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5

발렌시아가를 입은 심슨 패밀리

2022 S/S 4대 패션위크 엿보기.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패션 산업은 당대 문화를 이끄는 선봉장이 되어 사회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를 증명하듯이 이번 가을에 열린 2022 S/S 4대 패션위크는 팬데믹에서 해방된 자유와 기쁨을 마음껏 표출하며 희망적인 미래를 예견했다.

NEW YORK

2021.09.09 – 09.12

 

제일 먼저 패션위크가 열리는 뉴욕에서는 대부분의 패션하우스들이 18개월 만에 오프라인 쇼를 개최하면서 패션위크의 시작을 성대하게 알렸다. 이번 뉴욕패션위크의 포인트는 모스키노의 뉴욕 데뷔와 파리에서 잠시 돌아온 톰 브라운이었다.

 

 

톰 브라운

우리에게 ‘멧 갈라’로 잘 알려진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전시를 지원하기 위해서 톰 브라운이 파리에서 뉴욕으로 돌아왔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지만, 본 전시의 큐레이터는 톰 브라운의 연인인 앤드류 볼튼이다. 사랑의 힘이 강력하게 작용한 결과, 톰 브라운의 2022 S/S 패션쇼는 성공적이었다.

 

톰 브라운은 유럽의 궁에서 볼 법한 비밀 정원을 꾸미고 모델을 조각상으로 변신시켰다. 정원 곳곳에 서 있던 조각상들이 내려와 수작업으로 만든 꽃 장식이 달린 망토를 벗으면 톰 브라운의 회색 테일러링 슈트가 나타난다. 이들이 무대를 떠나면 정원은 그리스·로마 조각상에서 영감받은 드레스로 다시 채워진다. 톰 브라운은 그래픽 대신 얇은 튤을 여러 겹 겹쳐 조각상의 윤곽과 그림자를 표현했다. 수공예적 정성이 들어갔지만 과하거나 장식적이지 않아 더 시선을 끌었다. 환상적인 무대와 섬세함이 돋보였던 톰 브라운 2022 S/S 컬렉션은 이번 패션위크에서 꼭 봐야할 패션쇼 중 하나로 꼽힌다.

 

 

LONDON

2021.09.16 – 09.21

 

위드 코로나 정책이 실행되고 있는 영국 런던의 패션위크에서도 오프라인 쇼가 열리기 시작하면서 활기를 띠었다. 이번 런던패션위크에서는 신진 디자이너의 컬렉션이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영국 스타일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하면서 패션위크를 다채롭게 만들어줬다. 반면, 비비안 웨스트우드, J.W 앤더슨 등 몇몇 패션하우스는 사진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대체하면서 아직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시몬 로샤

에르뎀, 몰리고다드, 유한 왕 등 여러 디자이너들이 튤, 프릴, 레이스를 활용하면서 ‘로맨틱’은 2022 S/S 런던패션위크의 키워드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시몬 로샤는 엄마로서 느끼는 모성애와 불안감을 로맨틱하게 표현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디자이너의 출산과 육아 경험에서 비롯된 컬렉션은 피터팬 카라, 러플, 레이스와 같은 섬세한 장식과 튤, 실크 소재가 주로 사용되었다. 한편, 수유용 속옷에서 영감을 받은 뷔스티에와 빨간색과 검은색의 사용은 육아의 고충과 엄마의 불안감을 나타내는 장치였다.

 

 

MILAN

2021.09.21 – 09.27

 

코로나가 빠르게 확산되었던 이탈리아는 패션위크 취소라는 고통을 제일 먼저 겪었다. 1년 6개월 만에 정상 궤도에 오른 2022 S/S 밀라노패션위크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찼다. 이탈리아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세워진 패션하우스들은 화려하고 통통 튀는 색상 팔레트로 포스트 코로나의 희망을 이야기했으며, 동시에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우아함도 잃지 않았다. 이번 밀라노패션위크 최대의 이슈는 마지막 날에 공개된 펜디와 베르사체의 콜라보레이션였다.

 

 

펜다체(Fendace, 펜디 x 베르사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두 브랜드, 펜디와 베르사체의 비밀스러운 만남은 도나텔라 베르사체와 킴 존스가 서로의 컬렉션을 디자인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킴 존스의 ‘베르사체 바이 펜디’는 베르사체의 그리스 모티프 그래픽 패턴 안에 펜디의 모노그램을 숨겨 놓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도나텔라가 디자인한 ‘펜디 바이 베르사체’는 펜디의 모노그램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되 베르사체의 특유의 화려한 섹시함을 가미하여 두 브랜드의 정신이 동시에 느껴지는 컬렉션을 완성했다.

 

케이트 모스, 나오미 킴벨 등 90년대를 대표하는 모델들이 런웨이에 오르면서 펜디체가 90년대 패션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무대 중앙의 로고가 바뀌면서 펜디와 베르사체의 컬렉션이 교차되는 모습은 쇼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켜 주었다.

 

 

PARIS

2021.09.27 – 10.5

 

4대 패션위크의 마지막 도시, 파리에서는 가장 긴 기간 동안 많은 패션쇼가 열리면서 패션계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샤넬과 생로랑은 자신들의 헤리티지를 재해석하면서 복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로에베와 지방시는 과감하고 화려한 실루엣으로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하지만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건 아무도 예상치 못한 콜라보를 공개한 발렌시아가였다.

 

 

발렌시아가

패션의 관습을 깨던 발렌시아가가 이번에도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패션쇼 대신 레드 카펫에서 2022 S/S 컬렉션을 공개한 뒤, 심슨과 협업한 애니메이션을 상영한 것이다. 모델과 셀럽들은 스트리트 패션부터 하이패션까지 아우르는 발렌시아가의 실험적인 컬렉션을 입고 레드 카펫을 걷고 포토콜 앞에 섰다. 발렌시아가는 이번 컬렉션의 95% 이상을 리사이클링 원단과 식물성 가죽을 사용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패션에 앞장섰다.

 

이 역시 중요한 사실이지만, 뭐니 해도 이번 컬렉션의 묘미는 심슨과의 콜라보레이션이었다. 1년간 진행된 협업은 10분짜리 애니메이션이라는 결과를 이뤄냈다. 심슨의 사랑과 마지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한 뎀나 바잘리아가 스프링필드 주민들을 초대하여 패션쇼 모델로 서게 한다는 만화의 내용은 은근히 패션계를 조롱하는 듯한 느낌을 풍겨 종종 패션 산업을 비판했던 뎀나 바잘리아의 일관된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심슨과 마지, 바트, 리사와 매기가 발렌시아가를 입은 모습이 궁금하다면 링크를 클릭해 보자.

 

 

BONUS

AZ Factory

 

 

파리패션위크의 마지막 날, 4대 패션위크를 아우르는 패션쇼가 열렸다. 올해 4월, 코로나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난 디자이너 알버 엘바즈를 추모하는 패션쇼가 그것이다.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성격으로 경쟁이 치열한 패션계에서 보기 드물게 업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알버 엘바즈를 위해 전 세계의 패션하우스들이 쇼에 참여했다. 그가 14년 동안 몸담았던 랑방은 물론, 발렌티노, 알렉산더 맥퀸, 버버리, 디올, 구찌, 루이비통, 랄프로렌, 에르메스, 오프화이트 등 45개의 패션하우스는 ‘Love brings love(사랑은 사랑을 가져온다)’라는 컨셉 아래 사랑을 표현하고 알버 엘바즈를 추억하는 룩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알버 엘바즈가 오랜 휴식기를 끝내고 올 1월에 공개했던 브랜드 ‘AZ Factory’의 컬렉션도 등장함으로써 2022 S/S 패션위크의 마지막을 장식할 쇼로 손색이 없었다. 패션쇼의 마지막, 알버 엘바즈처럼 입은 모델 앰버 발레타가 무대에 등장해 관중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은 그의 디자인을 사랑했던 이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허영은

이미지 출처 톰 브라운, 시몬 로샤, 펜디 & 베르사체, 발렌시아가, AZ Fac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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