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8

사람과 반려동물이 공존하는 세계의 공간들

반려견들을 위해 설계한 집 4곳
살고 일하는 공간을 결정하는 데 반려동물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기획 단계부터 반려동물들의 특성을 고려해 디자인하고 지은 공간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반려견 편이다.

1. 강아지들을 위한 중정이 있는 ‘코트하우스(コート・ハウス)’

일본 오쓰

이미지|池田隆志+池田貴子|design it 인스타그램
이미지|池田隆志+池田貴子|design it 인스타그램

일본 시가현 오쓰시에 있는 ‘코트하우스’의 집주인은 집주인은 평소 대형견 두 마리와 함께 아웃도어 활동을 하거나, 인접한 호수인 비와호에서 수영하는 것을 즐겼다. 따라서 반려견들의 생활을 편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비와호의 풍경과 동네의 분위기를 누릴 수 있는 집을 짓기를 원했다.

‘코트하우스’를 설계한 건축 스튜디오 디자인 잇(design it)의 이케다 타카시와 이케다 타카코는 주위 다른 집들로부터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야외 공간도 즐길 수 있도록 중정이 있는 단층집을 선택했다. 단층인 덕에 중정 안으로도 충분한 자연광이 비치고 하늘을 볼 수 있다. 중정은 전면 유리로 둘러싸여 있어 자연광을 집 안까지 끌어들인다. 또 집 안 어디에 있든 중정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원이 건물 안으로 숨어들어갔지만, 호수 전망 역시 포기하지 않았다. 비와호를 바라보는 쪽 벽면에 큰 창을 만들어, 중정에서부터 멀리 호수까지 내다보이도록 만들었다.

중정을 둘러싼 생활 공간은 도넛 형태의 원룸으로,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빛과 공기가 자유롭게 통한다. 벽은 없지만 구간별로 공간이 구분된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전면부는 주방과 다이닝 공간이고, 라운지 소파는 집 깊은 안쪽에 중정을 바라보도록 설치됐다. 집 안에는 중대형 반려견을 씻기기 적합한 별도 샤워실과 그루밍 공간도 마련했다. 무엇보다 집의 모든 출입구와 창문이 중정을 향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일상이 이 중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반려견들의 놀이터이자 생활 공간인 중정이 관상용이나 특수한 상황에 쓰이기 위해 집 한편에 존재하는 것을 넘어, 사람과 개들의 평소 생활이 늘 중정을 중심으로 이어지며 함께하는 일상을 만든다.

2. 개와 인간의 행동을 연구한 ‘Dog / Human’

태국 나콘빠톰

이미지|EKAR Architects 인스타그램
이미지|EKAR Architects 인스타그램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불탑, ‘프라빠톰체디’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나콘빠톰은 방콕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태국 중부의 농업도시이자 관광도시다. 개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업가 집주인은 자신의 열정과 사랑을 다른 반려인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반려견 시설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자신의 개와 함께 할 수 있는 개인의 거주 공간도 마련했다. 마치 대형 정원이나 온실처럼 보이는 거대한 부지에 사업가의 집과 반려견 호텔, 반려견 미용실, 그리고 개의 행동에 최적화해 설계한 넓은 잔디밭과 정원이 있다. 개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실내와 실외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이곳을 찾은 개들은 편안하게 다른 개들과 사회적인 교류를 경험할 수 있다. 반려인들이 자신의 개를 계속 지켜볼 수 있도록 사람의 동선도 신경 썼다.

지역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농장의 온실을 닮은, 삼각 유리 지붕 아래에 집주인의 생활 공간이 있다. 침실 양쪽의 파티션을 열면 곧바로 개인 정원으로 연결된다. 반려견은 원하는 때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고 머물 수 있다. 시설을 찾은 손님들과 공유하는 정원의 일부 구간은 지붕이 위로 개방되어 있어, 키 큰 나무들이 마음껏 비를 맞고 하늘을 향해 뻗어간다. 지붕에 덮인 나머지 구간은 사람과 개가 반개방형 테라스처럼 활용할 수 있다. 곳곳에는 개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기둥이 있다. 기둥은 마치 사람들의 소셜미디어처럼 이곳을 찾은 호기심 많은 반려견들이 소변을 보고 본능에 따라 이곳을 지나간 다른 개와 사람들의 냄새를 탐구할 수 있게 해준다.

농장 같기도, 숲 같기도 한 이 독특한 공간을 디자인한 에카 아키텍츠(EKAR Architects)는 설계 과정에서 “인간과 개의 행동, 그리고 그 둘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소개한다. 콘크리트 구조물은 모두 청소하기 용이하도록 디자인했고, 수영장과 계단, 경사로 등을 모두 사람과 다양한 크기의 개들이 이용할 때 큰 어려움이 없도록 구현하기 위해 고심했다.

3. ‘고양이들과 개들의 가족을 위한 집’

스페인 바에사

이미지|AFAB Architecture 인스타그램
이미지|AFAB Architecture 인스타그램

길고 구체적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건물은 다양한 모습을 한 대가족을 위해 지어진 집이다. 소개에 따르면, 이 대가족은 사람 두 명, 개 여섯 마리, 고양이 여섯 마리, 그리고 ‘룸바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 식구가 많은 만큼 개와 고양이들의 서로 다른 언어와 생활 습관을 고려했다. 활동적이고 서로 어울리기 좋아하는 개들을 위해 1층을, 높은 곳과 자기 영역을 구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양이들을 위해 2층을 각각 맞춤형으로 설계한 것이다.

개들이 사용할 1층은 정원을 향해 개방적으로 설계됐다. 고양이들이 사용할 2층은 여러 서로 다른 형태로 분리된 공간들이 느슨하지만 확실하게 연결되어 있다. 집의 공간 배치는 집 안에서 끝없이 발견되는 털과 먼지를 치우기 위해 상시 가동 중인 로봇청소기 ‘룸바’가 활동하기 가장 좋은 동선을 고려한 것이다.

집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서로 다른 종의 거주자들이 각자 편안하면서도 서로 어울려 지낼 수 있을 것, 그리고 새로 지어진 건축물이 주변 환경과 생태학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 것. 이를 위해 현지에 자생하는 야생식물에 대한 연구 과정을 거쳐, 건축이 끝난 후 환경을 복원하는 단계까지 건축 플랜에 포함시켰다.

4. 반려견과 함께 출근할 수 있는 직장 ‘바크(Bark)’ 사무실

미국 오하이오

이미지|NBBJ Design 인스타그램

하루 중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이다. 그런데 그 직장에 반려견도 함께 데려갈 수 있다면? 나에게는 일터지만 개들에게는 집 못지 않게 중요한 생활 공간이 될 것이다. 반려견 용품과 간식을 만드는 미국 바크(Bark) 사는 직원들이 사무실에 반려견을 데리고 출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바크 사는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 있는 지역 사무실을 200여 명의 직원과 그들이 데려올 반려견이 함께 생활하기에 적합한 곳으로 만들었다.

2044제곱미터 규모의 사무실은 일, 커뮤니티, 놀이를 테마로 한 다양한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들도 종종 피로감을 느낀다는 오픈 플랜 오피스에는 개들이 몸을 숨기거나 붙이고 있을 수 있는 은신처들이 곳곳에 있다. 한 켠에 마련된 놀이 공간에는 개들이 이용할 경사로와 터널, 장난감들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조용한 공간으로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피신해 업무를 보거나 휴식을 할 수 있도록, 벽과 유리문으로 분리된 개인 사무 공간도 있다. 관리자 전용이 아니라 누구나 돌아가면서 쓸 수 있는 핫 데스크로 운영하는 공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무실에 온 반려견들이 예상하지 못한 사고를 일으켜 개에게나 사람에게나 위험한 상황을 만드는 상황을 방지하는 구조이면서, 금세 더러워질 수 있는 바닥을 쉽게 청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내 공간 바닥은 콘크리트나 고무 재료를 사용했고, 카펫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실외 공간으로는 1층의 야외 반려견 공원과 옥상의 테라스가 있다. 반려견 제품 회사답게, 주방에는 물론 바크 사의 간식들이 직원들의 간식과 나란히 갖춰져 있다.

반려묘 편 읽기

박수진 객원 필자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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