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2

예술가로 돌아온 마틴 마르지엘라

마틴 마르지엘라의 예술세계 조망하는 국내 첫 기획전
롯데뮤지엄은 <마틴 마르지엘라> 전시를 2022년 12월 24일부터 2023년 3월 26일까지 개최한다.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의 창립자로 잘 알려진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의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인 만큼 전시 오픈 전부터 뜨거운 반응.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창작 세계

카토그래피 Cartography, 2019 년 작품. ⓒ 롯데뮤지엄

마틴 마르지엘라는 1957년 벨기에 루뱅 출생으로, 세인트 루카스 예술학교(Sint-Lukas Kunsthumaniora art schoo)를 다닌 후 1976년부터 1980년까지 앤트워프 왕립 예술 학교(Royal Academy of Fine Arts in Antwerp)에서 패션을 전공했다. 1988년 자신의 브랜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를 설립하고 기존의 프레임을 부수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행보로 패션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그는 2008년, 패션계를 은퇴한 후 예술가로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나의 유일한 매개체인 인체가 너무 좁게 느껴지고 시스템이 답답해졌습니다.

나는 창의적인 표현의 완전한 자유와 함께 더 넓은 스펙트럼이 필요했고,

경계 없는 순수한 창작을 즐기며 미술 학교에서 어린 소년의 뿌리를 재발견했습니다.

마틴 마르지엘라

헤어 포트레이츠 Hair Portraits, 2015-2022 년 작품. ⓒ 롯데뮤지엄
Deodorant, 2020–2022, UV print on PVC, 340 x 190 cm . © MWOODS / ⓒ 롯데뮤지엄

이번 전시에서는 1980년대부터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주제인 ‘예술, 물질과 인체, 시간의 영속성, 젠더, 관객 참여’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설치, 조각, 콜라주, 페인팅, 영상, 퍼포먼스 등 총 5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되며, 전시장의 독특한 공간 구조를 활용해 미로와 같은 전시 동선을 구획한다고. 패션의 시스템과 ‘인체’라는 매체의 한계를 넘어 뮤지엄이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대안적 사유(alternative thinking)를 제시하며 예술적 시도를 지속하는 마르지엘라의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2021년 프랑스 파리 소재 라파예트 안티시페이션(Lafayette Anticipation)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하고 올해 베이징 엠 우즈(M Woods)에서 전시한 후 세번 째로 서울 전시를 개최한 것. 롯데뮤지엄은 작가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전시를 기획했는데, 뮤지엄 전시장의 독특한 구조를 바탕으로 미로를 구성하고 장소 특정형(sitespecific) 작품을 선보이는 등 독창적인 전시를 선보이기에 더욱 기대가 된다.

베일에 싸인 천재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의 예술 세계

바니타스 Vanitas, 2019 년 작품. ⓒ 롯데뮤지엄

‘예술, 물질과 신체, 성별의 관념, 시간의 영속성, 직접 참여’는 마르지엘라가 1980 년대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주제다. 초반에는 패션의 범주 안에서 이를 표현했으나 디자이너에서 은퇴 후 시각 예술가로서로서 무한한 창작의 자유를 누리며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마틴 마르지엘라는 신체를 소재로 삼아 확대 재생산하거나 신체의 일부를 극적으로 시각화한 작업을 통해 그것의 의미와 상징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레드 네일즈 Red Nails, 2019. ⓒ 롯데뮤지엄
바디 파트 블랙 앤 화이트 Bodyparts B&W ⓒ 롯데뮤지엄

이번 전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자 주목해야할 것은 <데오도란트(Deodorant)>이다. 작가는 데오도란트가 인간의 자연스러운 체취를 인위적으로 은폐하고 더 나아가 현대 사회의 위생에 대한 관념도 산업화되어 버린 우리의 현실을 일깨우게 만든다. 인체의 일부를 3D 스캔하여 만든 실리콘 조각 <토르소 시리즈(Torso Series)>는 고대 조각상의 관념에서 탈피하는 한편 젠더의 의미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전시를 둘러보면 유독 머리카락에 관한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띄어 이색적이다. <바니타스(Vanitas)>는 모발로 얼굴이 덮힌 두상을 볼 수 있는데, 머리카락 색상만으로 유년부터 노년까지 나타내며 인간의 생애 흐름을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인공 피부를 입힌 실리콘 구체에 자연 모발을 하나하나 이식하여 작품을 완성했다고. ‘지도 제작법’이라는 뜻의 <카토그래피(Cartography>는 한 방향으로만 쏠리는 인공모와는 달리 정수리에서부터 소용돌이치며 자라나는 자연 모발의 방향을 작가가 심도 있게 연구한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새로운 차원의 시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

토르소 시리즈 Torso Series. ⓒ 롯데뮤지엄

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한 점은 마틴 마르지엘라가 창조한 세계관 속에서 관람객이 새로운 전시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시 연출의 작은 부분까지 마틴 마르지엘라는 세심하게 신경 쓰며 자신이 만들어낸 시공간에서 관람객이 독창적인 예술 경험을 하기 바랐다. 그렇기에 작품을 관람객에게 모든 시간 동안 노출시키지 않는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니, 현장에 상주하는 스태프가 작품을 하얀 천으로 덮었다 열었다를 반복해 작품 관람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로써 관람객은 작품을 더 밀도 있게 감상할 수 있게 되고, 퍼포먼스까지 작품의 범주에 포괄해 흥미로운 작품 감상을 유도한다.

레드 네일즈 모델 Red Nails Model, 2021 ⓒ 롯데뮤지엄

작가의 철학적 사유가 깊게 배어 있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마르지엘라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 도슨트 작품 해설과 오디오 가이드가 마련됐다. 대한민국 대표 도슨트 김찬용과 이남일, 심성아 도슨트가 마르지엘라의 작품과 그 이면에 내재된 이야기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설명할 예정이다. 평일 11시, 13시, 15시에 전시장을 방문하면 전문 도슨트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전시 도슨트 프로그램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면 무료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면 된다. 네이버 VIBE 앱에서 개별 작품 설명을 청취하며 전시를 재밌게 즐길 수 있다.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롯데뮤지엄

프로젝트
<마틴 마르지엘라>
장소
롯데뮤지엄
주소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월드타워 7F, 에비뉴엘 6F
일자
2022.12.24 - 2023.03.26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콘텐츠가 유용하셨나요?

0.0

Discover More
예술가로 돌아온 마틴 마르지엘라

SHARE

공유 창 닫기
주소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