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7

도심 한복판에서 만나는 협곡, 뉴욕 자연사 박물관

동굴 내부를 그대로 재현한, 요즘 뉴욕 필수 관광 코스
뉴욕의 인기 관광 코스 중 하나인 미국 자연사 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이 단숨에 필수 관광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건축 디자인 회사 스튜디오 갱이 설계한 6층 규모의 새로운 전시관 리처드 길더 센터(Richard Gilder Center) 때문이다. 박물관 내부를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규모의 동굴은 방문객을 압도하며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을 되돌린다. 몇걸음만 더 옮기면 마주하는 자연사 박물관의 소장품들을 감상하기에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주는 공간이다. 특히 아이들의 풍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역할을 한다.
바람과 물에 의해 오랜 시간 조각된 협곡을 닮은 듯한 모습은 미국 남서부의 자연 경관에서 영감을 받았다. 사진 출처: Iwan Baan.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모습은 흡사 오래된 동굴을 발견한 느낌을 준다. 사진 출처: Iwan Baan.
동굴의 형태는 단순히 장식이 아닌 구조적인 역할도 한다. 철근에 콘크리트가 뿌려져 그 자리에서 건조되고, 손으로 펼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사진 출처: Iwan Baan.

길더 센터는 자연과학을 위한 대화의 장이자 포럼 역할을 한다. 소장품을 전시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워크숍, 세미나 등이 개최되며 학장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지식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최첨단 원형 극장은 토론, 강연,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에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지역 공동체와 함께하는 지식의 상호작용을 유발하고, 자연의 다양성과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람객들에게 체험과 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 길더 센터의 건축가 스튜디오 갱은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자연과학과 현대 건축의 융합을 표현하고자 했다. 건물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의 외관을 갖고 있으면서도 유리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내부 공간의 신비함을 만든다.

곳곳에 난 유기적인 형태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공간을 비추며 신비함을 자아낸다. 사진 출처: Iwan Baan.
방문객들은 다양한 높이에서 공간을 체험하고 색다른 공간감을 느껴볼 수 있다. 과학적인 사실만을 접하는 것이 아닌 감정적으로 과거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진 출처: Iwan Baan.

유리창과 유기적인 형태의 창문은 건물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고 내부에서 탁트인 시야를 제공한다. 박물관 내부 전시관에는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어지는 통유리를 통해 박물관의 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고, 관람객들은 자연 과학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체험하게 하며 생태계의 다양성을 알아갈 수 있다. 아트리움, 교실, 카페와 같은 공공 공간을 건물 앞쪽에 배치함으로써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했고, 이로써 방문객들에게 긍정적인 기억을 남긴다. 또한 상층에는 과학적 지식 진보를 위한 실험실과 연구실이 마련되어 있다.

라이브러리의 모습. 뉴욕 자연사 박물관은 다양한 교육 시설과 연구시설을 제공해 과학적 지식 진보에 기여하고자 한다. 사진 출처:Alvaro Keding.

뉴욕 자연사 박물관이 위치한 센트럴 파크 서쪽은 랜드마크 보존 지역으로 이전 건축 양식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건축가는 지역 사회와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위해 동일한 분홍 빛의 화강암을 사용해 외관을 마감했다. 곳곳의 난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은 경이로운 공간을 만들뿐 아니라 인공 조명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천장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고, 건물의 일부 구역은 지열 에너지를 사용하여 온돌 난방 시스템을 적용했다. 또, 건축물 외부에는 재활용이 가능한 자재를 사용해 건축물의 친환경성을 높였다.

그 외의 마감은 동굴의 거친 콘크리트의 질감과 대비되도록 부드러운 흰색 벽과 목재, 유리 패널로 깔끔하고 학구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사진 출처: Iwan Baan.

또 바람과 물에 의해 오랜 시간 조각된 협곡을 닮은 듯한 모습은 미국 남서부의 자연 경관에서 영감을 받아 탐험의 열망을 자극하기 위한 의도다. 화석 수집가였던 리차드 길더가 미국 자연사 박물관과 연계해서 수행한 연구에 영감을 받은 것으로, 시간이 지나며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건축물에 담아내고자 했다. 공룡의 골격부터 수백만년 전의 화석, 진화에 관한 전시물까지, 우리의 행성과 우주의 놀라움을 시간의 렌즈를 통해 드러낸다. 스튜디오 갱의 길더 센터 디자인은 이와 같이 보이지 않고 숨겨진 힘을 표현한다. 이런 식으로 건축물은 과학적 진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동시에 관람객들에게 깊은 고찰을 유발한다.

시카고에서 시작한 건축사무소 스튜디오 갱은 센트럴파크 서쪽 지역의 기존 건물들과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위해 동일한 분홍 빛의 화강암을 사용해 외관을 마감했다. 사진 출처: Iwan Baan.

동굴같은 내부는 단순히 장식적인 치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구조를 이루는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박물관을 이루고 있는 철근에 콘크리트가 뿌려져 그 자리에서 건조되고, 손으로 펼치는 과정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마치 하나의 큰 예술작품을 연상시킨다. 이 기술은 자연 과학자이자 박제사인 칼 에이클리가 개척한 서식지 디오라마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건축 스튜디오는 이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지하철 터널을 방문해 이러한 콘크리트의 동적인 질감과 곡선 형태의 적용을 관찰하기도 했다고.

흥미로운 공사 공정때문에 공사 과정도 공개됐다. 아직 덜 마무리된 모습이 자연의 풍파를 맞아 변화하는 협곡과 닮았다. 사진 출처: Timothy Schenck.
총 5층의 공간을 거닐면서 어느 하나 똑같지 않은 모습에 절로 상상력이 풍부해진다. 사진 출처: Timothy Schenck.

인테리어는 거친 콘크리트의 질감과 대비되도록 흰색의 부드러운 질감의 벽과 목재, 유리 패널로 깔끔하고 학구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한 박물관은 의도적으로 바닥과 천장 일부를 노출시켜 건물 내부에서 일어나는 시스템을 보여주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단순히 자연과학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과학 그 자체를 위한 교육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사 박물관의 주요 소장품을 포괄적으로 전시하고 과학적 발견에서 나오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촉진하는 환경을 만들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게 느껴진다.

정유화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미국 자연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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