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5

제43회 ‘서울시 건축상’ 수상작이 발표됐다

2025년 서울을 상징하는 건축물은 무엇일까?
제43회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 수상작 COFFEE AUDITORIUM

도시는 매일 변한다. 익숙한 동네 골목길에도 새로운 건물은 들어서고, 참신한 시도를 더한 결과물들이 이전에 없던 풍경을 만든다. 이런 미묘한 변화 안에는 도시의 얼굴을 고민하는 이들의 오랜 노력이 쌓여 있다. 1979년부터 이어져 온 ‘서울특별시 건축상’은 공공적, 예술적, 기술적 가치가 뛰어나 건축 문화 발전에 기여한 작품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더 나은 도시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공공 건축상으로 서울에서 가장 권위 있는 건축상으로 평가받는다. 

 

올해로 43회를 맞은 ‘2025 서울특별시 건축상’은 ‘서울성: 다층도시(Seoul-ness: Multi-Layered City)’라는 2025년 서울건축문화제 주제에 맞춰 서울의 고유성과 정체성, 지역성을 미래 지향적으로 풀어낸 건축물을 선정했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8개 작품은 9월에 열리는 ‘2025 제17회 서울건축문화제’ 기간 동안 북촌문화센터,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등에 전시된다. 8월 1일부터 15일까지 수상작을 대상으로 서울시 모바일 투표 사이트 엠보팅을 통해 시민 투표를 진행한다. 선정된 작품은 ‘시민공감 특별상’을 추가로 수여할 예정이다. 어떤 작품이 서울의 얼굴로 선정됐을지 살펴보자.

대상 – 코어해체시스템
한양규(푸하하하건축사사무소)

대상작으로 선정된 코어해체시스템은 엉뚱한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건축사 사무소 푸하하하프렌즈(FHHH friends) 한양규 건축가의 작품이다. 건물 중심 코어(core)를 과감히 해체하는 독창적인 시도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코어해체시스템은 코어를 외부로 분산 배치해 기둥 없이 탁 트인 구조를 구현했다. 덕분에 건물 곳곳으로 풍부한 자연광이 들어와 밝고 쾌적한 환경이 완성됐다. 단순한 구성이지만 건축물의 용도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해당 건물은 패션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의 사옥으로 설계됐다.

최우수상 – 푸투라 서울
백종환(WGNB), 김원방(PSPTVS 건축사사무소)

2024년 9월, 종로구 가회동에 문을 연 푸투라 서울은 다채로운 예술 경험을 제공하는 문화 공간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의 아시아 첫 개인전 〈지구의 메아리: 살아있는 기록 보관소〉와 안소니 맥콜의 작품 세계를 집약한 전시 〈Anthony McCall: Works 1972-2020〉으로 관객들을 모았다. 푸투라 서울은 북촌이라는 장소가 지닌 역사적인 맥락과 도시 풍경을 섬세하게 담아낸 건축물이다. 건물 안팎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공간 흐름, 예술과 일상을 유연하게 오가도록 계획된 동선,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움직임을 녹인 방식이 이번 주제와 밀접하게 맞닿았다고 평가받았다.    

최우수상 – e편한세상 고덕 어반브릿지
양희범(시아플랜 건축사사무소), 전이서(전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e편한세상 고덕 어반브릿지는 공동주택이 도시와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 프로젝트다. 높은 담장으로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하는 방식이 아닌 도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열린 공간을 구현했다. 특히, 단지 중심부에 배치된 광장은 주민과 이웃을 연결하는 일종의 도시 속 공공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다양한 높낮이의 건물을 연결하는 유기적인 구조와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유닛은 개인의 취향과 삶의 방식을 세심하게 배려한 결과다. 주거 단지라는 제한된 공간에 머물지 않고 도시의 일부로 존재하는 새로운 형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주제인 ‘다층도시’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우수상(공공 부문) – 서울 AI허브/메가플로어
임미정(STPMJ 건축사 사무소)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서울 AI허브/메가플로어는 공유형 연구·업무 시설이다. STPMJ 건축사사무소의 임미정 건축가는 공유와 협업을 촉진하는 환경을 목표로, 창의성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을 설계했다. ‘ㄱ’자 형태의 코어를 중심으로 조망이 좋은 북쪽과 동쪽은 기업 사무와 연구 시설을, 채광이 좋은 남쪽과 서쪽에는 용도를 특정하지 않은 공유 공간을 배치했다. 층마다 이어지는 커뮤니티 계단과 보이드 공간은 입주 기업 간 시야와 동선을 연결하며, 예상치 못한 협업의 순간을 유도한다.

우수상 – 화연재(돈암장 옆집)
이상대(스페이스연 건축사사무소)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에 자리한 화연재는 전통 한옥과 현대 주거의 경계에서 탄생한 프로젝트로 근대 문화재인 돈암장의 부속 건물이 있던 자리에 새롭게 지어진 단독주택이다. 스페이스연의 이상대 건축가는 과거의 기억을 지우지 않고 새로운 주거 공간에 담아내기 위해, 대지 내에서 발견된 거대한 바위를 마당에 재배치해 돈암장의 상징적 풍경을 복원했다. 전이공간 역할을 하는 중심 홀은 두 개의 천창에서 흘러내리는 자연광과 2층 복도의 부드러운 곡선 흐름이 결합되어 화연재만의 고유한 특징이 도드라진다. 전통과 현대, 개인의 삶과 도시의 기억이 교차하는 화연재는 작은 규모이지만 서울 건축의 다층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수상 – 커피_공연장/도시_공연장
김성민(맵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커피_공연장/도시_공연장은 ‘2021년 서울시 건축상’에서 레시오빌딩 트리폴리로 우수상을 받았던 맵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의 작품이다. 올해에도 ‘커피_공연장/도시_공연장’으로 서울시 건축상의 영예를 안았다. 해당 건물은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에 약 1,255㎡에 달하는 연면적을 갖추고 있으며, 거대한 커튼월로 노출되어 화려한 외관과 개방성이 돋보인다. 현재 JM커피의 신사 라운지로 영업 중이다.

우수상 – 중동고등학교 원익관
윤선경(프로토 건축사사무소), 조지현(건축사사무소 나날)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중동고등학교의 원익관 증축 프로젝트는 고교학점제 시행이라는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됐다. 학생들이 개별 시간표에 맞춰 이동하도록 하고, 공강 시간에 머무를 자율학습 공간과 휴게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전체 학교 연면적의 10%에 불과한 소규모 증축이었지만, 건축가는 교육 경험 전반을 변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새로 조성된 원익관은 단순 증축을 넘어,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풍요로운 휴식을 통해 학교라는 공간 내에서 다층적인 공간 경험을 하도록 설계됐다.

신진건축상 – 그리드 149
김미희(소수건축사사무소)

45세 이하 건축가들에게 성장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신설된 신진건축상은 소수건축사사무소 김미희 건축가의 그리드 149가 선정됐다. 그리드 149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근린생활시설 겸 다가구주택으로 아파트 일색인 도시에서 다양한 주거 생태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사선 대지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도시와 어우러지는 동시에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새로운 풍경을 선사했다. 반복되는 그리드 형태 디자인을 통해 자연광을 조절하고 프라이버시와 개방성을 동시에 구현한 점이 돋보인다.

김기수 기자

자료 출처 서울특별시 건축상, 각 건축사사무소

프로젝트
제43회 서울시 건축상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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