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30

산업 디자이너가 부산물을 다루는 법

BKID 스튜디오 전시 'Appendix¹: Research and Practice'
산업 디자이너 송봉규가 이끄는 디자인 스튜디오 BKID가 새로운 스튜디오 전시 〈Appendix¹: Research and Practice〉를 선보인다. 오는 9월 3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그 제목처럼 디자인 스튜디오 BKID가 그간 진행해 온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디자이너의 '부산물(Appendix)'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전시 <Appendix¹: Research and Practice>는 프로토타입부터 리서치 자료, 일러스트레이션, 기록 사진 등 최종 디자인 시안이 탄생하기까지 부수적으로 발생한 디자인 작업물을 한곳에 모았다. 로보틱스부터 테크놀로지, 일렉트로닉스, 헬스케어, 라이팅, 공예, 가구, 에디션, 아키텍처, 액세서리,  그리고 주방용품까지 총 11개의 카테고리와 74가지의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부산물을 통해 제품이 디자인되어 만들어지기까지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실천과 고찰을 되짚어 본다. 

'Appendix¹: Research and Practice'전 포스터 디자인

한편, 이번 전시와 함께 진행하는 연계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지난 8월 27일 BKID 디자이너들과 송봉규 디렉터가 참여한 디자이너 토크 프로그램에 이어 오는 9월 2일에는 오픈 스튜디오를 진행한다. 연희동에 자리한 BKID 스튜디오를 개방하는 자리로 산업 디자이너들이 일하는 공간을 탐방할 수 있는 기회이다. 디자이너들의 공간에서 그들의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지, 또 서울의 산업 디자인 필드에서 경험해 온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이니 놓치지 말자. 오픈 스튜디오는 오는 토요일(2일)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한다.

mini interview with 박성제 디자이너(기획) & 허준혁 디자이너(그래픽)

 

'Appendix¹: Research and Practice'전 전경
'Appendix¹: Research and Practice'전 전경

전시 제목이 독특합니다. 디자이너의 ‘부산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제품의 최종 결과물, 즉 양산품은 누구나 접할 수 있잖아요. 매장이나 쇼핑 플랫폼 등 수많은 매체에도 노출되어 있고요. 하지만 결과물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시행착오는 대부분 공개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지나온 과정으로서 그 가치를 다 해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도 스튜디오에서 디자인을 진행하다 보면 프로세스에 넣기 애매하거나 완성되지 못한 시안들, 그리고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벗어난 콘텐츠들을 보게 되는데요. 이들을 마지막에 ‘Appendix(부록)’으로 표시하거든요. 메인 시안이 탄생하기 위해 덜어내고 다듬어진 프로세스 안의 또 다른 프로세스인 거죠. 모든 형태의 작업이 그러하듯 과정이 있기에 결과가 있는 법이잖아요. 작업 방식에서부터 다양한 리서치와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BKID 스튜디오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부산물(Appendix)’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시장 입구 모습
전시 캡션 소개글

말씀하신 ‘디자이너의 부산물’을 전시라는 형태로 보여주고자 했던 이유도 궁금하네요.

 

BKID가 지하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프로토타입과 리서치, 데이터 등 각종 형태의 아카이브를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며 이 부산물들의 본질적인 의미를 생각해 봤는데요. 산업 디자이너가 만든 여러 산물들은 사용자와의 접점에서 시각적 후킹을 넘어 종전에는 촉각적 경험으로 마주하게 돼요. 따라서 저희는 그립감이나 착용감 등을 테스트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작업물이 만들어지는 거죠. 이러한 실천의 과정들을 지류나 이미지 형태로 보여주기보다는 실제로 만져볼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되었을 때, 우리가 디자인을 하며 느꼈던 경험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BKID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과정을 다양한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house vision (2022)
Scenario for new type tablet (2015)

한편 전시를 소개하는 글에서 ‘부산물의 잠재된 가능성’이라는 단어도 흥미롭더군요.

 

부산물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최종 결과물까지의 과정에서 덧 생기는 산물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쌓인 다양한 경험과 시도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디자인을 진행하다 보면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결과가 도출되거든요. 기존 결과물의 방향성을 변경하고, 또 설득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하며, 확정된 형태와 기능이 아닌 여러 방향성으로 변모할 수 있는 부산물의 특성을 저희는 가능성이라고 보았습니다.

전시 준비 과정 모습
부산물을 11가지 카테고리로 나눈 기준도 궁금합니다.
 
일렉트로닉스, 테크놀로지, 공예, 로보틱스, 헬스케어, 라이팅, 가구, 에디션, 아키텍처, 액세서리, 주방용품.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를 정리해 보니 11가지 카테고리가 나왔는데요. 이는 단순한 오브제부터 고도화된 기술이 담긴 로봇까지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사물들에 대한 분류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러한 분류와 아카이빙은 BKID 스튜디오와 저희가 산업 디자이너로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이기도 합니다.

BKID 스튜디오의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풀어가는 과정도 궁금한데요. 일련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클라이언트와의 회의를 통해 니즈를 파악하고, 어떤 디자인 방향성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팀원들과 의논하는 과정이 시작점이에요. 그 이후, 각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조율해 스케치, 프로토타입과 같은 하나의 부산물들의 만들어 갑니다. 이 과정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요. 제품의 완성된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제품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에 중점을 두어 디자인을 풀어가고 있습니다.

'Appendix¹: Research and Practice'전 B 섹션(왼쪽)과 D 섹션(오른쪽) 모습

이번 전시에서 놓쳐서는 안 될 부산물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이번 전시는 크게 다섯 가지 섹션으로 구성했어요. 그중에서도 ‘B 섹션’에서 저희가 생각하는 부산물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공간에는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들의 시작부터 중간 과정을 담아 두었는데요. 이곳에서는 직접 접촉하는 유형의 산물을 디자인하는 산업 디자이너들의 전시인 만큼 제품의 본질인 ‘촉각’에 대한 경험을 전달하는 것에 더욱 신경을 썼습니다. 시각적 관람을 넘어 다양한 감각으로 BKID의 부산물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기획 박성제

그래픽 허준혁

공간 연출 김희규

영상 김민창

 이정훈 기자

자료 제공 BKID

프로젝트
〈Appendix¹: Research and Practice〉
장소
BKID 스튜디오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길 45-6
일자
2023.08.25 - 2023.09.03
시간
12:00 - 18:00
이정훈
독일 베를린에서 20대를 보냈다. 낯선 것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쉽게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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