지역 장인을 보존하고 그들의 기술을 젊은 세대에게 전수함으로써 지역 활성화를 이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역 주민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던 삼진이음의 노력은 여러 성과를 이뤄냈다. 그리고 이 성공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사업을 계획하던 삼진이음은 2021년 2월, '로컬을 밝히는 아티장 골목'이라는 컨셉의 복합문화공간 '아레아식스 AREA6'의 문을 열었다.
photo by 윤태훈 | 이미지 제공 : 아레아식스

 

 

Interview 홍순연, 오진선

삼진이음 & 삼진식품 아레아식스 이사
삼진식품 아레아식스 대리

 

 

삼진이음과 대통전수방은 그간 재치 있는 네이밍으로 프로그램의 메시지를 전달해 왔습니다. 그래서 ‘아레아식스‘라는 이름에는 또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오진선 장인을 뜻하는 아티장 Artisan의 A, 재생하다는 뜻이 담긴 RE, 골목을 뜻하는 에비뉴Avenue의 A를 결합해서 만든 이름입니다. 풀어서 해석하면 ‘로컬을 밝히는 아티장 골목’이라는 아레아식스의 컨셉이 담겨 있어요.

홍순연 숫자 6은 기존에 있던 주택 6채를 의미하는 동시에, 봉래시장 상인들의 퇴근시간인 저녁 6시를 의미합니다. 6시라는 시간은 아레아식스의 슬로건 ‘로컬을 밝힌다’와 중요한 접점을 가집니다. 저녁 6시가 되면 바로 옆에 위치한 봉래시장이 문을 닫기 때문에 건물 주변은 어두워지는데요. 아레아식스가 저녁 6시 이후에도 문을 열어 골목을 밝히면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봉래시장도 오랫동안 문을 열어 동네가 활성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담긴 이름이기도 합니다.

 

 

도시재생을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지역 장인’에 초점을 맞춘 점이 독특하다고 느껴졌습니다.

홍순연 지역 장인들이 운영하는 로컬 브랜드가 삼진어묵처럼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그들이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기술 노하우와 마케팅 전술을 이어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방법이 없었습니다. 만약 장인의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으면, 언젠가 이곳에서 또 다른 삼진어묵이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 ‘대통전수방’입니다. 전수를 받은 젊은 장인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잘 해내면 그만큼 지역만의 성격도 명확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아레아식스의 컨셉 ‘로컬을 밝힌다’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홍순연 여러 차례 컨셉 회의 끝에 내린 결론은 새로운 것을 찾지 말고 그동안 우리가 잘했던 일을 보여주자는 것이었습니다. 삼진이음은 판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을 엮는 작업을 잘 하는 팀입니다. 그래서 장인과 장인을 아티스트로 봐주는 사람들이 모이는 플랫폼을 우리가 있는 골목에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photo by 윤태훈 | 이미지 제공 : 아레아식스

 

삼진이음은 그동안 대통전수방 사업으로 영도의 지역 활성화를 이끌어왔습니다. 이에도 부족함이 없었는데, 아레아식스라는 새로운 공간을 기획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홍순연 아레아식스 옆에 위치한 삼진어묵 본점은 부산 최초의 어묵공장으로, 한 해 방문객 수가 최대 백만 명, 평균 60~80만 명이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점점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요. 이는 사람들이 신선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를 삼진어묵만의 문제로 볼 것인지, 아님 지역과 연결해서 해결할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후자를 택했습니다. 아레아식스와 같은 새로운 공간의 등장은 유입 동선을 다각화한다는 점에서 삼진어묵과 지역 모두에게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아레아식스는 삼진어묵과 봉래시장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방문객의 동선을 확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 전통 문화와 공예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취 프로젝트' © AREA6
부산식 프리미엄 건어물 브랜드 '인어아지매'. 로고부터 공간 브랜딩까지 삼진이음과 함께 진행했다. © AREA6
크리에이터의 아트포스터를 기록하고 판매하는 '칼럼니스트' © AREA6

 

입점한 9개의 브랜드는 전부 부산의 로컬 브랜드인가요?

홍순연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로컬이라는 개념을 다르게 해석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산을 기준으로 보면 서울 역시 로컬이 됩니다. 이런 관점으로 부산이 아니더라도 각 지역을 바탕으로 시작한 로컬 브랜드라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덕분에 취프로젝트(서울)와 WSL(경기)이 입점할 수 있었습니다.

 

 

로컬 브랜드, 지역 장인을 위한 공간만 만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성장을 돕고 응원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홍순연 대통전수방 사업을 하면서 로컬브랜드와 지역 장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데이터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브랜드 컨설팅 겸 멘토링 프로그램 ‘르봉 브랜딩 학교’는 장인의 기술을 전수받은 청년들이 브랜드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느껴 창업을 망설인다는 의견을 듣고서 시작했습니다. ‘봉짝 프로젝트’는 시장 상인의 어려움을 듣고 시작한 것으로, 상인과 디자인 전공생을 연결하여 상점을 리브랜딩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런 프로젝트들을 통해 누적된 경험치는 아레아식스 운영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현재 아레아식스에서는 매달 간담회를 통해 브랜드별 매출 추이를 분석하고 운영에 대한 의문과 해결책을 함께 고민합니다.

 

M마켓에 참가한 셀러들의 상품을 상설로 구매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M마켓 편의점' © AREA6
72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송월타올'. 삼진어묵처럼 부산을 대표하는 로컬 기업이다. © AREA6

 

지역재생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로컬 브랜드의 성장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과의 소통도 중요합니다. 이는 어떻게 해결했나요?

홍순연 처음에는 봉래시장 상인들도 우리가 금방 떠날 사람이라며 마음을 잘 주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지난 5년 간 자리를 지키며 그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지역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하는 걸 보고 우리의 진심을 알아주셨습니다. 이제는 상인들이 먼저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하고 대통전수방과 아레아식스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실 만큼 소통이 잘 되고 있습니다. 도시재생사업은 단기간에 성장하고 사람들에게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동네 정서와 호흡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photo by 이한울 | 이미지 제공 : 건축사사무소 가가호호
photo by 이한울 | 이미지 제공 : 건축사사무소 가가호호

 

앞으로 아레아식스가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나요?

오진선 뻔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로컬 브랜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 역시 여행을 가면 여러 공간을 방문하는데요. 낯선 외부인이 현지인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많이 어렵다는 걸 느꼈습니다. 적어도 아레아식스에서는 로컬 브랜드의 노력을 공간과 제품으로 느끼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홍순연 종종 아레아식스에 입점한 브랜드들이 삼진어묵을 잇는 로컬 기업이 되는 상상을 하는데요. 아레아식스가 성장 기반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쌓은 대통전수방의 노하우가 발현되는 공간이 되어 전국의 로컬 브랜드가 인사이트를 얻고, 크리에이터와 창업자가 성장을 꿈꾸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차후 창업 투자자와 관련 종사자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공간 기획 삼진이음
공간 운영 아레아식스 운영센터
공간 설계 오승태(건축사사무소 가가호호)

 

 

허영은

장소
아레아식스 (부산 영도구 태종로105번길 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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