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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31

이솝이 브랜드 경험을 전하는 방식

‘키클로스 캠페인’ 돌아보고, ‘하비스트 캠페인’ 살펴보기
이솝 매장에는 브랜드의 전반적인 태도와 포부가 배어 있다. 각 매장은 개별적인 특색이 있지만, 순환 및 재생 원리를 적용한 디자인을 공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리모델링 또는 폐점의 경우에 발생하는 자재와 가구는 다른 한 곳에서 재사용되어 수명을 연장하고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있다.

이솝(Aesop)은 환경에 대한 꾸준한 태도로 진정성을 전하고 있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다. 전 세계적으로 화장품에 대한 동물 실험이 금지되기 훨씬 전에 동물 실험을 단호하게 반대해 왔다. 국제동물권리단체인 페타(PETA·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려는 사람들)의 크루얼티 프리-비건 인증받는가 하면,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친화적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솝은 같은 가치관을 지향하는 기업들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으며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힘쓴다. 아울러 이솝의 내부 윤리적 소싱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공급업체가 환경적으로 책임 있는 프로세스를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자료 제공: Aesop

포장에 대한 이솝의 접근 방식은 일관적이다. 용기의 기능을 살리는 동시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 이솝의 포장 용기 중 일부는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유리 용기에 비해 플라스틱의 탄소 배출량이 적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이솝이 사용하는 대부분 플라스틱은 최소 97%의 재활용 자재로 구성된 재활용 PET 소재라는 것. 이는 완전히 새로운 재료로 만들어진 용기보다 훨씬 적은 풋 프린트(footprint)*를 가지는 점이 특징이다. 이솝은 2020년 말까지 자사 플라스틱 용기 80%를 재활용 PET로 제작했으며, 2022년까지 90%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 한 개인이 사용하고 폐기한 플라스틱의 총량

지속가능한 브랜드 가치를 향한

이솝의 세 가지 접근 방식

 

스토어 디자인, 원료, 패키징

이솝 키클로스(Aesop Kyklos) 캠페인

이솝은 지난 8월 15일까지 지속가능한 기업의 가치를 전하는 ‘키클로스(Kyklos)’ 캠페인을 열었다. 고대 그리스어로 ‘Circle’, 순환을 뜻하는 이 캠페인명처럼 이솝은 순환 과정과 공급에 관한 목표를 통해 이솝의 과거와 현재, 미래 비전에 대해 차례로 이야기했는데, 이를 위해 한국 스토어 3곳을 선정했다. 스토어 디자인은 이솝 성수점에서, 성분은 이솝 가로수길에서, 패키징은 이솝 삼청점에서 다뤘다. 이솝 키클로스는 지속가능한 삶을 창의적으로 그린 행사로, 순환과 재생을 지향하는 이솝의 브랜드 철학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솝 성수 | 스토어 디자인

Aesop Seongsu | 자료 제공: Aesop

2021년 12월 오픈한 이솝 성수는 자연적으로 단열 효과가 뛰어난 흙벽, 철거된 현지 건축물에서 조달한 목재, 내부의 정원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담는 공간이다. 이는 이솝의 미래 비전을 상징하는데, 분주한 도심 속에서 지나쳤던 자연의 소중함과 존재를 되돌아보도록 이끌 뿐만 아니라 스토어 디자인과 비주얼 머천다이징 측면에서도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창의적 접근을 끊임없이 개발한다.

이솝 성수 스토어의 정원을 디자인한 이대길 정원사와의 협업을 통해 실제 정원 구상 시 영감을 받았던 곳을 직접 채음하여 사운드 트랙을 설계했다. 스토어 내 이대길 정원사의 사운드트랙을 깊이 있게 감상해볼 수 있도록 했다. 분주한 도심 속에서 지나쳤던 자연의 소중함과 존재를 되돌아보도록 제안한 것이다. | 자료 제공: Aesop

이 일을 시작했을 땐 플라워 인스톨레이션 같은 작업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제가 만든 작은 정원에 자꾸 생명이 드는 거예요. 이름 모를 벌레가 모여요. 달팽이도 생기고요. 지렁이 분변토 흔적도 있어요. 생명이 움트는 자연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그 자체로 정말 아름답더군요. 딱히 제가 뭘 하지 않아도요.

이솝 성수점의 정원을 구상하고 설계한 이대길 정원사

이솝 가로수길 | 원료

Aesop Garosugil | 자료 제공: Aesop

이솝은 제품을 개발할 때, 원재료의 효능 뿐만 아니라 지구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신중히 고려한다. 이솝의 모든 재료는 비건 프렌들리 제품으로, 윤리적 소싱 프로그램에 기반하여 식물성 재료와 연구실에 제조된 성분을 폭넓게 조사하여 사용한다. 이솝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원에서 유래한 원재료를 활용하거나 자연적인 성분 비중을 95%로 높이고, 생분해가 가능한 린스오프 포뮬레이션의 제품 비중을 95%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한다고 전했다.

이솝은 키클로스 캠페인을 기념하여 가로수길 2층에 강남구 일대에서 버려진 나뭇가지를 수집해 둥지모양의 설치물을 제작했다. | 자료 제공: Aesop

한편, 이솝 가로수길에서는 강남구 공원과 가로수에서 수집한 나뭇가지를 이용해 설치물을 제작하기도 했다. 둥지 모양 디자인으로, 이 나뭇가지들은 행사 이후 해체하여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이솝 삼청 | 패키징

삼청동 주변에서 사용하지 않는 폐비닐을 수거하여 김지선 작가와 함께 화병을 만들었다. 이솝의 패키징 접근법을 제시한 것. | 자료 제공: Aesop

이솝은 패키지에서 기능적이며 과하지 않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완전 순환형 패키징을 완성하기 위해 이솝 삼청점에서 청사진을 그렸다. 삼청점 일대에서 수거한 폐비닐을 활용해 화병을 제작한 것. 김지선 작가의 디자인이 담긴 이 오브제는 일회용 재료의 순환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현재 이솝은 97% 포스트컨슈머 재활용 플라스틱(post-consumer recycled plastic)을 사용하고 있으며, 시즈널 기프트 키트와 같은 일부 제품에는 100% 재활용 펄프와 FSC 인증 카드 등을 도입했다. 뿐만 아니라, 2021년부터 멜버른의 이솝 사우스 야라에서 매장 리필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올해 7월부터 순차적으로 린스 앤 리턴을 통해 고객들이 이솝 패키징을 재활용할 기회를 제공한다. 패키징 폐기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마련한 제도다. 연말까지 한국의 더 많은 스토어와 매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하비스트(Harvest) 캠페인: 두드림 끝에 맞이한 결실

Aesop Harvest 2022 Samcheong | 자료 제공: Aesop

한편, 다가오는 추석을 기념한 이솝 하비스트 캠페인이 눈길을 끈다. 매년 진행되는 이 캠페인은 한국 고유의 명절인 추석의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기획된 행사다. 올해는 방짜유기장 이지호 작가의 작품을 통해 한가위를 기념한다. 놋을 달구고 두들겨 만드는 방짜유기는 인내 끝에 결실을 보는 삶을 은유한다. 뜨거운 온도와 망치질로 빚어진 금빛 작품에는 쉽게 휘거나 깨지지 않는 장인의 신념과 시간의 가치가 깃들어 있다.

Aesop Harvest 2022 Garosugil | 자료 제공: Aesop

올해 캠페인에서는 방짜유기 작품 뿐만 아니라, 뜨거운 온도에 거뭇하게 구워진 기물과 표면을 깎아낼 때 금빛 실처럼 분쇄된 가루 등으로 완성한 인스톨레이션을 선보였다. 가로수길, 한남, 삼청, 성수 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가로수길 2층에서는 하비스트 캠페인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별도 예약은 필요하지 않다. 오는 9월 18일까지.

김세음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이솝

김세음
글쓰기를 즐기는 디자인 전공자.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아름다움과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면면이 조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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