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8

을지로 맥파이 NM+점에는 뮤직 디렉터가 있다

을지로에 움튼 맥파이의 새로운 시도
지난해 헤이팝은 론칭 10주년을 맞은 수제맥주 브랜드 맥파이 브루잉 컴퍼니(Magpie Brewing Company, 이하 맥파이)를 인터뷰했다. 맥파이가 선보이는 디자인과 브랜딩에 눈여겨볼 요소가 많았기 때문인데, 당시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하는 모든 일의 바탕에 ‘사회적 연결고리’가 되고자 하는 지향이 있음을 알았다. 맛있는 맥주를 매개로 사람들이 모이고 즐기며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게 하기, 맥파이라는 브랜드가 하는 일은 대개 이러한 목표에서 파생했다.
맥파이 NM+점. 제공: 맥파이

그리고 올해 9월 이 지향을 품은 새로운 공간이 탄생했다. 서울 을지로의 한 골목, 맥파이 NM+점이 문을 연 것. NM+는 중고 바이닐 거래에 쓰이는 용어로 ‘새것은 아니지만 새것과 같은 정도’를 뜻한다. 그 이름에서 드러나듯 맥파이 NM+점은 맥주와 더불어 음악에도 각별한 정성을 들였다. 새 공간에서 맥파이는 사람을 잇고 낯선 경험을 제공하는 일을 어떻게 해내려 할까? 그러기 위해서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했을까? 문배석 맥파이 브루잉 컴퍼니 COO에게 물었다.

interview 문배석 
맥파이 브루잉 컴퍼니 COO

이태원점 지하 매장 운영을 종료하고 을지로에 새로운 매장을 열었다. 그 배경이 궁금하다.

지난 11년 동안 맥파이는 하고자 하는 일을 꾸준히 해 왔고 유의미한 결과를 여럿 만들어 냈다고 자평한다. 시장이 변화하면서 이런저런 유혹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그러나 이제 ‘수제맥주’라는 키워드가 주는 특별함은 많이 사라졌다고 느낀다. 고객 경험을 좀 더 강화하는 방향을 고민해 보면서 하이파이(HI-FI) 바 콘셉트의 펍을 떠올렸다. 여러 현실적인 요소로 인해 해당 콘셉트를 발전시키는 데 어려움을 느끼던 중, 어반플레이에게 협업을 제안받고 적합한 공간을 발견하면서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맥파이 NM+점. 제공: 맥파이

을지로점의 이름은 NM+점이다. NM+는 중고 바이닐을 거래할 때 쓰이는 용어라고 들었다. 이름을 이렇게 붙인 이유가 있나.

우리 크루는 전문 디제이도 아니고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도 아니지만 음악을 즐긴다. 특히 바이닐로 음악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디지털 음원이나 액티브 스피커로 정확하고 깔끔한 음질의 음악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바이닐로 재생할 때만 느껴지는 공간감과 따스함을 좋아한다. 언젠가 우리가 음악과 관련한 매장을 연다면 바이닐 베이스이기를 원했다. 초기 기획에서는 하이파이 바를 구상했지만, 현실적인 운영 모델을 고려하면 한계가 있었다. NM+는 중고 바이닐 거래에 쓰이는 말로, Near Mint의 약자다. 새것은 아니지만 새것과 같은 정도의 바이닐을 뜻한다. 하이파이처럼 최상의 음향 경험은 아니더라도 최선의 경험을 드리고자 한다는 의미로 이름 지었다.

을지로 한 건물의 4층에 자리 잡았다. 왜 이 자리, 이 공간을 선택했나?

우리는 리테일 사업을 확장할 때 연간 매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목적으로 매장을 준비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고객 경험이 분명해지고, 그 경험을 제공할 만한 적절한 장소를 발견했을 때 확장하려 한다. 그런 면에서 현재 NM+점 공간은 알맞았다. 4층에 있기는 하지만, 을지로의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공간이라고 느꼈다. 익숙한 것으로부터 의외성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입구. 제공: 맥파이
햇살 좋은 날 맥파이 NM+점. 제공: 맥파이

NM+점은 음악과 깊이 연결된 콘셉트를 표방한다. 이 공간 오픈 전부터 맥파이는 여러 파티를 열거나 좋은 음악을 틀어 왔다. 음악에 더 집중하는 공간을 연 이유가 있나.

맥파이의 핵심 사업은 수제맥주다. 수제맥주를 설명하는 특징 중 중요한 것은 다양성인데, 음악 역시 다양성의 상징이잖아. NM+점은 음악 자체에 집중한다기보다는 ‘음악을 통해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는 공간’에 가깝다. 물론 자주 파티를 열었고 공간을 대여해 이벤트를 벌여 왔지만 한계가 있었다. 우리가 원하는 경험을 우리 공간에서 만들 수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었다. 또 이 공간에서 기존 파티에서 보여준 것과는 또 다른 음악적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

파티 현장. 제공: 맥파이
제공: 맥파이

NM+점의 사운드는 공간을 풍성하게 채우면서도 날카롭지 않다고 느꼈다. 사운드 시스템을 어떻게 갖췄나.

에릭 모이니한 맥파이 대표는 평소 음향에 관심이 많다. 그중에서도 빈티지 스피커에 관심이 많은데, 빈티지 스피커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적절하게 제작해 줄 수 있는 곳을 국내에선 찾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여러 레코드와 사운드 시스템을 취급하는 다이브레코드(Dive Records)를 알게 됐고, 우리가 구상 중인 운영 모델과 공간에 대해 현실적인 조언을 받았다. 다이브레코드의 조언을 통해 현재의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제공: 맥파이
천장 곳곳에 스피커가 매달려 있다.(좌) 다양한 바이닐(우) 제공: 맥파이

프로듀서 말립(Maalib)이 뮤직 디렉터로 함께한다. 그와 함께하게 된 이야기를 듣고 싶다. 뮤직 디렉터는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말립과 우리는 맥파이 브루어리 파티 등 여러 행사를 통해 자주 협업했다. 말립이 가진 음악적 이해와 그가 음악에 접근하는 방식, 그리고 음악으로써 다양한 세대를 흡수하는 그의 능력은 우리의 지향과 잘 맞아떨어졌다. 말립은 맥파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특징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시도를 함께하고 있다. 또 NM+점의 디제이 라인업을 디렉팅하는 한편, 음악 관련 콘텐츠 제작과 협업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NM+점에서는 어떤 음악을 트나? 음악을 통해 구축하고 싶은 공간의 무드가 있다면.

특정 장르에 집중하지 않으려 한다. 말립의 디렉팅하에 매일 다른 컬렉션을 선보이고 싶다. 너무 실험적인 음악이 아니라면 가능한 한 모든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려 한다. 특정한 무드가 있는 공간보다는, 다양한 음악을 즐기면서 서로 다른 취향을 나누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제공: 맥파이

입구에 유리블록을 설치해 둔 점이 독특했다. 들어서는 사람들의 시야를 막는다는 점이 사뭇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디제이 부스를 어디에 놓을 것인가, 이 공간을 만들면서 가장 고민스러운 점이었다. 기능만 따졌을 때는 메인 스피커와 함께 두어야 하겠지만, 바의 중심에 스피커와 더불어 맥주 탭 역시 배치해야 했기에 구조를 계획하기 쉽지 않았다. 디제이 부스를 바 사이드에 두는 것도 공간이 지향하는 바와 어울리지 않았다. 결국 매장 입구에 디제이 부스를 두는 결정을 하게 됐다. 디제이 부스, 그리고 맥주 탭과 바가 각각 반대쪽에 자리 잡음으로써 공간의 지향이 드러나도록 한 거다. 입구와 디제이 부스를 자연스럽게 분리하고 연결하기 위해 고민했는데, 이번 작업을 함께한 오소 스튜디오(OSO Studio) 전영웅 디자이너의 레퍼런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유리블록을 설치했다.

왼쪽부터 4층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유리블록, 맥파이 매장 안쪽에서 디제이 부스를 바라본 모습, 디제이 부스 가까이에서 바라본 모습 제공: 맥파이
맥주 탭과 바 테이블 양 끝에 대형 스피커를 설치했다. 제공: 맥파이

NM+점 포스터 로고에선 바이닐 형태가 연상된다.

로고를 통해서도 음악이라는 키워드를 표현하고자 했다. 사운드를 표현하는 음파 파장을 시각화한 것이다. 에릭 모이니한 맥파이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변경연 맥파이 디자이너가 작업했다.

음파 파장을 시각화한 로고가 인쇄된 포스터. 제공: 맥파이
입구 유리블록 너머 매장이 보인다. 제공: 맥파이

주류와 음식 메뉴는 어떻게 구성했나. NM+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메뉴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NM+점에서는 음악뿐 아니라 주류와 음식 메뉴 면에서도 새로움을 더하려 한다. 맥주 관련 고객 경험을 확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맥파이의 대표 요리 메뉴로 피자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신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연중 상시 즐길 수 있는 코어 라인업 맥주와 계절 한정 맥주를 포함한 약 15종의 맥주를 제공한다. 이태원의 바(bar) 사우스사이드 팔러와 협업해 NM+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칵테일도 준비 중이다.

파티에 제공된 음료들. 보통 맥주는 맥파이 맥주 전용 잔에 따라 제공한다.(좌) 다양한 잔(우) 제공: 맥파이

NM+점 오픈이 맥파이의 행보에서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

맥파이는 수제맥주 회사이지만 수제맥주 회사로만 남고 싶지는 않다. 맥파이 자체가 브랜드로서 존재할 수 있다면 좋겠다. NM+점은 맥파이가 브랜드로서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다양성에 관한 다채로운 경험을 만들고 소개함으로써 고객이 신선한 경험을 하고, 몰랐던 취향을 발견하도록 하고 싶다. NM+점을 무사히 오픈한 지금, 하나의 공간을 더 준비 중이다. 그곳은 브랜드로서의 맥파이가 또 무엇을 지향하는지 보여줄 수 있을 거다.

앞으로 맥파이 NM+점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기본적으로 맥주와 음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맥파이 헤드 브루어가 고객에게 직접 맥주에 대해 설명하고 테이스팅을 돕는 이벤트나 다른 외식업계와 연계한 팝업을 준비 중이다. 음악적으로는 크게 파티, 오픈 덱(open deck), 인비테이션(invitation)으로 나눠 행사를 열 계획이다. 파티는 전문 디제이들의 플레잉을 기반으로 하는 이벤트고, 오픈 덱은 전문 디제이가 아니지만 다양한 바이닐 컬렉션을 보유한 이들이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행사다. 인비테이션은 디제이는 아니지만 자신이 쌓아 온 음악적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셀러브리티를 초대해 플레잉하는 날이다. 각기 다른 성격의 이벤트를 통해 사람들이 저마다 음악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제공: 맥파이

꼭 열고 싶은 파티가 있다면.

에릭 대표와 내가 꿈꾸는 일이 있다. 김창완 선생님을 초청해 그분이 평소에 즐겨 들으시는 음악을 플레잉하며 소통하는 기회를 만드는 거다. 언젠가 꼭 이뤄지길 바란다.

 김유영 기자

장소
맥파이 NM+점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127, 4층
기획자/디렉터
프로젝트·공간 디렉팅 | 에릭 모이니한 맥파이 브루잉컴퍼니 CEO
크리에이터
프로젝트 매니저 | 문배석 맥파이 브루잉컴퍼니 COO, 공간 디자인·시공·집기 | OSO Studio 전영웅 디자이너, 뮤직 디렉터 | 말립 @maalib, 그래픽 디자인 | 변경연 맥파이 브루잉 컴퍼니 디자이너
김유영
에디터.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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