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9

런던베이글뮤지엄 공간디렉터의 기록『료의 생각 없는 생각』

"하지 않고는 내가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아티스트 베이커리, 하이웨이스트, 레이어드.  모두 한 사람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줄 서서 먹는 빵집을 만든 공간 디렉터 료*(이효정)의 이야기다. 수많은 공간이 뜨고 지는 서울에서 찾고 싶은 공간을 만든 그의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열광한다. 실제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최근 2,000억 원에 매각됐다. 그 숫자는 공간의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기도 하다. 하지만 책에는 그런 전략이나 비결은 없다. 그저 자신을 꾸준히 탐색하고, 좋아하는 것을 쫓아 실행에 옮긴 인간 이효정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 뿐이다.

* 필명 료는 ‘동료’를 뜻하는 한자어 료(僚)에서 따왔다.

그의 첫 번째 산문집 『료의 생각 없는 생각』에는 지난 13년간 기록이 담겨있다. ‘자기다운 삶’이란 표현은 때로 클리셰처럼 들리기 쉽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는 건 삶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패션 업계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던 그는, 런던 여행 중 우연히 들른 커피숍 ‘몬머스’를 계기로 삶의 방향을 틀었다. 2017년 연남동에 카페 하이웨이스트를 열었다. 그의 나이 마흔넷이었다. 

책 속 문장들

돌이켜보면, 내가 성장했던 시간은 단단해서 무언가 더는 필요하지 않던 더없이 야무지던 시절이 아니라, 가장 약하고 앞이 보이지 않아 불안해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다시 두드렸던 한없이 작은 새 같던 시절이었다. 올해도 용기 내어 또 나서본다. 여전히 떨고 있지만 담대한 얼굴을 하고서. p. 57

 

무엇인가 알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해야만 알 수 있는 것임을 살면서 반복적으로 느끼고 있다. 자신에게 무엇도 시작해주지 않음으로써 자기가 무엇을 원하고 또 해낼 수 있는지 경험조차 시켜주지 않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직무 유기가 아닐 수 없다. p.62

아무것도 하지 않고는 내가 무엇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 나는 알 수 없다. 나를 알아가는 방식이란 결국 물리적으로 자꾸만 써대는 무언가라는 점을, 나는 잘 알고 있고 택하고 있다. 고민 같은 것 없이, 자주 생각하고 자주 써대는 것들이 모여 잘하는 일이 되는 과정임을. 더 이상 의심 같은건 접어 두고, 거창하든 사소하든 그저 끌리는 대로 쌓여가는 거대한 시간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믿으며, 돌아볼 사이 없이 나는 그저 간다.   p.247

사람들이 좋아하는 열광하는 브랜드와 사람에는 공통점이 있다. 자기만의 길을 만든다는 것. 무언가를 흉내 내고, 비법과 트렌드를 좇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해 줄 사람이 어딘가엔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실행에 옮긴 이의 기록을 들여다보자. 결국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건 자기 자신이 되는 것뿐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김지오 기자 

자료 제공 열림원

김지오
자기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와 사람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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