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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5

초록 숲 위 클래식 감성을 칠하다

패션 에디터가 론칭한 레저웨어, 그리니치.
그린 위에서 편하면서도 클래식하고 세련된 의상을 전개하는 그리니치(GREENICH)가 론칭했다. 그리니치를 선보인 디자이너 서석빈은 패션 에디터와 엔터테인먼트 비주얼 디렉터를 지낸 이력의 소유자. 명품부터 디자이너 브랜드, 기성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다루었고, 화려한 무대 위 아이돌의 비주얼을 완성해내온 그녀가 디자이너로 처음 선보이는 브랜드란 어떤 모습일까. 일상과 레저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리니치의 첫 컬렉션 이야기를 들어본다.
Ⓒ그리니치

 

 

Interview with 서석빈

그리니치 대표

 

패션 에디터와 엔터테인먼트 비주얼 디렉터를 지냈다죠?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다양한 성격의 패션 매거진에서 패션 에디터로 근무했어요.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의 패션 디렉터를 거쳐, FNC 엔터테인먼트에서 비주얼 디렉터로 약 5년간 일했습니다. 소속된 전체 아티스트들의 앨범 컨셉 및 스타일링을 디렉팅하고 여러 매체와 협업해 이미지를 만드는, 말 그대로 외부로 보여지는 모든 비주얼을 완성하는 업무였죠. 현재도 그리니치 브랜드 전개와 더불어 프리랜서 에디터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그리니치

 

그리니치는 활동적인 움직임과 편안한 일상을 위한 ‘레저웨어’를 표방하고 있어요.

코로나 시대로 맞이하게 된 많은 변화들 중 하나가 사람들이 본인 스스로의 시간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보는데요. 일도 열심히 하지만 취미나 여가생활도 열심히 하는거죠. ‘레저웨어’ 라는 개념은 그 두 시간 모두를 아우르며 밸런스를 맞추는 스타일이 될 거라 여겼고, 이를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레저웨어’란 생소한 단어도 실은 그리니치가 명명하고 있는 일종의 스타일 언어예요. 라이프스타일 웨어는 너무 캐주얼하고, 골프복이나 테니스복은 전형적이거나 트랜디하지 않은데다, 일반 스포츠웨어는 클래식하지 않거든요. 그리니치는 이것들을 조금씩 버무려 스타일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장르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니치

 

본인도 운동을 꽤 즐긴다고 들었어요.

브랜드를 처음 구상하게 된 것도 제가 골프를 배우면서부터예요. 현재는 다양한 스타일의 골프복이 제안되고 있지만 불과 2-3년전만 해도 전형적인 기능성 스포츠웨어만 존재했거든요. 제 입맛대로 입을 수 없으니 멋이 나지 않았어요. 게다가 가격도 너무 비싸잖아요. 한달에 겨우 2-3번 라운딩을 나갈 수 있는 직장인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창구가 너무 작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이걸 입고 골프를 칠 수 있을까’가 옷을 고르는 기준이 되더라요. 테니스나 배드민턴 같은 다른 레저를 즐기는 주변 친구들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구요. 자연스럽게,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옷을 내가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니치

 

패션 에디터나 비주얼 디렉터로 일할 때와 직접 브랜드를 만들고 디자인하는 입장은 좀 다르던가요?

남들이 안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웃음). 첫 시즌이라 들뜬 나머지 평소에 생각했던 다양한 디테일, 배색, 소재, 형태 등등을 총 망라했는데요. 덕분에 정말 많은 공장으로부터 퇴짜를 맞았습니다. 공정이 어렵거나 단가가 맞지 않거나, 한마디로 그들 입장에서 굉장히 수고로운 것들이었어요. 이유를 납득해도 포기가 안되더라구요. 저는 트랜디한 매거진 업계부터 커머셜한 소비층을 둔 엔터테인먼트 시장까지 두루 겪었으니 그 중간을 맞출 수 있다고 자만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세상 모든 디자이너에게 존경을 넘은 경외심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투쟁 끝에 맞이한 첫 시즌은 흡족해요.

Ⓒ그리니치

 

그리니치(GREENICH)의 철자에 그린(GREEN)이라는 단어가 눈에 띕니다.

저는 도심 건물 숲에 박혀 일에 몰두하는 시간을 줄곧 보냈는데요. 골프를 배우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연이 주는 안정감과 광활함’에 번번히 빠져들었거든요. 덕분에 전형적인 올빼미형임에도 새벽4시에 일어나 라운딩을 갔습니다. 이슬이 맺힌 숲에 머물 때의 싱그러움, 잔디를 걸을 때의 서걱거림, 해가 지고 뜰 때의 황홀한 광경. 그런 자연이 주는 풍만한 감성을 브랜드에 담길 바랐어요. 그래서 처음 브랜드를 구상할 때부터 이름에 그린(GREEN)이라는 단어가 꼭 있었으면 했습니다. 슬로건으로 쓰고 있는 ‘Thank you green much’도 같은 맥락에서 왔죠.

 

시간의 표준점인 그리니치 천문대와는 무관한 거군요(웃음).

우스개로 레저웨어의 표준시를 제시하자, ‘GREEN+RICH’의 조합이다, 말하곤 하는데요. 그것보단 편히 불리고 기억에 잘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클래식한 감성이 담긴 편안한 이름으로 느껴지길 바랍니다.

 

Ⓒ그리니치

 

이쯤되니 디자이너 서석빈의 패션 철학을 묻고 싶어집니다.

거창한 디자인 철학은 없어요(웃음). 제 취향은 그리 고상하지도 않고요. 다만 패션이란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도 있는 하이패션에 대한 해석, 유행이라 쓰고 개성이라 부르는 경향, 트랜드의 흐름이란 것을 표현해야 할 때도 그 옷, 스타일링, 모델, 아티스트가 기본적으로는 ‘아름답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로 그런 점에서부터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가 시작되는 거겠죠?

그리니치의 플리츠 스커트를 입고 오전에는 골프나 테니스를 치고, 오후에는 업무를 보고, 저녁에는 디너를 할 수 있을까 상상해요. 예쁜 옷은 많이 입혀져야 하니까요. 그리니치의 옷은 어디서든 “예쁘다”고 생각되면 좋겠고, 입었을 때 더욱 아름답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리니치는 시즌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요. F/W 시즌인 론칭 라인에도 반팔과 반바지가 가득합니다. 여름에 겨울에 있고, 겨울에 여름에 있는 세상이잖아요.

 

Ⓒ그리니치

 

다음 시즌에 대한 계획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그리니치를 관통하는 전체적인 키워드는 클래식(Classic), 심플(Simple), 웨어러블​(Wearable), 캐주얼(Casual) 인데요. 첫 시즌 뿐만 아니라 앞으로 그리니치를 전개하는데 있어서 저 역시 명심해야 할 키워드예요. 첫 시즌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컬러플레이를 계속해가면서 그리니치를 입은 분들의 어깨에 힘이 한껏 올라가게 할 디자인을 해나가려고 해요. 무엇보다도 제가 입고 싶은 옷으로요.

 

주리아

자료 협조 그리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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