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3

한국 현대사진의 서막을 여는 <구본창의 항해>전

작가 최초의 공립미술관 대규모 개인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한국 현대사진을 대표하는 구본창 작가의 개인전이 오는 3월 10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구본창의 항해>. 어린 시절 그에게 영감을 준 사물 소개부터 독일 유학에서 선보인 작업, 이후 고국으로 귀국해 소개한 사진 작품과 전시 및 작가 활동을 연대기 순으로 조명한다.
'구본창의 항해'전이 열리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외부 모습

한국 현대사진의 서막을 연 작가. 바로 ‘연출 사진(making photo)’를 소개한 구본창 작가이다.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전시는 공립 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가의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남다르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2024년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그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기획자로 국내외 전시를 통해 한국 사진의 세계화에 기여 해왔고, 한국 사진계의 선배, 동료 후배들의 작업을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렸으며 시대를 앞서가는 실험적인 작품활동으로 사진을 현대미술의 장르로 확장해 온 구본창 작가의 회고전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나아갈 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전시다.”라고 말하며 이번 전시의 의의를 밝혔다.

전시 도입부에서 만날 수 있는 '호기심의 방' 섹션. 어린 시절부터 수집해 온 작가의 수집품을 통해 그가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전시는 그 제목처럼 작가의 지난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다섯 가지 구성으로 기획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에게 영감을 준 작가의 수집품을 소개한 ‘호기심의 방’부터 독일 유학 기간에 선보인 작품과 전시 활동을 다루는 ‘모험의 여정’, 매체 실험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작품을 모은 ‘하나의 세계’, 시간의 흐름과 삶과 사회를 담은 사물을 사진으로 담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영혼의 사원’, 그리고 유학 초기부터 제작해온 스냅사진을 전시한 ‘열린 방’까지. 구본창 작가의 연대기를 따라 개인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확장해왔는지, 아울러 한국 현대사진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 가 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구본창 작가가 수집해 온 수집품. 개 중에는 아버지가 출장을 다녀오며 선물로 전해 준 물건들도 있다.

한편, 발단, 전개, 결말로 이어지는 전시 구성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총 작품 수는 무려 1,100여 점이다. 작가의 최초 작업인 1968년 작 ‘자화상'(1968)부터 미발표작 ‘콘크리트 광화문'(2010)까지 500여 점의 작품에 작가가 그간 수집해 온 인쇄물, 포스터, 사물 등 600여 점의 자료와 수집품을 더했다. 오늘날 달항아리, 백자 시리즈 작업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그의 작품 세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에 소개한 작품의 수는 분명 주목할 만하다.

문 라이징 III, 2004~2006,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0×80㎝(×12)
미발표작 시리즈. 콘크리트 광화문 01, 2010,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0×75cm

독일 유학 시절 선보인 초기 작품도 눈길을 끈다. 그는 함부르크 국립조형미술대학교에서 수학 했는데, 방학 때면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파리, 런던, 베를린, 뮌헨, 로마, 베네치아 등으로 여행을 떠나 도시 사진을 촬영하기를 즐겼다고. 특히 이 시기 선보인 그의 작품은 오늘날에 익히 알고 있는 정돈된 아름다움을 뽐내는 작품과 비교해 실험적이고, 파격적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초기 유럽-흑백 010, 1984, 젤라틴 실버 프린트, 19×29cm
독일 유학 시기 악셀 바이어와 찍은 사진

이는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의 작품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당시 서울은 88 올림픽을 앞두고 있었고, 도시는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금 이방인으로서의 고독함을 느꼈다고 고백한 구본창 작가의 심정은 작품 ‘긴 오후의 미행'(1985)과 ‘열두 번의 한숨’ 시리즈(1985)에서 엿볼 수 있다.

긴 오후의 미행 004, 1985, 젤라틴 실버 프린트, 세피아 톤, 23×33.5cm
열두 번의 한숨 01, 1985, 즉석 필름, 27×11.5cm / 열두 번의 한숨 06, 1985, 즉석 필름, 27×11.5cm

사진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온 그의 여정은 다시금 초기에 선보인 스냅사진으로 돌아온다. <익명자> 시리즈가 바로 그것. ‘익명의, 미지의, 미행의’라는 뜻을 지닌 ‘익명자’는 인코니그토(incognito)의 명사형으로 바로 작가 자신을 가리킨다. 익명자로서 세상 곳곳을 떠다니며 발견한 대상과 풍경의 포착. 일기와 다를 것 없는 하루하루의 기록들은 그의 항해가 이번 전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알 수 있는 또 다른 신호이다. 구본창 작가의 지난 항해 그리고 앞으로의 길이 궁금하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이다.

익명자 71, 2019,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5×19cm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및 취재 협조 서울시립미술관

프로젝트
<구본창의 항해>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주소
서울시 중구 덕수궁길 61
일자
2023.12.14 - 2024.03.10
시간
10:00 - 20:00 (화 - 금)
10:00 - 18:00 (토, 일, 공휴일, 동절기/하절기는 19:00)
주최
서울시립미술관
주관
서울시립미술관
기획자/디렉터
학예연구사 한희진
참여작가
구본창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콘텐츠가 유용하셨나요?

0.0

Discover More
한국 현대사진의 서막을 여는 <구본창의 항해>전

SHARE

공유 창 닫기
주소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