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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9

영화감독 박찬욱이 보는 세상

박찬욱 사진전, 너의 표정.
영화감독 박찬욱의 사진전 <너의 표정(Your Faces)>이 10월 1일부터 12월 19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최된다.

2016 년에는 영화 <아가씨>를 만드는 동안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을 엮어 『아가씨 가까이』라는 사진집을 내고, 2017년 개관한 서울 용산 CGV 아트하우스 ‘박찬욱관’ 입구에는 <범신론>이라는 제목으로 넉 달에 한번씩 여섯 점의 사진을 교체 전시하는 등 그간 자신의 사진 작품을 조금씩 공개해 온 박찬욱의 첫 갤러리 개인전이다.
박찬욱(b.1963), , 2013, Backlit film, LED Lightbox, 110 x 75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어쩌면 풍경이고 정물이고 간에 모든 사물을 초상사진 하는 기분으로 찍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피사체가 되신 그 분의 신분과 성격, 삶의 역정, 지금의 기분과 표정을 담아내는 것이다. 내가 세상 만물과 나누는 대화의 방식이 이러하다.” – 박찬욱

 

본 전시에서는 같은 시기 발간되는 동명의 사진집(을유문화사 출간)에 실리는 그의 작품 중 30 여 점을 선별해 인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전시 공간을 디자인하고 라이트박스를 활용하는 등 디스플레이 방식을 변주하여 사진 이미지의 새로운 감상법을 제공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박찬욱(b.1963), , 2016, Backlit film, LED lightbox, 110 x 75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박찬욱(b.1963), , 2015, Archival pigment print, 111 x 111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번 전시의 소개글을 쓴 씨네 21 김혜리 편집위원은 “여기 스토리텔링의 구속에서 풀려난 이야기꾼이 있다”는 문장으로 박찬욱 사진작가에 대한 안내를 시작한다. 실질적인 촬영에 앞서 사전에 철저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하는 영화감독으로 알려진 박찬욱에게 사진이란 영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주는 매체다. 가장 자연스러워 보이는 순간조차도 인공적으로 디자인해서 꾸며 내야 하는 영화의 숙명으로부터 박찬욱은 자신의 사진을 가장 멀리 떨어뜨려 놓는다. 작가 스스로 사진 작업은 지독히도 치밀한 영화 작업에 대한 ‘해독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표현할 만큼, 그의 사진에서는 우연과 즉흥성이 큰 몫을 한다. 

 

박찬욱(b.1963), , 2016, Archival pigment print, 124 x 124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우리는 미술(가)로부터 시대를 가늠하는 새로운 눈을 빌리기를 소망하고, 박찬욱은 우리에게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꾸준히 새로이 고찰하게끔 한다. 너무나 일상적인 풍경도 매 순간 다른 인상을 지니게 마련이고, 특정 순간의 빛과 바람 속 모습을 붙잡아 둔 사진을 들여다보며 관람객은 익숙한 사물의 생경한 표정을 발견해낸다. 상업 영화 감독으로서 작품에 시대성을 담는 감각을 그 누구보다 기민하게 단련해왔을 박찬욱은 오늘의 우리가 주변의 익숙한 풍경 속에서 예기치 못한 아름다움을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확장해나갈 단초를 제공해 준다.

 

박찬욱(b.1963), , 2013, Digital C-print, 80 x 8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박찬욱(b.1963), , 2013, Archival pigment print, 111 x 111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전시 소개글이 언급하듯, 대상이 풍경일 때도 정물일 때도 혹은 딱히 불리는 이름도 없는 잔해일 때도, 박찬욱은 피사체의 ‘눈동자’를 찾아낸다. 그렇게 눈을 맞춰 대상의 표정을 읽어낸다. 아름답고자 하지 않는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 미의 범주를 반문한다. 사진가 박찬욱에게 포토제닉한 아름다움이란, 지배적 가치체계나 관습적 미감의 그늘에 가려져 있으나 우리가 잠시 멈추고 현상 자체를 존중한다면 카메라의 위력을 빌어 발견할 수 있는, 여리지만 의연한 질서다.

 

장소
국제갤러리 부산점 (부산 수영구 구락로123번길 20)
일자
2021.10.01 - 202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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