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9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디자인

주목해야 할 도시 디자인 3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도시에서는 '디자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도시 디자인(Urban Design)은 단순히 도시에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더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도시에서 편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설계하며, 그와 더불어 그 도시다운 특성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멋지다고 여기는 도시들 - 미국의 뉴욕, 영국의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을 보면, 도시 디자인이 얼마나 도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진: big.dk

도시에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여들게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도시의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하게 만들면서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유일무이한 개성이 녹아있는 도시를 설계한다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도시가 더욱 발전할 수 있기에, 전 세계에 있는 시 정부와 디자이너들은 도시 디자인에 힘을 쏟고 있다.

보도블록에서 영감을 얻은 도시 디자인,

    택티컬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

사진: arauna.studio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물들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바르셀로나의 도로에 최근 독특한 그래픽 디자인이 새겨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바르셀로나 시의회와 그래픽 디자인 회사인 아라우나 스튜디오(Arauna Studio)의 협업의 결과물이다. 시의회는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이동 방식을 도시에 적용시키는 동시에 도시의 거주방식을 재정의하기 위한 계획을 실현하고자 했고, 이 계획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협업을 진행했다. 아라우나 스튜디오는 이에 발맞춰 도시를 아름답게 꾸미면서도 도시 공간의 새로운 공간을 사람들에게 쉽게 인식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사진: arauna.studio

바르셀로나는 나날이 증가하는 자동차 때문에 세계 보건 기구 기준을 초과하는 공기 오염 및 소음으로 시름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도시에 사람들이 점차 몰려들면서, 도시에는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졌다. 시의회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도로에 보행자 친화적인 공간을 생성하기로 결정했다. 이 공간은 또한 도시의 사람들이 공동체 의식을 함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되어야 했다. 이런 의견을 반영하여 완성된 ‘택티컬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은 도시 디자인의 새로운 지표를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사진: arauna.studio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스팔트 도로 위에 다양하게 펼쳐진 그래픽 디자인이다. 이는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인 보도블록, 파노트(Panot)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다. 이 타일들은 대체적으로 정사각형으로 만들어졌으며 도시의 분위기와 관련된 디자인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 타일의 역사는 바르셀로나 시가 도로를 포장하기 시작한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세기 초까지 다양한 타일이 사용되다가 1906년부터 시가 일괄적으로 도로 포장을 맡았고, 5개의 디자인을 정해 도로를 정리했다.

사진: arauna.studio

디자이너들은 도시에서 친근하게 볼 수 있는 요소를 기하학 패턴으로 변화시킨 후, 이를 다시 알파벳으로 변환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오픈 소스 툴과 커스텀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만들어진 그래픽 시스템은 도시의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지속 가능한 이동성과 커뮤니티 참여, 그리고 보다 포괄적인 도시 경관에 대한 비전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사진: arauna.studio

그와 더불어 이들은 도로에 거리 이름을 새기는 예전 방식을 차용해 도시에 개성을 더하게 했다. 도시의 전통에서 영감을 받아 도시의 미래를 설계한 디자인 덕분에, 바르셀로나는 가우디 외에도 독특한 도시 분위기를 가진 도시로 인정받고 있는 중이다.

패턴과 그래픽을 통해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다,

    뉴 런던 패뷸러스(New London Fabulous)

사진: metropolismag.com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2020년, 영국 런던에서는 새로운 디자인 운동이 일어났다. 이 운동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은 도시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팬데믹으로 인한 잦은 락다운으로 우울감을 느끼던 사람을 위로하며, 창작의 용광로인 런던의 현재 모습을 전 세계에 드러내기 위한 활동이었다. ‘뉴 런던 패뷸러스(New London Fabulous, NLF)‘라는 이름의 디자인 운동에 참여한 이들의 명단을 보면 현재 디자인계를 주름잡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re-thinkingthefuture.com

건축 디자이너 겸 아티스트 아담 나다니엘 퍼먼(Adam Nathaniel Furman), 아프리카 특유의 전통문화와 영국의 컨템퍼러리 감성을 적절하게 조합시킨 디자인으로 매번 화제가 되고 있는 잉카 일로리(Yinka Ilori), 패턴 및 그래픽 분야에서 독보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카미유 왈랄라(Camille Walala), 예술 분야와 공공 디자인 분야를 넘나들며 행복함을 전파하는 디자이너 겸 아티스트 모락 마이어스코우(Morag Myerscough)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현재 디자인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다채로운 색감과 톡톡 튀는 그래픽 요소들을 활용한 디자인을 선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진: re-thinkingthefuture.com

언제나 화려하고 경쾌함을 잃지 않는 이들의 디자인은 회색빛이 가득한 도시의 분위기를 밝고 유쾌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횡단보도에 자신들의 감각을 마음껏 쏟아부었으며, 어두컴컴한 지하도에 행복함을 가득 채워 넣어 밝게 만들었다.

사진: re-thinkingthefuture.com

그뿐만 아니라 저절로 눈길을 끌 수 있는 독특한 그래픽 디자인으로 가득 찬 설치작품을 도시 곳곳에 두어 시민들의 눈과 마음을 경쾌하게 만들었다. 아예 거리 자체를 화려한 패턴과 그래픽으로 채워 넣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덕분에 런던의 분위기는 안개 아래 잿빛의 공간에서 다채로운 창작과 문화 예술이 피어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 도시 디자인,

    수퍼킬렌(SUPERKILEN)

사진: big.dk

덴마크 코펜하겐 북서쪽 외곽에 위치한 뇌레브로(Nørrebro) 지역의 공공예술공원 ‘수퍼킬렌(SUPERKILEN)‘은 도시 디자인의 성공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뇌레브로 지역은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었기 때문에 빈곤한 노동계층 및 세계 각지의 가난한 외국 노동자, 학생들이 모여 사는 동네였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이곳은 시위와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이곳의 분위기를 확정 지은 것은 1993년 벌어진 뇌레브로 폭동이었다. 덴마크가 유럽연합 가입을 결정하자, 이곳에서 세계화를 반대하는 격렬한 폭동이 벌어졌다.

사진: big.dk

지역의 분위기가 손쓸 틈도 없이 험악해지자, 코펜하겐 시는 이곳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곳곳에 있는 공공부지를 정비해 개선하는 도시 재생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는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가 이끄는 BIG, 덴마크 예술가 그룹 수페르플렉스(SUPERFLEX), 세계적인 독일 조경업체 토포텍원(TOPOTEK1) 등이 참여했다. 이렇게 꾸려진 팀은 지역 재생사업에서 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문제점과 목소리라는 결론을 내렸고, 지역 주민과 활발한 대화를 통해 이를 반영하려 노력했다.

사진: big.dk

수차례 열린 워크숍을 통해 프로젝트팀은 각 거주민들의 고향을 드러낼 수 있는 요소들을 공간 곳곳에 배치하고자 했다. 팔레스타인 소녀들은 중동에 있었던 흙을 언덕에 뿌렸고, 모로코에서는 별 모양의 분수를, 자메이카에서는 대형 스피커를, 스페인에서는 황소상을, 아르헨티나에서는 바비큐 틀 등을 가져왔다. 덴마크 법과 맞지 않아 해당 지역의 물건을 가져오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아예 자체 제작을 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역주민들의 출신 국가 62개국에서 가져온 108개의 소품은 공간을 다채롭게 꾸미며 이곳을 작은 세계처럼 느끼게 한다.

사진: big.dk

수퍼킬렌에서 ‘다양성’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곳은 이곳의 공간 디자인이다. 공원이 마련되는 주변 분위기를 고려하여 붉은 광장, 검은 시장, 녹색 공원으로 구분했고, 활용에 따라 공간을 설계했다. 그와 더불어 공간마다 고유한 개성을 부여하려 노력했다.

사진: big.dk

지역 스포츠 센터와 음악 공간이 있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붉은 광장에는 바닥의 색과 독특한 패턴을 적용했다. 검은 시장은 분수와 벤치가 있는 일반적인 광장의 형태이지만 지역 주민들이 가져온 소품들이 자연스럽고 세련되게 어울리도록 검은 바닥에 등고선처럼 흰 선을 그었다. 덕분에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마지막으로 녹색 공원은 가족들이 와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사진: big.dk

2008년 시작해 2012년 완공된 수퍼킬렌은 이제 개성 넘치는 레스토랑과 편집숍, 카페들이 즐비하며 젊은 예술가들이 공연과 전시회를 펼치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주말마다 이곳에는 가족들이 아이들과 함께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거나 힙한 가게를 들르기 위해 찾는 젊은이들로 붐빈다.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공간의 활용도를 고려한 덕분에 어디에나 없는 유일무이한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덕분에 공간의 역할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한 때는 빈민가로 유명했던 곳이 이제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활기찬 관광명소로 변한 사례를 통해, 도시 디자인이 도시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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