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5

10년간 모은 시리얼 상자 300개로 만든 책

매거진 Achim이 일상을 수집하는 법
“사실 이렇게까지 모으게 될 줄 몰랐습니다. 상자가 예뻐 한두 개 모으던 것이 300개까지 불어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삶의 장면에서 수집할 수 있는 작은 조각들은 어디에 있을까? 컬렉터들은 늘 근사하고 특별한 것만을 찾는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아침에 깃드는 일상과 영감을 전하는 매거진 ‘Achim’의 편집자 윤진이 주목한 삶의 장면은 아침의 테이블, 그 위에 놓인 시리얼 박스다. 어떤 이의 집에서는 아무렇게나 뜯겨 버려질 종이 상자가 일상에서 영감을 찾는 이의 집에선 차곡차곡 쌓여 어느덧 긴 세월 동안의 아침을 독특하게 전달한다.

 

 

미국 서점 매대에서 볼 법한 레트로한 색감의 <시리얼 북(CEREAL BOOK)>은 2013년부터 모은 113개 브랜드의 시리얼 상자 300종을 아카이빙한 책이다. 일러스트로 그려진 다양한 시리얼의 종류, 취향 별 맛있게 먹는 방법, 시리얼이 놓인 아침의 일상을 포착한 사진들과 실제 수집한 시리얼 상자 패키지까지 담았다. 각기 다른 개성을 자랑하는 패키지 디자인을 구경하고 그 변천사를 좇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리얼의 세계로 안내하는 ‘시리얼 입문서’ 같기도, 심층적으로 즐겨보고자 하는 이에게는 ‘시리얼 백과사전’ 같기도 한 다채로운 깊이를 지닌 이 책은 그 분량도 대단하다.

 

 

또한 컬렉터에게는 자신만의 수집 비법이 있는 법! 10년 동안 300개를 모으는 동안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부피를 줄여 공간을 적게 쓰는 상자 보관법, 여행 중 기념품으로 산 시리얼을 캐리어 안에 잘 보관하는 법, 희귀한 시리얼을 구매할 수 있는 곳 리스트 등 소소한 팁으로 자신만의 시리얼 수집의 메커니즘을 만들어 왔다. 이렇게 쌓인 경험은 화보 촬영 소품으로 시리얼 상자를 협찬해달라는 부탁을 받거나, 시리얼 카페를 오픈하는 데 있어 조언을 구한다는 연락이 오는 등 다양한 사람과 기회를 불러모으기까지 했다.

 

“그저 맛있게 먹고 재밌게 모았는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니. 수집한 시간이 역시 헛되지 않았습니다.”

 

 

10년 동안 쌓인 방대한 양의 시리얼 상자는 한 권의 책으로까지 탄생했지만, 그는 여전히 시리얼 수집을 멈출 수 없다.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몰입한 행위 덕분에 그의 일상은 매끄럽고 짜릿하게 굴러간다. 하루의 시작을 여는 설레는 마음으로 여는 시리얼 상자, 경쾌한 소리를 내며 그릇 안으로 떨어지는 시리얼과 과일. 그리고 고소하고 부드러운 우유와 요거트… 그가 차곡차곡 쌓아온 것은 시리얼 상자만이 아닌, 그 안에 개켜있는 아침의 장면과 냄새 그리고 달콤한 혀의 감각 그 모든 것이다. 소소한 일상을 반가워하는 내면의 아이 같은 모습에 손을 흔드는 그는 오늘도 시리얼 상자를 열며 인사를 건넨다. “좋은 아침이에요.”

 

 

 

 소원

자료 협조 매거진 Ac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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