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0

믹스커피 카페는 초면인데요

믹스커피의 새로운 시도, 뉴믹스커피
지난 14일 오픈해 많은 이목을 끄는 테이크아웃 커피숍이 있다. 바로 뉴믹스커피. 서울 성수역 4번 출구 인근에 자리한 뉴믹스커피는 믹스커피를 기반으로 한 음료와 간단한 스낵을 내어주는 곳이다.

오늘 당신은 커피를 마셨는지? 이 질문이 되레 유난스럽게 느껴지는 건 커피를 마시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이라 마시는 행위 자체가 특별한 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 아닐까. 수많은 카페는 우리 일상 속 익숙한 공간이 됐다. 그러나 믹스커피 카페라고 한다면 반응은 달라지지 않을까. 믹스커피 자판기는 봤어도 믹스커피 카페는 아주 초면이니 말이다. 그 생소함을 파고든 이들이 있다. 지금 가장 핫한 동네 서울 성수동에 믹스커피 카페 뉴믹스커피가 모습을 드러냈다.

 

뉴믹스커피는 ‘사소한 것을 위대하게’라는 문구를 모토로, 배달의 민족을 만든 김봉진 대표가 새롭게 시작한 그란데클립에서 출발하였다. 그란데클립은 알찬 중소기업을 여러 개 내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는데, 뉴믹스커피도 그 목표에서 파생한 브랜드다.

가장 한국적인 뉴믹스커피브랜드의 탄생

가장 한국다운 음료는 무엇인가? 식혜, 오미자, 수정과와 같은 전통 음료도 좋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마시는 것은 다름 아닌 커피다. 그중 믹스커피는 매년 60억 잔 이상 소비되어 한국을 대표하는 음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특별하게 인식하기 어려운 믹스커피를 뉴믹스커피는 가장 한국다운 음료로 봤다.

 

믹스커피는 다름 아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명되었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근간으로 만들어져 90년대 경제 위기와 함께 성장했다.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믹스커피에 관한 개개인의 추억과 이야기는 소비된 믹스커피만큼 무궁무진할 것. 사무실에서, 야외에서 당이 떨어질 때 찾게 되는 이 커피를 재조명하고 브랜드로 풀어본다면 흥미로울 것 같지 않은가? 그렇게 뉴믹스커피가 시작되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플레이버의 믹스커피 기반 음료를 맛볼 수 있다. 볶은쌀맛, 군밤맛, 녹차맛 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재료와 믹스커피를 섞어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의 음료를 경험할 수 있다. 또, 오란다, 떡, 건빵 같은 레트로 간식에 변주를 주어 취향에 맞게 믹스커피와 페어링해 먹는 재미도 느껴볼 수 있다.

미니멀하지만 감각적인 공간

카페의 기본이라고 볼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드리퍼가 뉴믹스커피 매장에는 없다. 커피를 내릴 필요 없으니 타는 공간만 있으면 충분하다. 3평 남짓하는 뉴믹스커피 매장은 테이크아웃 전문점이지만 공간 구성에도 신경 썼다. 인테리어는 공간지훈에서 담당했고 남산/전용현 두 DJ와 함께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해 매장에는 그 음악이 흘러나온다. 골목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미디어월도 인상적이다. 뉴믹스커피의 정체성을 담은 듯 리듬에 반응하며 역동적인 모습을 자아내는 미디어 아트는 정윤수 작가와 함께했다. 어디에서나 마실 수 있는 음료라는 믹스커피의 에너제틱한 성질과 닮아있는 뉴믹스커피 공간. 이곳을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그란데클립 이승희 마케팅 디렉터를 인터뷰했다.

Interview with 이승희 마케팅 디렉터 

팀 그란데클립 (grandeclip)

뉴믹스커피 보면 다른 커피와는 다르게 역동적인 분위기가 느껴져요.

믹스커피는 드립커피와 달리 물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만들어 마실 수 있잖아요. 차분한 분위기보다는 다이나믹한 상황에 더 어울리는 커피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적인 공간보다는 캠핑장, 바닷가, 작업 현장 등 활동적인 공간에서 믹스커피를 마시는 게 상상이 가고요. 그래서 뉴믹스커피는 역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을 브랜드 콘셉트로 잡았습니다. 내부적으로 ‘뉴 코리안’이라는 정의를 내렸는데요. 일에 열정적으로 몰입하고 하얗게 불태운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커피가 뉴믹스커피였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뉴 코리안’이 좋아할 만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 세련되고 현대적이면서 쿨한 느낌을 지향했습니다.

 

매장에서 사용되는 디자인도 인상적이에요. 브랜드 디자인에 신경 부분이 있다면요?

컵에도 사용되었듯 뉴믹스커피 브랜드 디자인은 페인트 스프레이예요. 그래피티에 자주 쓰이는 스프레이는 저희가 보여주고자 하는 역동성을 표현하기에 좋은 소재였어요. 레트로한 느낌이 강한 믹스커피 이미지를 깨고자 블랙과 화이트를 키 컬러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믹스커피집을 한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레트로 컨셉이겠네?’ 였거든요. 많은 분들이 기대하던 모습과 다른 모습을 선보이면 그것만큼 충격적이고 신선한 모습도 없겠더라고요. 블랙과 화이트는 보통의 F&B 산업에서 흔히 사용되는 컬러가 아닌데, ‘뉴’믹스인 만큼 내용물을 제외하고 다시 태어난 2세대 믹스커피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컬러 덕분에 이미지 자체가 확실히 강렬해졌어요.

테이크아웃 매장이에요. 그럼에도 뉴믹스커피가 매장 공간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느낌이 확실해 보여요.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요.

기존 믹스커피가 소비되는 곳을 떠올리면 사무실 탕비실이 압도적으로 많을 텐데요. 믹스커피를 떠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이미지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공간에서 소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0년 20년 후 믹스커피의 미래를 상상하며 매장을 구성했어요. 양옆 거울을 활용해 끝없이 공간이 펼쳐지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었어요. 작은 공간이지만 새로운 세계로 입장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빠른 템포의 음악과 오디오에 맞춰 움직이는 미디어 아트 덕분에 굉장히 역동적인 공간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1호점 매장을 성수동으로 정한 이유가 궁금해요.

한국 방문을 앞둔 외국인 친구의 구글맵을 살펴본 적이 있어요. 경복궁이나 서촌을 중심으로 가고 싶은 곳을 저장해두기도 했는데 그 못지않게 성수동과 한남동에도 여러 핀이 꽂혀있더군요. 인사동이나 한옥의 모습도 한국적이지만 K-드라마나 콘텐츠를 통해 소비되는 한국의 모습도 ‘한국다움’을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인들도 요즘 주말이면 성수동으로 향하니 말이에요. 이런 이유로 요즘 서울과 한국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성수동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외국인들도 잠재고객으로 고려했겠네요.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나요?

뉴믹스커피는 그란데클립에서 시작한 F&B 법인 스노우엠(snow.m)의 첫 브랜드입니다. 스노우엠은 ‘정말 좋은 한식 경험’을 위해 한식 F&B 브랜드를 인큐베이팅하고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는 그룹이에요. 좋은 한식을 세계로 전하자는 비전을 가지고 여러 한식 브랜드를 고민하고 있죠. 한국의 F&B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가고 있는데 해외에서 좋은 한식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부족했습니다. 저희가 선보이는 K-푸드 경험을 통해 한식이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길 바라요. 음식을 즐기는 것 이상으로 한국의 문화까지 알릴 수 있다고도 믿습니다.

한국의 믹스커피를 어떻게 전달하고자 하나요?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한 브랜드이기에 늦어도 내년 초에는 해외 진출을 할 계획인데요. ‘믹스커피’라는 단어는 한국에만 있어요. 외국에서는 ‘Powdered Coffee’라고 부르죠. 믹스커피는 ‘믹스해서 먹는 커피’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단어입니다. 뉴믹스커피를 통해 ‘믹스커피’라는 고유명사를 세계에 더 알리고자 해요. 몇 년 후 ‘믹스커피’ 하면 한국의 달콤한 커피가 떠오를 수 있도록요.

김지민 인턴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그란데클립

장소
뉴믹스커피
주소
서울 성동구 연무장3길 3 1층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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