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김홍도 캐릭터 만들기

평양감사 환영식에서 술을 얻어먹고 거나하게 취한 선비(<평양감사향연도>), 서당에서 훌쩍거리는 학생과 꾸중해 놓고 측은해하는 훈장(<서당>) 등 김홍도는 서민들의 생활상과 그들 생업의 이모저모를 구수하고 정감있게 그려냈다. 박진감 넘치는 구성에 세밀하게 묘사된 인물들의 표정 및 행동은 당시 생활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한편, 현대인의 그것과 닮아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SNS를 통해 전파되던 김홍도의 심상치 않은 인기에 주목한 건 문화재청 산하의 법인 한국문화재재단이다. 한국문화재단은 10월 16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국내 최대 궁궐 전통문화 축제 ‘궁중문화축전’을 홍보하기 위한 온라인 이벤트로 김홍도의 풍속화에서 영감을 받은 웹사이트를 공개했다. 이름하여 <모두의 풍속도>. 국내 디자인 에이전시 스투키 스튜디오가 디자인을 맡은 이 웹사이트는 참여자가 표정과 인물을 직접 설정해 김홍도 풍속화 속 인물 같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현재 SNS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모두의 풍속도 캐릭터들에서 파생된 많은 ‘유머짤’들이 올라오며 <모두의 풍속도>는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모두의 풍속도> 페이지에 접속하면 조선시대 나라에 필요한 그림을 그리고 관장했던 관청 ‘도화서’ 직원이 등장해 그림 그리기를 안내한다. 동작, 옷, 머리 모양, 피부색, 표정 등을 자유롭게 선택하면 ‘김홍도 풍’ 나만의 캐릭터가 완성된다. 선비, 주모, 기생, 머슴 등 신분도 다양하다. 만들어진 캐릭터는 카카오톡 프로필 등으로 활용하고 SNS에 공유할 수 있도록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오는 11월 10일 이벤트가 종료되면 전체 참여자들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모두의 풍속도> 최종 이미지가 공개된다.

이번 이벤트를 기획한 한국문화재재단은 김홍도의 풍속화가 온라인에서 재미있게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한다. 인물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캐릭터가 많이 소비된다는 장점을 활용해 2021년 현대 궁궐을 배경으로 한 풍속화를 만들었다는 것. 특히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유명 춤 ‘디귿 춤’을 패러디한 동작을 고를 수도 있는 등 현대적인 트렌드를 조합해 친근함을 더했다. “조선시대 내 모습은 이랬을 것 같다”. 네티즌들의 유쾌한 상상과 주접(?)을 이끌어 내는 <모두의 풍속도>는 29일 현재 30만 명 가까이 참여했을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홍도 화백이 보았다면 “참 재미있다”고 박장대소하지 않았을까. 참여는 이곳에서, 11월 10일까지.

기획 한국문화재재단, PRM, 스투키 스튜디오

웹사이트 기획 및 제작, 일러스트 디자인 스투키 스튜디오

글 유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