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8

90분, 오롯이 커피에 몰입할 시간

한옥의 색과 닮은 ‘블루보틀 스튜디오’ 체험기
오직 6명의 게스트를 위해 준비된 바 테이블, 그날의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달리 재생되는 LP 음악, 8가지 스페셜티 코스. 한옥의 정취를 만끽하며 커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 서울 삼청동에 마련됐다. 블루보틀커피코리아(이하 블루보틀)가 최상의 스페셜티 커피 경험을 즐길 수 있는 ‘블루보틀 스튜디오’를 약 7주간 한정 운영하는 것.
ⓒ블루보틀

지난 4월, 블루보틀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게시물 중 에디터를 설레게 했던 소식이 있다. 바로 블루보틀 스튜디오가 한국에 첫선을 보인다는 소식이다. ‘단순하지만 정교함이 묻은 최상의 커피를 만나는 크리에이티브한 공간’이라 설명하는 이곳이 어떤 커피 경험을 선사하는지 궁금해 오픈과 동시에 직접 다녀와 봤다.

 

2023년 4월 일본 교토를 시작으로 미국 LA, 홍콩에서 선보인 바 있는 블루보틀 스튜디오는 전 세계에서 수확한 희귀성 높은 스페셜티 커피를 8가지 코스 메뉴로 선보이기 위해 마련된 곳이다. 바리스타가 각기 다른 브루잉 기법으로 눈앞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주기 때문에 이색적인 테이스팅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공간은 커피에 몰입하는 경험을 위해 오직 예약제로 운영되며 한 타임당 6명의 게스트를 맞는다.

블루보틀 삼청 카페에서 스튜디오로 안내를 받으며 걸어간다. ⓒ헤이팝

기존 ‘블루보틀 삼청 한옥’을 리뉴얼 한 공간에는 한옥에 조예가 깊은 양태오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입구를 지나 보이는 중정의 작은 정원은 공예 작가 윤준호의 작품들로 꾸며졌다. 한국 디자이너, 작가의 세심한 손길이 닿아있어 커피 코스를 즐기기 전 고요한 한옥의 정취를 느끼기 좋다.

 

5월 3일 오픈 당일에는 블루보틀 창립자 제임스 프리먼(James Freeman)과 글로벌 혁신 총괄자 벤자민 브루어(Benjamin Brewer)가 방문해 직접 게스트를 맞이했다. 이들이 안내한 첫 순서는 ‘골목길 걷기’였다. 블루보틀 삼청 카페 옆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것까지 의도한 과정의 일부다.

블루보틀 스튜디오의 8가지 스페셜티 커피 코스

차처럼 마시는 라이트 로스팅 커피
ⓒ헤이팝

커피는 본래 꽃을 피우고 열매(커피 체리)를 맺으며 씨앗(커피콩)을 생산하는 식물로 씨앗을 완전하게 볶아서 추출한 후 커피로 마시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이지만 첫 번째 코스인 ‘씨드(SEEDS)’는 극도로 라이트하게 로스팅한 커피를 차처럼 제공하여 식물 본연의 모습으로 커피를 즐기는 방법을 제안한다. 투명한 물에 실수로 커피 한 방울 떨어뜨린 듯한 희미한 색과는 달리 입안으로 퍼지는 맛과 향은 꽤나 풍미로웠다.

커피

수마트라 아체 아바타라 가요 아나에로빅 내추럴(Sumatra Ache Avatara Gayo Anaerobic Natural)

인스턴트 커피로 즐기는 최상의 커피 경험
고체 상태의 인스턴트 커피 향을 먼저 맡을 수 있게끔 준비하는 모습. ⓒ헤이팝

두 번째 코스 ‘솔루블(SOLUBLE)’은 인스턴트 커피만으로도 충분히 최상의 커피를 느낄 수 있다는 경험을 선사하는 메뉴다. 한 잔에는 따뜻한 물이, 한 잔에는 고체 상태의 인스턴트 커피가 담겨 나오는데 프리먼은 인스턴트 커피가 담긴 잔을 먼저 건네주며 향을 맡아보라 권한 뒤 준비된 온수를 부어 커피를 완성했다. 이 모든 과정을 게스트가 바라보며 바리스타와 함께 재료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솔루블의 포인트다.

커피

퍼스트 블렌드(First Blend)

  • – 예멘 하이마 카라지야 알지단 11(Yemen Hayma Kharijiya Aljidan XI) 50%
  • – 수마트라 아체 테랑 울렌 COE#9(Sumatra Aceh Terang Ulen COE #9) 50%
  •  

테이스팅 노트

레드체리, 샌들우드, 마데이라(Glace cherries, Sandalwood, Madeira)

코스를 선보이며 재생했던 LP를 보여주는 프리먼. ⓒ헤이팝

세 번째 코스로 넘어가던 중 공간 한 켠에서 LP 플레이어를 조작하는 직원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블루보틀 스튜디오의 음악은 날씨나 시간 등을 고려해 선택한다고 하는데 이날 플레이리스트는 제임스 프리먼이 직접 선택한 LP 음악들로 구성되었다. 그 중에는 그가 소장한 40년 된 LP가 포함되기도 했다.

꾸밈없이 추출한 커피 석 잔
천천히 떨어지는 커피 가루를 잠시 감상한다. ⓒ헤이팝
롱컵을 즐기는 동안 제조되는 숏컵. ⓒ헤이팝

전 세계에서 극소량으로 수확한 희귀 원두 3종을 게스트 앞에서 정직하게 추출하는 ‘롱컵(LONG CUP)’은 고품질의 커피 석 잔을 음미할 수 있는 메뉴다. 프리먼과 브루어가 바 위에 놓인 모래시계를 뒤집은 다음 미세하게 분쇄된 커피를 손으로 톡톡 두들긴다. 커피 가루가 물 표면에 쌓이면 서서히 가라앉는 모습을 잠시 감상할 수 있는데 스튜디오에 흘러나오는 LP 음향과 어우러져 더욱 평온한 시간을 선사한다. 이후 대나무 패들을 이용해 물에 침지하는 브루잉 기법으로 크레마와 향을 보존한 커피를 완성한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로 내어준 ‘대만 PCA 옥션 #7’ 커피가 입에 잘 맞아 좋았다.

커피

  1. 1. 캘리포니아 프린지 밸리 하트 랜치 게샤 워시드(California Frinj Valley Heart Ranch Gesha Washed)
  2. 2. 대만 PCA 옥션 #7(Taiwan Ching Ye Coffee Estate SL-34 Natural)
  3. 3. 예멘 키마 옥션 로트 #2 알지단 시(Lot 2)(Yemen Hayma Kharijiya Aljidan XI)

 

테이스팅 노트

  1. 1. 자스민, 딸기, 시트러스(Jasmine, Strawberry, Citrus)
  2. 2. 금귤, 감, 달콤한 바질(Kumquat, Persimmon, Sweet Basil)
  3. 3. 타마린드, 블랙 체리, 바닐라(Tamarind, Black Cherry, Vanilla)
봄 제철 방아잎을 이용한 과일 젤리
직접 라임 즙을 짜내는 모습. ⓒ헤이팝

‘숏컵(SHORT CUP)’을 경험하기 전 입안을 환기시킬 상큼한 디저트가 준비된다. 프랑스식 과일 젤리 ‘파테 드 프뤼(PATE DE FRUITS)’에 봄이 제철인 허브 방아잎을 이용해 한국의 맛과 멋을 담아낸 디저트라고 한다. 까끌까끌한 설탕 입자가 입술에 닿으면 말랑한 과일 젤리가 입안에서 한순간 녹아버린다. 플레이팅 후 프리먼이 직접 뿌려준 라임즙은 디저트에 산뜻함을 더해줬다.

일본 킷사텐에서 영감받은 진한 밀도의 커피
ⓒ헤이팝

블루보틀의 창립자 제임스 프리먼과 글로벌 혁신 총괄자 벤자민 브루어가 넬 드립으로 진한 밀도와 깊이를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메뉴 숏컵은 일본 킷사텐에서 영감을 받았다. 주전자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사진에 포착될 만큼 천천히 심혈을 기울여 떨어뜨린 물이 면포를 적신다. 에스프레소만큼이나 진한 이 커피를 즐기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입술에 묻히듯 먹는 것. 아메리카노가 익숙한 우리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원두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진귀한 경험을 주는 메뉴다.

커피

수마트라 아체 아바타라 가요 아나에로빅 내추럴(Sumatra Ache Avatara Gayo Anaerobic Natural)

 

테이스팅 노트

리치, 히비스커스, 송잔(Lychee, Hibiscus, Resinous)

풍부한 거품의 오레와 즐기는 다쿠아즈
프리먼이 주전자를 높이 들어 올려 오레를 만들고 있다. ⓒ헤이팝

이제 ‘오 레(AU LAIT)’를 즐길 차례다. 오레는 숏컵에 사용된 동일한 넬(Nel)커피에 우유를 곁들여 제공하는 메뉴로 따뜻한 우유를 얇은 줄기로 높은 곳에서 부어 거품을 만든다. 바리스타가 주전자를 높이 들어 올리는 순간, 그때가 바로 인증샷을 남길 타이밍이다. 낙차를 활용해 우유에 풍미를 더한 오레의 맛은 정말 일품이다.

 

다음 코스인 ‘다쿠아즈(DACQUOISE)’는 블루보틀의 벨라 도노반 원두로 만든 커피 가나슈가 얇게 샌드되어 있는 페이스트리로 오레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제공되는 다쿠아즈 두 조각 중 한 조각은 단독으로, 나머지 한 조각은 오레 안에 푹 적셔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소주를 곁들인 커피?
ⓒ헤이팝

어느덧 마지막 코스다. 커피가 처음 발견된 에티오피아에는 커피에 향신료를 첨가하는 오랜 전통이 있는데, 이러한 전통에서 영감을 받아 블루보틀은 한국의 소주를 곁들인 새로운 커피 스타일을 선보였다. 알코올이 섞인 커피는 무슨 맛일까? 궁금증이 채 가시지 않은 채 맛본 ‘디제스티프(DIGESTIF)’, 처음에는 커피 향과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고 끝에는 소주 특유의 텁텁함이 감돌았다. 부드러운 목 넘김을 선호한다면 함께 제공해 준 우유를 넣어 마시면 좋겠다.

커피

에티오피아 METAD – 인스턴트(Ethiopia METAD – Instant)

 

테이스팅 노트

소주, 블랙 카다멈, 바닐라(Soju, Black Cardamom, Vanilla)

ⓒ블루보틀

약 7주간 한정 운영되는 블루보틀 스튜디오는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진귀한 커피 경험을 주겠다는 목적은 물론 다양한 측면을 세심하게 고려해 한옥 공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왜 한국 1호점인 성수점 등 다른 많은 지점 중 삼청점을 스튜디오로 택했을까? 프리먼은 벤자민과 약 12년 간의 긴밀한 협업 아래 블루보틀 스튜디오 콘셉트를 구상해왔다. 그가 스튜디오를 서울에 마련하기 위해 처음 방문한 지점이 블루보틀 삼청 한옥이었다고.

 

그곳에서 프리먼은 “최상의 커피 경험을 위한 공간은 불필요한 요소가 최소화된 단순한 공간임을 깨닫게 되었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이들이 정교하게 준비한 블루보틀 스튜디오에 관한 더욱 자세한 이야기와 제임스 프리먼, 공간 리뉴얼 작업에 참여한 양태오 디자이너가 들려주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5월 셋째 주 후속 기사로 이어지니 궁금하다면 놓치지 마시길.

글·사진 이신영 콘텐츠 매니저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블루보틀커피코리아

장소
블루보틀 스튜디오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2길 40-3
이신영
누군가의 최애였던 소품을 모으는 수집가. 콘텐츠와 디자인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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