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1

〈오늘도, 기념〉 우리가 기념품을 간직하는 이유

광복절 앞두고 돌아보는 기억의 의미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기념과 함께 살아간다. 공식 기념일만 연간 50개가 넘고 생일이나 명절 등 사적인 기념일까지 더하면 달력은 기념일로 가득하다. 그런데 정작 무엇을 왜 기억하려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본 적 있을까?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오늘도 기념: 우리가 기념품을 간직하는 이유〉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기념품이라는 일상의 물건을 통해 우리가 간직하고 싶은 기억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탄생하고 또 시대와 맞닿아 있는지 조명한다.

전시는 총 2부로 구성되며, 1부는 익숙한 풍경에서 시작된다. 반원형 구조물 안에 촘촘히 진열된 관광 마그넷, 키링, 에펠탑 모형, K팝 응원 봉· · · 등의 기념품은 마치 누군가의 여행 가방을 풀어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법한 물건이지만, 모아두니 ‘기념’이라는 단어가 실감 난다. 한때는 누군가의 설렘, 환희, 기대가 담겼던 물건은 이제 우리의 삶 어딘가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왜 우리는 기념품을 간직할까?”라는 질문은 관람의 출발점이다.

누군가의 ‘첫 돌’부터, 대전 엑스포와 같은 국가 행사까지 기념일과 기념품의 종류는 다양하다.

누구나 기념할 수 있던 시대는 아니었다

2부는 좀 더 깊은 이야기로 관객을 이끈다. 2-1부 〈특별한 순간, 빛나는 기념품〉에서는 출산부터 노년까지, 생애주기별로 남긴 기념물을 소개한다. 그중 하나는 돌잔치부터 과거 급제, 벼슬길, 혼례 같은 인생의 전환점을 담은 평생도 8폭 병풍으로, 삶의 중요한 순간을 어떻게 기록해 왔는지 보여준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자료는 만인산이다. 조선시대, 한 고을의 관리가 훌륭한 행정을 펼치고 떠날 때, 주민들이 그의 공덕을 기념하기 위해 이름을 수놓아 만들었다. 이처럼 과거에 기념은 ‘귀한 증명’이었다. 특별한 순간을 물건으로 남길 수 있는 이는 극소수였고, 그 시절 기념품은 시대의 가치와 기억을 담은 상징이었다. 

광복절은 언제 달력에 새겨졌을까

이 전시에서 주목할 부분은 기념일을 정하고 달력에 새긴다는 행위가 개인적 차원을 넘어 공동체의 서사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전시된 1945년, 1946년, 1949년의 달력은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해방 직후 제작된 이 세 장의 달력에는 일제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던 시기를 지나 1949년 드디어 8월 15일 ‘광복절’이라는 이름이 명시되기까지 국가 정체성을 정립해가는 흔적이 담겨 있다. 기념일을 정하고, 그것을 달력에 공식적으로 표기했다는 건 우리가 ‘기억의 기준’을 스스로 만들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 자료는 단지 달력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자 했는지를 기록한 역사적 표지판이라 할 수 있다.

전시를 보고 나오면 평소엔 무심히 지나쳤던 내 책상 위 마그넷, 옷장 속 응원 봉도 다르게 보일지 모른다. 그것이 내 삶의 어느 조각이었는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 전시는 충분히 의미 있다.

 

“기념은 민속과 닮아있다. 민속은 동서고금 삼라만상 속에 깃든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나에서 출발해 ‘우리’에 주목한다. 우리가 간직한 기념품 하나하나에는 ‘나’의 삶과 ‘우리’의 기억이 함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장상훈 관장의 말이다. 결국 기념과 기념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건, 우리 삶의 가치와 시간을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기념은 결국, 기억을 향한 태도다. 지금 당신은 어떤 순간을, 어떤 이유로 간직하고 싶은가?

김지오 기자
자료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프로젝트
〈오늘도, 기념: 우리가 기념품을 간직하는 이유 〉
장소
국립민속박물관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7
일자
2025.05.27 - 2025.09.14
시간
평일 09:00 -18:00
주최
국립민속박물관
링크
홈페이지
김지오
자기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와 사람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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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기념〉 우리가 기념품을 간직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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