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 공간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맛있는 커피와 세심한 서비스, 분위기를 조성하는 음악과 조명.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가구다. 테이블의 높이와 의자의 형태, 바의 구조와 수납장의 소재까지. 사소해 보이는 차이가 모여 공간의 인상을 만들고, 손님이 카페를 경험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기성 제품을 배치하는 대신 브랜드의 정체성과 공간의 특성에 맞춰 가구를 별도로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사례가 눈에 띈다. 기능과 미감은 물론, 브랜드가 추구하는 취향까지 구체적인 형태로 구현하는 것. 그렇다면 이 특별한 가구들은 어떤 고민과 과정을 거쳐 탄생했을까? 한강 토오베부터 콤포타블 궁정동점까지, ‘가구 맛집’으로 소문난 신상 카페 네 곳의 가구를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와 그 작업에 담긴 이야기를 따라가 봤다.
쿄아커피로스터스
동교동에 자리한 쿄아커피로스터스(Kyoa Coffee Roasters)의 디자인은 클라이언트의 사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일본 히로시마 출신인 아내의 고향을 떠올리며, 그곳의 소박하고 따뜻한 정서를 공간에 담고 싶어 했다. 디자인을 맡은 스튜디오 이이(studioeaea)의 김상우 디자이너 역시 이러한 바람에 깊이 공감했다. 일본 시골 마을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내에게 익숙하고 그리운 풍경과 기억을 가구의 형태와 구조로 풀어내고자 한 것이다. 그가 디자인의 실마리를 찾은 곳은 히로시마현의 작은 항구 도시 오노미치(Onomichi)다. 언덕을 따라 오래된 주택과 좁은 골목, 수많은 계단이 층층이 이어지고 그 사이로 잔잔한 바다가 펼쳐지는 곳이다.
김상우 디자이너는 오노미치의 지형과 건축적 특징을 가구의 형태와 구조로 풀어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커피를 만드는 주방 집기다. 하부는 클라이언트 아내가 어린 시절 살았던 통나무집에서 착안했다. 커다란 목재 판으로 외형을 만드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기둥에 나무 패널을 하나씩 덧대 통나무집의 벽면을 표현했다. 연결 부품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패널을 일일이 망치로 못질하여 오래된 목조 건축물 특유의 투박하고 소박한 느낌을 살렸다. 상판에는 오노미치와 맞닿은 세토내해의 물결을 담은 것이 특징. 파도가 모래사장에 남기는 부드러운 곡선을 적용하면서도 작업자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도록 깊이와 비율을 세심하게 조절했다.
홀에 놓인 가구에도 히로시마의 풍경이 녹아 있다. 중앙의 기둥 형태 구조물은 미야지마의 미센산(Mount Misen)에서 영감을 얻었다. 목재로 기본 골격을 만들고 철제와 유리 선반을 결합해 소재의 대비를 살렸다. 벤치는 주방 집기에서 선보인 목재 패널의 반복적인 구조를 활용했다. 여러 겹의 층이 포개진 듯한 형태가 특징으로, 다리와 좌판은 전통 목공 기법인 주먹장 맞춤으로 견고하게 연결했다. 김상우 디자이너는 가구에 얽힌 이야기를 알게 되었을 때 평범해 보이던 형태와 작은 디테일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기를 바랐다. 오노미치의 계단과 세토내해의 물결, 오래된 통나무집의 기억까지. 개인의 추억을 가구의 형태와 구조로 풀어내 쿄아커피로스터스만의 친밀하고 따스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주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6길 92
운영시간 평일 8:30 – 17:30, 주말 10:00 – 19:00 (매주 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kyoa_coffee_roasters
한강토오베
2000년대 초반, 사람들은 미래의 서울을 어떤 모습으로 상상했을까? 한강을 정면으로 마주한 토오베(Tove)의 세 번째 매장에는 그 시절의 미래상이 녹아 있다. 토오베 한강점의 공간 디자인을 맡은 우네그 스튜디오는 당시 사람들이 상상했던 도시의 분위기와 물성을 오늘날의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했다. 특히 한강의 탁 트인 풍경을 실내로 끌어들이는 데 집중했다. 가구를 독립적인 오브제로 다루는 대신 벽과 가구, 사람들의 동선과 시선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한 것.
이러한 구상은 소재의 선택과 세부 디자인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우네그 스튜디오는 토오베의 시그니처로 손꼽히는 레드 컬러를 입힌 엘리베이터 도어부터 공간을 구획하는 벽, 바 테이블과 카운터까지 각 요소가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빛을 반사하고 투과시키는 소재의 활용이다. 반투명 유리와 반사성이 높은 마감재를 곳곳에 적용해 창밖의 한강 풍경과 실내가 시각적으로 겹쳐지는 효과를 연출했다. 오전에는 자연광이 실내를 밝히고, 저녁에는 푸른빛 조명이 더해지며 시간대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구를 담당한 무브먼트랩은 빛과 가구의 관계를 더욱 세밀하게 조율했다. 한강을 바라보는 테이블 상판에는 은은한 광택이 도는 우레탄 마감을 적용해 낮에는 하늘이, 밤에는 강변도로를 오가는 자동차 불빛이 비치도록 했다. 의자는 무브먼트랩의 기존 제품인 라운드 체어를 공간에 맞게 변형했다. 애쉬 원목에 블랙 도장을 입히고 테이블과 어울리도록 광택을 조절한 것이 특징.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반투명 아크릴 상판 아래로 사각형의 구조가 비치는 테이블은 네 변의 길이를 동일하게 맞춰 균형 잡힌 형태를 완성했다. 이처럼 가구의 광택부터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조까지 세심하게 조율해, 한강의 풍경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을 더욱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콤포타블 커피 궁정동점
경복궁역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서촌의 언덕길을 따라 걷다 보면, 무궁화동산을 마주한 낮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올여름 문을 연 그랑핸드(Granhand)와 콤포타블 커피(Komfortabel Coffee) 궁정동점이다. 서울 한복판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큰 창 너머로 푸른 공원이 펼쳐져, 도심에서 잠시 벗어난 듯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이곳의 가구 디자인과 제작은 스탠다드에이(Standard.a)가 맡았다. 방문객이 서두르지 않고 오래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주변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디자인했다.
스탠다드에이는 건물의 둥근 외관과 서촌의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디자인의 실마리를 찾았다. 오크에 흰빛이 도는 마감재를 사용해 밝고 온화한 인상을 만들고, 테이블과 의자에는 부드러운 곡선을 적용했다. 특히 사각 테이블은 뾰족한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어 유연한 윤곽을 강조했다. 4인용 테이블은 상판 바깥쪽으로 다리를 배치해 단정한 형태에 작은 변화를 주었으며, 2인용 테이블에는 광화문점에서 선보인 외다리 구조를 적용해 두 매장의 디자인적 연결성을 이어갔다. 의자는 무겁고 둔탁한 형태 대신 가볍고 간결한 실루엣으로 제작해 공간의 여유로운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2층에는 길이 3.3m의 대형 테이블을 배치해 넉넉한 좌석을 마련하면서도 정갈한 여백을 살렸다. 1층과 2층 벽면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벤치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스탠다드에이는 직각으로 꺾이거나 미세하게 각도가 달라지는 벽의 형태에 맞춰 벤치를 정교하게 설계했다. 원목 프레임에 천연 가죽 쿠션을 더해 간결한 외형 속에 적당한 볼륨감과 편안한 착석감을 담았다. 콤포타블 커피 궁정동점의 가구는 공간 안에서는 과도하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주변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방문객이 오래도록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돕는다. 절제된 형태와 섬세한 디테일로 완성한, ‘콤포타블’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가구들이다.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26길 15
운영시간 08:00 – 21:00
인스타그램 @komfortabelcoffee
글 길보경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