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2

스텔라 맥카트니의 책임감

패션에서 가구까지, 실질적인 행동으로 나서야 할 때!
패션 분야에서 꾸준히 지속 가능한 혁신을 주도해 온 인물을 떠올리자면 스텔라 맥카트니를 꼽을 수 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패션 브랜드를 시작하면서부터 모피를 포함한 동물 가죽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생분해 가능한 섬유로 만든 의류를 론칭했으며, 분야를 대표해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 회담, 이어 글래스고의 유엔기후변화협약인 COP26에 참가해 미래지향적인 소재의 가능성을 널리 알렸다. 작년에는 버섯 균사체로 만든 세계 최초의 핸드백인 '프레임 마일로(Frayme Mylo​)'를 출시했으며, 글로벌 홈 퍼니싱 기업과의 협업도 주목받았다. 지난 2월엔 패션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공로로 찰스 3세로부터 대영제국 사령관(CBE) 훈장도 받았다.
스텔라 맥카트니. ©Gabby Laurent.
버섯 균사체로 만든 최초의 핸드백 '프레임 마일로(Frayme Mylo™️)'. ©Stella McCartney.
난 2월 대영제국 사령관(CBE) 훈장을 받는 모습. ©Stella McCartney.

지속 가능한 시장 이니셔티브(Sustainable Markets Initiative)의 회원으로서 비단 패션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의 동참을 이끌며, 그녀는 COP26에서의 첫 번째 전시인 ‘패션의 미래(Future of Fashion)’에 이어, 작년 6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중 동일한 타이틀의 두 번째 전시를 이어갔다. 이곳에서 그녀는 “재료의 혁신은 우리 지구의 미래이며, 디자인이란 그것을 바람직하고 가치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내리는 결정은 반드시 미래 세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책임감 있는 행동이 중요합니다.”라고 역설했다.

밀라노 도심 한 가운데에서 진행된 '패션의 미래' 전시. ©Stella McCartney.
콜앤손 벽지를 배경으로 그녀의 시그니처인 가방도 함께 전시했다. ©Stella McCartney.
작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중 선보인 '르 밤볼레'의 프로토타입 전시. ©Stella McCartney.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비앤비 이탈리아(B&B Italia) 그리고 영국의 전통 있는 벽지 브랜드 콜앤손(Cole&Son)과 함께 몰입적인 경험을 제공한 전시는 ‘버섯’이 메인 테마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빼곡한 버섯 핸드 드로잉이 돋보이는 벽지는 그 이름부터 ‘펑지 포레스트(Fungi Forest)’로, 재생 섬유에서 추출한 소재를 활용해 기존의 부직포 벽지 보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30% 가량 줄였다. 

'펑지 포레스트'는 버섯을 모티프로 패턴화했다. ©Stella

이를 배경으로 비앤비 이탈리아는 마리오 벨리니(Mario Bellini)의 1972년 작품인 암체어 ‘르 밤볼레(Le Bambole)’의 50주년을 기념했다. 스텔라 맥카트니의 손길로 현대적이고 친환경적인 버전으로 재탄생한 ‘르 밤볼레 캡슐(Le Bambole Capsule)’ 컬렉션은 그 소재부터 차별화됐다.

마리오 벨리니와 다양한 컬러로 출시된 '르 밤볼레' 컬렉션. ©Emilio Collavino.
차세대 친환경 소재로 제작된 업홀스터리는 100% 생분해된다. ©B&B Italia.
스텔라 맥카트니의 생동감 있는 핸드 드로잉이 돋보인다. ©B&B Italia.

기존 버전인 폴리우레탄으로 감싼 금속 구조에서 재활용 폴리에틸렌과 열가소성 엘라스토머와 같은 차세대 소재를 적용한 것이다. 100% 생분해되는 업홀스터리에, 25% 바이오 기반의 무독성 폴리에스터는 환경에 유해한 미세 플라스틱을 남기지 않는다. 섬유 산업의 엄격한 품질 기준 중 하나인 오션 세이프(OceanSafe) 기준을 준수했으며, 인쇄용 잉크는 오코-텍스(Oeko-Tex®) 인증도 받았다. 비앤비 이탈리아 관계자는 “영국에서만 매년 2,200만 개의 가구가 매립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이번 의자 컬렉션은 재사용 및 재활용 가능한 재료로, 수명이 다하면 완전히 분해됩니다.”라며 책임감 있는 소재를 강조했다.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 기간 중 이뤄진 가구 컬렉션 론칭 현장. ©Stella McCartney.
스텔라 맥카트니, 비앤비 이탈리아와 콜앤손의 협업으로 이뤄진 몰입적인 전시 공간. ©Stella McCartney.

밀라노에서의 프로토타입 소개 이후, 드디어 작년 말,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 기간 동안 캡슐 컬렉션의 공식 론칭이 있었다. 컬렉션은 르 밤볼레 암체어를 비롯해 2인용 ‘비밤볼라(Bibambola)’, 3인용 ‘그란밤볼라(Granbambola)’로 구성된다. 두 브랜드와의 협업에 대해 스텔라 맥카트니는 “비앤비 이탈리아와의 파트너십은 벨리니 작품의 50주년을 기념할 뿐 아니라 르 밤볼레 암체어 대한 개인적인 오랜 열정에서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콜앤손 제품은 오늘날 가장 지속 가능한 벽지로 손꼽히며, 저는 이 브랜드를 존경합니다. 손으로 직접 그린 버섯 패턴은 우리의 사명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라고 설명했다.

스텔라 맥카트니와의 일문일답.

패션, 가구, 화장품에 이어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관심 분야가 있다면요.

나는 진정한 예술 애호가로, DNA에 예술이 흐르고 있습니다. 제 할아버지인 리 이스트만(Lee Eastman)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전문 변호사였고, 당대 뉴욕의 위대한 예술가와 그들의 창조물을 대변했지요. 또, 데 쿠닝(de Kooning), 프란츠 클라인(Franz Kline), 로버트 마더웰(Robert Motherwell), 마크 로스코(Mark Rothko)와 같은 추상표현주의자들과 함께 일했습니다. 예술을 향한 열정은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갖게 된 것 같아요. 얼마 전 런던에서 열린 루시안 프로이트(Lucien Freud)의 전시를 방문했는데, 그의 그림은 명확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그는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는데, 생전에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낸 기억은 내가 가진 가장 큰 영예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물론 새로운 작품 활동에 대한 영감도 받습니다. 지금까지 제프 쿤스(Jeff Koons), 나라 요시토모(Nara Yoshitomo),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그리고 신디 셔먼(Cindy Sherman) 같은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왔습니다. 예술에 대한 열정을 꾸준히 작업에 반영할 수 있으니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속 가능한 재료를 탐구하는 데 적극적입니다. 신소재를 발굴 및 사용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패션 산업이 진정한 변화를 갖는데 방해가 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정부입니다. 현실적으로 유의미한 법안을 제정하는 데 실패하기 때문이지요. 가령, 미국에서 비건 가죽을 수입할 때 일반 가죽에 비해 훨씬 높은 세금을 내야 합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비용 문제로 인해 일부 브랜드는 지속 가능한 옵션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수입 관세를 낮춘다면 보다 많은 브랜드들이 더 나은 재료를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브랜드라면, 불이익이 아닌 오히려 인센티브를 받도록 바뀌어야 합니다. 건전하고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가 가능하도록, 정책 변화를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세상은 변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라는 표현처럼 당장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패션은 오염 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 중 하나로, 이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전 분야가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유승주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B&B Italia, Cole&Son, Stella McCart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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