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포에틱스의 두 가지 새 공간

POP

1층에 위치한 팝은 통유리로 안이 들여다 보이는 16제곱미터의 공간. 지난 7월 29일까지 열렸던 첫 전시는 아크네 스튜디오가 발행한 아크네 페이퍼 북을 위한 것이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발간한 아크네 페이퍼 중 엄선한 작업을 엮은 책이다. ‘ACNE PAPER’란 제호를 큼지막히 내건 유리문과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완벽한 쇼윈도의 양식은 마치 지면을 입체화한 듯했다.

© 박현성

“아크네 스튜디오에서 요청했던 것은 샴페인이 케이터링되는 보편적인 럭셔리 패션의 이벤트였습니다. 코로나 탓도 있지만 되도록 상투적인 것을 피하려는 저희 성향 때문에 새로운 형식의 전시를 전시를 제안하게 됐습니다. 다행히 아크네 스튜디오에서도 저희의 기획과 디자인을 흔쾌히 수락해 무리 없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오는 15일까지는 갓 첫 컬렉션을 발표한 신예 제이든 초JADEN CHO 조성민 디자이너의 플래그 드레스가 전시된다. “꼬박 두 달 동안 매일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작업한,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드레스”다.

LOFT

4층과 옥상을 사용하는 로프트는 아직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내추럴 와인과 국내산 제철 재료를 단순한 레시피로 요리한 안주를 내는 와인바다. 호주와 홍콩에서 데이비드 톰슨David Thompson* 등과 일하며 아시안 퀴진을 다뤄 온 김성근 셰프와 프랑스에서 수학한 구민석 매니저가 식당의 전반을 꾸린다.

*호주 출신의 셰프. 런던에서 시작한 태국 요리 레스토랑 남Nahm, 세컨드 브랜드 롱침Long Chim으로 잘 알려져 있다.

© 전시영

공간 디자인은 포스트 포에틱스와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협업한 박서연 디자이너가 맡았다. 제한된 소재와 단순한 조형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들과 마감에 공을 들였다. 벽을 따라 설치한 소파는 바Bar라는 콘셉트에 따른 것. 실내외에 배치된 다양한 의자는 대부분 20세기 후반 네덜란드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것이다. 실험적인 디자인이지만 실제로 앉아보면 생각보다 편안하다고.

커틀러리와 그릇 등의 소품은 카이 프랑크Kaj Franck*, 카를 아우뵈크Carl Auböck**, 타피오 비르칼라Tapio Wirkkala*** 등 20세기 디자이너의 빈티지로, 추후 폭을 넓힐 예정이다. 테라스에 놓인 식물들은 오랜 시간 개인적으로 가꾸어 온 것. “특정한 스타일을 구현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그때마다의 취향을 반영해 자유롭고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1911년 핀란드 비푸리 태생의 디자이너. 아라비아핀란드의 킬타Kilta와 띠마Teema 라인, 이후 아라비아핀란드 합병 이후의 이딸라에서 선보인 카르티오Kartio 유리잔이 잘 알려져 있다.

**1900년 오스트리아 빈 태생의 화가 겸 디자이너. 추상과 조각 작업 등 파인아트로 시작해 조명, 소가구, 커틀러리를 포함한 제품 디자인으로 영역을 넓혔다. 그가 아들과 함께 디자인한 스틸 커틀러리는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네 개의 골드 메달을 받기도 했다.

***1915년 핀란드 항코 출신의 디자이너. 역시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여러 차례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딸라에서 울티마 툴레, 타피오 시리즈를 비롯한 400종의 유리 제품을 디자인했다.

글 유미진

사진 박현성, 전시영

자료 협조 포스트 포에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