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5

왜 미국 버거에 열광할까?

파이브가이즈 다음은 어디? 해외 버거 프랜차이즈 4
쉐이크쉑 (Shake Shack), 파이브가이즈(Five Guys), 슈퍼두퍼(Super Duper) 등 해외 프리미엄 버거를 향한 한국 소비자들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요즘이다. 특히 강남에 1호점을 오픈한 파이브 가이즈의 경우 문을 연 지 세 달 가까이 되었지만, 여전히 세 시간 이상의 웨이팅을 감수해야 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미국에서 온 버거에 열광할까? 나는 오직 이곳에서만 제공하는 ‘소비자 경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국내 입점하지 않았지만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는 프리미엄 버거 프랜차이즈를 교환학생 시절 직접 먹어본 경험과 인기 비결을 꾹꾹 눌러 담아 소개한다.

칙필레(Chick-fil-A)

출처: 칙필레 인스타그램 계정 https://www.instagram.com/p/Cki4G9AMilq/?igshid=MzRlODBiNWFlZA==

한국에 맘스터치(Mom’s Touch)가 있다면 미국에는 칙필레가 있다. 다만 이곳의 촉촉한 치킨 패티는 맘스터치와는 또 다른 느낌의 감동을 선사한다. 칙필레는 미국에서 치킨 패티를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는 패스트푸드 브랜드 중에 가장 많은 체인점을 보유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크리스천 설립자의 신념에 따라 일요일과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날은 모든 매장이 운영을 하지 않는다. 보기 드문 브랜드 철학 덕분일까. 입점 위치도 본사에서 결정하고 가맹점 운영자를 선발하는 과정도 철저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거치는 등 매우 엄격하다고 한다.

 

하지만 운영보다 중요한건 맛이다. 가장 유명한 메뉴는 ‘칙필레 치킨 샌드위치(Chick-fil-A chicken sandwich)’다. 미국에서는 빵 사이에 무언가를 끼워 먹는 메뉴를 전부 샌드위치라고 통칭한다. 그러니 햄버거도 샌드위치의 일종인 셈이다. 한 입 베어 물면 적당히 짭짤하면서 촉촉하고 부드러운 닭고기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메뉴는 단순하다. 바삭하게 튀겼거나 구운 두 가지 형태의 치킨으로 만든 샌드위치, 너겟과 샐러드 정도. 그만큼 주 식재료인 치킨 패티에 집중한 것이 돋보인다. 무항생제 닭으로 만든 패티를 취급하며 벌집 모양 감자튀김도 바삭함을 자랑한다.

출처: 칙필레 공식 홈페이지 https://www.chick-fil-a.com/stories/food/2015/06/23/serendipitous-sauce-the-chick-fil-a-sauce-story

세트 주문 시 감자튀김 대신 새콤달콤한 케일 샐러드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도 있으니 이 또한 야채나 저열량으로 한 끼 식사하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선택지다. 게다가 칙필레에는 버거나 너겟에 찍어 먹을 수 있는 무료 소스가 15가지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물론 ‘칙필레 소스’. 허니 머스타드와 바베큐 소스를 적절히 배합한 특유의 맛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대형마트에 가면 용기째로 판매하는 칙필레 소스를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웬디스(Wendy’s)

웬디스는 인앤아웃과 마찬가지로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설립자가 손녀의 이름을 따서 브랜드 이름을 지었고, 로고도 양쪽으로 머리를 땋은 귀여운 여자아이 얼굴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웬디스 매장이 과거 한국에 있었다는 점이다. 1984년 종로 2가, 양재동 압구정에 매장을 냈다가 IMF 이후 완전히 철수했다. 한국에선 잊혔지만, 미국에서는 굴지의 패스트푸드 체인이다. 여느 버거 프랜차이즈와는 다르게 냉동육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큼지막한 사각형 패티를 넣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둥그런 빵 사이로 비죽 튀어나온 패티를 먼저 한입 베어 물면 괜히 더 이득인 기분이다. 일반적인 메뉴 이름은 들어가는 패티의 개수에 따라 정해진다. ‘데이브스 싱글(Dave’s single)’, ‘데이브스 더블(Dave’s double)’, ‘데이브스 트리플(Dave’s triple)’ 같은 식이다. 여기서 데이브(Dave)는 설립자(Dave Thomas)의 이름이다. 두툼한 패티에 육즙과 고기 씹는 맛이 가득해 ‘미트 러버’의 마음을 사로잡기 제격이다.

 

국내에 잘 알려진 쉐이크(Shake) 대신 프로스티(Frosty)라는 음료를 판매한다. 밀크셰이크와 아이스크림 그 중간의 쫀득함이 핵심인 메뉴다. 달콤한 맛이 일품이라 두툼하고 짭조름한 감자튀김과 함께 곁들이기도 한다. (추가로, 미국 패스트푸드 매장에서는 원하는 맛의 음료를 제조할 수 있는 디스펜서를 흔히 볼 수 있다. 콜라, 스프라이트, 닥터 페퍼, 펩시 제로, 미닛메이드 등 음료 베이스에 체리, 포도, 복숭아 등 다양한 맛을 첨가할 수 있다.)

(왼) 너겟 상자와 뒷배경에는 차이가 없다며 틀린 그림 찾기를 유도하는 웬디스. 사실 틀린 부분은 ‘genious’의 스펠링. ‘genius(천재)‘ 가 맞는 표기. (오) 경쟁업체 맥도날드를 노골적으로 비웃는 웬디스. 출처: 웬디스 인스타그램 계정, X 계정
웬디스 X계정의 National Roasting Day 관련 스레드. 출처: 웬디스 인스타그램 계정, X 계정

사실 웬디스는 버거 이외에도 악동 캐릭터 웬디(Wendy)를 활용한 SNS 마케팅으로 굉장히 유명하다. 웬디는 실제로 매운맛 ‘팩폭’ 제조기에 가까워 웬디스의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여느 패스트푸드 체인과 같은 고화질의 버거 사진 대신 저화질의 밈으로 가득 차 있다. 경쟁업체에 대한 노골적인 농담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그녀의 캐릭터를 살려 웬디스는 매년 ‘내셔널 로스팅 데이(National Roasting Day. ‘Roast’는 ‘지독한 농담을 날리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를 개최하고 있다. 그녀의 재치를 사랑하는 수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얻고자 많은 기업이 자진해서 자신들을 ‘roast’ 해달라는 요청을 날린다고 한다.

인앤아웃(IN-N-OUT)

출처: 인앤아웃 인스타그램 계정 https://www.instagram.com/p/CUvLQhKN8ad/?igshid=MzRlODBiNWFlZA==

미국 동부에 쉐이크쉑이 있다면, 서부에는 인앤아웃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에 국내 상표권 특허를 받아, 정식 입점하지는 않았지만 3년에 한 번씩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다. 그마저도 하루 4시간만 영업하고 한정 수량만 판매하는 등 임시로만 운영 중이라 본격적인 한국 진출에 대한 국내 팬들의 염원이 뜨겁다. 메뉴는 심플하다. 햄버거, 치즈버거 그리고 패티와 치즈가 두 장씩 들어간 ‘더블더블 버거(Double  double burger)’. 들어가는 재료는 동일한데 어떤 구성을 하느냐의 차이다. 갓 구운 번과 신선한 야채, 치즈, 패티의 조화가 훌륭하다. 미국에서는 육즙이 좔좔 흐르거나 치즈를 몇 장씩 넣어 자극적이고 기름진 버거를 마주하기 쉬운데 인앤아웃 버거는 그에 비해 담백한 편이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원하지 않는 재료는 뺄 수 있다. 특히, 인앤아웃의 ‘애니멀 스타일(Animal style)’이라는  주문 방식은 먹는 재미를 더한다. ‘애니멀 스타일’로 달라고 요청하면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생양파 대신 그릴된 양파와 피클이 추가되고 소스는 원래보다 듬뿍 발라져 나온다. 감자튀김도 애니멀 스타일로 주문할 수 있는데, 이때는 듬뿍 올라간 특제 소스, 베이컨 비츠, 그릴된 양파와 치즈가 추가된다. 기호에 따라 같은 재료를 다른 조리 방식으로 즐길 수 있어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다. 해바라기 오일로 튀긴 길쭉한 감자튀김은 바삭함보다는 속살의 포실포실함이 잘 살아있다. 음료 디스펜서 옆에 놓인 레몬 조각은 덤이다. 새콤달콤한 레몬 콜라를 즐길 수 있게 한 이 브랜드만의 차별점이 마음에 든다.

프레디스(Freddy’s)

출처: 프레디스 인스타그램 계정 https://www.instagram.com/p/CwfoFFipVSX/?igshid=MzRlODBiNWFlZA==

지금까지 소개한 프랜차이즈 중 미국에서 가장 덜 알려진 브랜드이지만 굉장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프레디스 프로즌 커스터드 앤 스테이크 버거스(Freddy’s Frozen Custard & Steakburgers, 이하 프레디스). 설립자 형제의 아버지 이름(Freddy)을 따서 만든 브랜드다. 마케팅보다 버거의 맛으로 승부하며 지금까지 매장 수를 늘려왔다. 2002년 캔자스에 1호점을 열었고 설립자들이 어린 시절 기억 속 버거 맛을 재현해 내겠다는 일념에서 시작한 체인이라 패스트푸드보다 가정집에서 갓 만든 햄버거 느낌이 강하다. 레트로 아메리칸 다이닝 스타일의 매장 분위기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한다.

 

여느 버거 프랜차이즈와의 차별점은 얇은 패티에 있다. 주문과 동시에 매장에서 두꺼운 패티를 눌러서 얇게 펴낸 후 가장자리는 살짝 바삭하게, 속에는 육즙이 흘러나오게 굽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스테이크 버거가 이곳의 스테디셀러. 스테이크 패티 두 장과 치즈, 피클이 전부지만 많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앞서 소개한 칙필레에 칙필레 소스가 있다면 프레디스에는 프라이 소스(Fry Sauce)가 있다. 마요네즈, 케첩, 특제 시즈닝과 피클즙을 섞어 만든 특제 프라이 소스는 얇게 튀겨진 감자나 튀김에 찍어 먹으면 제격이다. 소스를 먹기 위해 치킨 텐더를 구매한다는 농담이 돌 정도로 이곳의 시그니처다. 브랜드 이름에 들어간 것처럼 커스터드 역시 이곳의 주력 메뉴다. 아이스크림과 다르게 버터 지방 대신 계란을 많이 사용한다. 공기와 얼음 결정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 아이스크림보다 섬세한 질감이 특징이다.

출처: 프레디스 인스타그램 계정

해외 프리미엄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선택 받은 버거를 보면 브랜드만의 차별점이 명확하다. 단순히 비슷한 모양과 맛의 햄버거를 제공해 뚝딱 한 끼를 해결하게 해주는 것이 아닌 각자만의 주문법, 소스, 패티, 음료, 캐릭터 등의 니치 요소를 곳곳에 배치해 소비자 경험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작은 차별점들이 모여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향하게 한 것. 파이브가이즈가 엄청난 사랑을 받는 이유도 지금껏 국내 패스트푸드 시장이 보여주지 못한 차별적인 퀄리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백상희 객원 필자

진행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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