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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3-09-05

평범한 디자이너였던 내가 이세계에서는 록스타?! 밴드 666 인터뷰

우린 슬플 때 록을 해

666은 얼마 전 결성 일주년을 맞은 록밴드다. ‘666’이라 쓰고 ‘록록록’이라 읽는다. 숫자 6의 일본어 발음이 로쿠ろく인데, 이 소리가 록ROCK과 비슷하다는 데서 착안해 이름을 지었다. 멤버는 기타의 윤지연, 드럼의 유연주, 베이스의 백나은.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는 것.

*기사 제목과 부제는 밴드 666의 인스타그램 속 홍보 문구와 4컷 만화에서 빌려왔다.
666 로고. 이미지 제공: 666

디자인이 보이지 않는 생각을 보이는 것으로 만드는 일이라면, 노래를 만드는 것 역시 생각을 들리는 선율과 읽히는 노랫말로 빚어내는 일일 것이다. 무대를 보다가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된 밴드 666을 인터뷰했다. 디자인과 밴드의 상관관계, 두 분야를 오갈 수 있는 비법(?)은 물론, 마음 깊숙이 품은 록스타는 누구인지까지 물었다.

1. WE ARE BAND 666!

666.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연주, 나은, 지연. 사진 제공: 666

각자 포지션을 소개해 달라.

나은 베이스와 작사를 맡고 있다.

연주 드럼과 추진력을 담당하고 있다. 작곡의 일부를 맡고 있기도 하다.

지연 기타를 맡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중학생 시절처럼 ‘해외 록 덕후’가 되었기 때문에 “누구 내한한대….” 하는 소식을 물어오는 역할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666

멤버 모두 디자이너다. 디자이너로서는 어떤 분야에서 일하나?

나은 브랜드 디자이너다. ‘원티드’라는 채용 플랫폼에서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지연 문구용품을 주력 상품으로 하는 스타트업 ‘모트모트’에서 일한다. 크리에이티브 팀의 디자이너이자 팀장이다.

연주 프리랜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웹 개발자다. 최근에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디자인 및 구현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사진 제공: 666

세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하다.

나은 그래픽 디자이너 모임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FDSC)’에서 알게 됐다. 셋이서 처음 만난 계기는 2021년 <타이포잔치>였다.

지연 연주가 ENFP 모임을 하자며 나은과 나를 소집했다. 첫 만남 이후로 가끔 모이긴 했는데 이런 혈맹을 맺게 될 줄은 몰랐다.

연주 나은과 지연은 FDSC에서 알게 된 디자이너 동료다. 두 사람의 MBTI가 ENFP라는 것을 알고 나서 모임을 추진했다. 지연이 말한 것처럼 셋이 종종 만나다가, 음악을 계기로 더 끈끈한 관계가 되었다고나 할까.

세 사람의 첫 만남. 장소는 친구의 바. 사진 제공: 666

밴드 결성 과정은 순조로웠나?

지연 “록 덕후들은 록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나도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결성 자체는 매우 흥분한 채로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늘 밴드 음악을 좋아했다. 대학 다닐 때 밴드 동아리를 한 적도 있지만, 30대가 되어 친구들과 밴드를 꾸리게 될 줄은 정말 몰랐거든. 매 순간이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나은 눈을 감았다 뜨니 그냥 밴드가 결성되어 있었다고 해야 맞겠다. 사실 처음엔 다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 하나둘 악기를 선택해서 배우기 시작했고….

연주 두 사람이 아닌 사람과 밴드를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록 페스티벌에서. 사진 제공: 666
록 페스티벌에서. 사진 제공: 666

록 페스티벌에 함께 간 경험도 영향을 미쳤을 듯하다. 무대에 오른 아티스트들이 무척 행복해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본 것 같던데.

나은 2022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직접적인 계기 중 하나다. 무대 위에서 진심으로 행복해 보이는 아티스트들을 보니 고갈된 에너지가 빠르게 충전되더라. 메말랐던 꿈이 되살아난다고 느꼈지. 나도 이런 에너지를 전달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를 보다가 나와서 베이스 학원에 전화했던 기억이 있다. (웃음)

록 페스티벌에서. 사진 제공: 666

록이 왜 좋은가?

지연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이 좋다. 특히 그 자유분방함이 무대에서 발산되는 모습을 보면 에너지를 크게 얻곤 한다.

나은 폭발적인 라이브 무대를 만나면 어마어마한 자유로움을 느낀다. 소위 ‘착한’ 가사를, 그렇지 못한 태도로 부르고 연주하는 아티스트를 보면 더 그렇다. 신들린 듯 악기를 연주하는 와중에 무대를 뛰어다니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심장이 마구 뛴다. 록은 아티스트도 관객도 아무 눈치 보지 않고 무아지경이 될 수 있는 장르다.

연주 사실 나는 전자 음악을 더 좋아하는 것 같지만…. (멤버들에겐 비밀이다.) 내가 드러머라서일까, 드럼 소리를 들으면 벅차오른다.

기획 공연 〈절망의 계곡〉 현장. 사진: 홍준기. 제공: 666

2.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잘하니까

밴드 666은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만드나?

지연 가사의 모티프를 우리 대화와 일상에서 찾고 있다. 우리는 음악 만들기를 한창 배우고 익히는 중이다. 아직 영글지 않았다는 건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곧 ‘666다움’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나은 우리 셋의 이야기가 담긴 음악을 만들고 있다. 보통은 매일 나누는 대화들과 오만 가지 상상, 그리고 농담들로부터 시작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어느 날 연주가 카톡으로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의 ‘헬레나(Helena)’라는 곡을 보내더니 “내 장례식 때는 이 노래를 꼭 틀어 달라”고 하는 거다. 이 노래에 맞춰 부활 퍼포먼스를 선보이겠다면서…. (웃음) 어떤 모습일지 너무나 선명하게 상상이 되고 재미있잖아, 그래서 그날 밤 장례식장에서 부활하는 연주를 상상하며 글을 써서 애들에게 보여줬다. 그냥 적은 글인데, 멤버들이 정말 좋아해 주더라. ‘부활’이라는 곡은 이렇게 탄생했다.

합주실에서. 사진 제공: 666

서로의 호응이 동력이 되기도 하는구나.

나은 또 언젠가 셋이 부산 록 페스티벌에 갔는데, 마땅한 방이 없어서 퀸사이즈 침대 하나에 셋이 가로로 누워 잔 적이 있거든. 페스티벌에 다녀와 녹초가 된 채 자려고 누웠는데, 잠들 만하면 연주가 말을 거는 거다. “얘들아… 자? 그런데 만약에….” 하면서. (웃음) 그렇게 밸런스 게임이 시작됐다. 우리끼리는 그 순간을 ‘연주의 만약에 지옥’이라고 부른다. 당시 연주가 던졌던 질문을 모아서 ‘만약에’라는 곡을 만들었다.

연주 밴드 멤버가 사랑하는 친구인 만큼, 나은이 쓰는 가사를 진심으로 좋아한다. 우리 이야기에서 출발한 노랫말이니까. 나은이는 내가 툭 뱉은 말도 정말 근사하고 뭉클한 가사로 만들어 낸다. 나은의 멋진 가사와 잘 어울리는 멜로디를 만들고 싶다.

각자 맡은 악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해당 악기를 배우며 느끼는 즐거움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지연 일단 악기를 배운다는 사실 자체에 즐거움이 있다. 디자인과는 완전히 다르고 새로운 감각을 기르는 일이기 때문에 자극이 된다. 기타는 보통 메인 멜로디를 담당하는 데다 솔로로 연주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주목받을 기회가 많다는 데 기쁨과 부담을 동시에 느낀다. 아직은 부담이 더 크긴 하지만. 튀고 싶어… 하지만 튀기 싫어… 그렇지만 튀고 싶어…!

기획 공연 〈절망의 계곡〉 현장에서 지연. 사진: 홍준기. 제공: 666

나은 처음으로 베이스 소리가 심장 소리처럼 느껴졌던 날, 베이스를 오래 하게 될 것을 예감했다. 베이스는 멜로디 악기이자 리듬 악기잖아. 선율을 만드는 동시에 춤을 추게 한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다. 밴드에서 관객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것도 베이스고. (웃음) 연주를 하다 보니 작곡에도 욕심이 생겨서 선생님을 졸라 조금씩 배우고 있다. 언젠가는 베이스로 직접 작곡한 곡을 선보이고 싶다.

기획 공연 〈절망의 계곡〉 현장에서 나은. 사진: 홍준기. 제공: 666

연주 악기를 새로이 배우면서 정말 기쁜 점은 ‘지난달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잘한다’는 사실 아닐까. 드럼이 망하면 모두 망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연주에 임하고 있다. 아무래도 드럼이 전체 곡의 템포를 맡기 때문에, 내가 베이스와 기타를 전부 조종한다! 는 생각에 큰 부담과 약간의 쾌감을 느낀다. (웃음) 연주하는 도중에 멤버들이 나를 쳐다보면, 나 뭐 잘못했나? 너무 느린가? 빨라졌나? 하고 긴장하곤 하지만.

기획 공연 〈절망의 계곡〉 현장에서 연주. 사진: 홍준기. 제공: 666

3. 디자이너 록스타

첫 번째 공연 〈우리가 실력이 없지, 친구가 없냐〉 굿즈들. 이미지 제공: 666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밴드에, 혹은 밴드의 일이 디자인에 영향을 주기도 하나? 두 가지 분야를 오가며 느끼는 것이 있다면.

나은 우리는 상상한 것을 바로 시각적으로 구현해 낼 수 있다. 이 점이 밴드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마음껏 상상한 다음 즉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지. 또 세 명 모두 그래픽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수월하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추진력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지연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지금까지 내 인생을 지배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밴드를 하면서, 재밌을 것 같은 일을 멤버와 함께 도모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야기 나눈 것이 흩어지지 않고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고 느낄 때마다 일상에 엄청난 활력이 된다. 밴드에 에너지를 쏟는 만큼, 본업 역시 흔들리지 않도록 충실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커졌다.

연주 밴드로 활동하면서도 디자인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자급자족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디자이너 세 사람으로 구성된 밴드라서인지, 굿즈나 공연 포스터, 인스타그램 게시물 등의 디자인이 남다르다.

지연 프로젝트에 대한 업무 분배를 먼저 하고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주고받으며 작업한다. 서로 컨펌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각자 작업물에 대한 욕심이 크기 때문에 늘 공을 들이고 있다. 또, 3D 그래픽이나 사진, 퍼블리싱 등 저마다 가진 특기가 달라서 적재적소에 활용한다.

기획 공연 〈절망의 계곡〉 포스터의 리소 인쇄 버전(왼쪽 위), 공연을 기념해 만든 굿즈들. 이미지 제공: 666

밴드를 위해 무언가를 디자인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나은 밴드를 위한 디자인은 분담해서 진행한다. 예를 들어 부산의 공연장 오방가르드에서 진행했던 파티 <물병자리 파티>의 포스터를 연주가 디자인했다면, 그다음 공연인 <절망의 계곡> 포스터는 내가, 굿즈는 지연이가 만드는 식이다. 하지만 모두 아이디어를 내고, 채택된 아이디어로 디자인을 진행하고, 디자인하다가 고민이 되는 지점은 바로 서로 상의하기 때문에, 결국엔 다 같이 하는 셈이다.

〈물병자리 파티〉 포스터 디자인. 진한 선의 물병 뒤로 흐린 선의 물병이 겹쳐진다. 흐린 선 물병은 모두 세 가지 버전으로 디자인했다. 이미지 제공: 666

연주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툴을 켜고, 무언가를 뚝딱 만들어 낸 후에 ‘얘들아 이거 어때?’하고 공유하기도 한다. 날씨가 좋았던 어느 날 만들었던 플레이리스트가 그런 사례다. 플레이리스트의 콘텐츠와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기에 인스타그램 피드에 바로 업로드했다.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플레이리스트 디자인. 이미지 제공: 666

디자인에 관한 세 사람의 취향은 닮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떻게 조율하는가?

나은 서로의 디자인을 좋아하고 신뢰하므로 담당자를 정하면 믿고 맡긴다. 무엇보다 다들 디자인을 잘하기도 하고. 물론 우리 각자의 특징이 다르긴 한데, 조율이라기보단 서로 다른 취향이나 개성을 존중하고 최대한 드러내며 디자인하고 있다. 세 명의 취향과 개성이 모인 결과물이 666의 색깔이 될 테니까.

연주 나은이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서로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데다 저마다 멋진 취향을 가졌음을 안다. 그래서 누가 만들어도 분명히 멋진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 그래도 각자 작업 스타일이 확연히 달라서, 지연의 디자인, 나은의 디자인, 내 디자인 전부 다 다른 사람의 디자인임이 드러나기는 한다. 666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면, 어떤 작업물을 보았을 때 ‘이건 연주의 디자인이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을지도?

첫 번째 공연 〈우리가 실력이 없지, 친구가 없냐〉 포스터. 이미지 제공: 666

디자인과 밴드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상을 재조정했나? 시간을 어떻게 나누어 쓰고 있는지 듣고 싶다.

지연 벌려 놓은 모든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체력이 중요하겠다고 판단했다. 바쁘더라도 운동을 일상에서 제외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원래 야근을 많이 했는데, 저녁에 학원에 다니고 합주와 디제잉 연습을 하다 보니 야근이 현저히 줄었다. 할 일이 많은 날엔 한두 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서 업무를 본다.

나은 밴드를 하면서 내가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임을 알게 됐다. 특히 밴드 결성 극초반에는 도파민이 너무 치솟아서 잘 때도 밴드와 관련된 꿈만 꿨다. 이 도파민을 제어하지 못하면 큰일 나겠구나 싶더라. 무 자르듯 시간과 체력을 칼같이 나눠 쓸 순 없겠지만, 최대한 회사 일과 밴드, 개인의 휴식 시간을 온전히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주중에는 10시부터 7시까지 회사에서 일하고, 화요일 저녁엔 합주, 목요일 저녁엔 베이스 레슨, 주말 중 하루는 멤버를 만나고 또 하루는 개인 일정을 가지는 식으로 루틴을 만들고 있다. 그래야만 디자인과 밴드 모두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가 ‘할머니 디자이너 밴드’가 되는 것이기도 하고…? (웃음)

연주 업무 시간을 줄일 수는 없으니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촘촘히 계획하는 편이다. 밴드를 시작하고 나서 계획형 인간이 되어 가고 있다. 어쩌다 보니 멤버들에게 ‘오늘까지는 꼭 이걸 끝내야 해’하는 식으로 일정을 알리고 작업을 독촉하는 역할까지 하게 됐다.

합주실에서. 사진 제공: 666

4. 친구들과 함께 꾸는 꿈

지난 2월에는 666이 주축이 되어 친구들과 함께하는 플리마켓을 열었다고. 디자이너를 비롯한 여러 창작자 친구가 함께한 것 같더라. 밴드가 재미난 일을 도모하는 동력이 되어주고 있다고 느끼나?

지연 밴드를 결성하기 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산다고 느낄 정도다. 밴드가 그만큼 큰 동력이 되고 있다.

나은 사실은 친구들이 밴드의 동력이 되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처음 모인 장소도 친구가 운영하는 바(bar)였고, 폰트 디자이너 친구가 기꺼이 밴드 로고를 만들어 주었다. 첫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장소를 내어준 친구, 애프터 파티 디제잉을 위해 부산까지 와준 친구도 있다. 가끔 어리둥절할 정도로 우리와 함께해 주는 친구들에게 정말 고맙다. 친구들과 계속해서 재밌는 일을 도모하려 한다.

플리마켓 포스터 디자인. 이미지 제공: 666

이를테면?

나은 가장 가깝게는 8월 26일에 666 결성 1주년 기념 돌잔치를 열 예정이다.* 멤버 모두가 디제잉을 하려고 한다. 이 또한 친구에게 디제잉 속성 과외를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 인터뷰일 기준으로, 현재 이들은 무사히 돌잔치를 끝낸 상태다.

지연 또 얼마 전 다른 아티스트를 섭외해서 기획 공연을 열었다. 언젠가는 좀 더 큰 규모의 기획공연을 열어보고 싶기도 하고…. 우리가 기획하는 ‘666 페스티벌’ 같은 이벤트도 재미있겠다.

연주 666 페스티벌! 너무 좋은 생각이다. 언젠간 열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서로가 서로의 아이디어를 좋아해 주고, ‘나 이거 하고 싶어’ 하면 ‘좋다 좋다 하자!’ ‘재밌겠다! 이런 방식으로 해 보는 건 어때?’ 해 주는 멤버들이 있어서 모든 게 가능한 것 같다.

기획 공연 〈절망의 계곡〉 현장에서. 사진: 홍준기. 제공: 666
기획 공연 〈절망의 계곡〉 현장에서 친구들과. 사진: 홍준기. 제공: 666
기획 공연 〈절망의 계곡〉 현장에서 친구들과. 사진: 홍준기. 제공: 666

합이 잘 맞는 이들과 함께할 때는 평소와 다른 용기가 생기잖아. 서로 그런 존재인 것처럼 보인다. 각자 마음속에 품은 록스타가 있다면. 그들의 노래를 한 곡쯤 추천해 주어도 좋겠다.

나은 밴드 데프헤븐(Deafheaven). 멤버들과 함께 간 2022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이들을 처음 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모두 뿔뿔이 흩어진 상태였고, 나는 지쳐서 혼자 잔디밭에 누워있었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록의 기운에 이끌려 당도한 곳에서 데프헤븐의 무대를 만났다. 보컬은 말할 것도 없고 밴드 전체의 아우라가 대단했다. 마지막 곡 ‘드림 하우스(Dream House)’를 들을 때는 완전히 압도당했다. 그 감정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때맞춰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는데 곡이 끝나자 비도 멈추더라. 여러모로 현실감을 느낄 수 없는 시간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며칠 동안 헤드폰을 낀 채 그 노래를 들으면서 잠들었다. 아름다운 가사를 폭발적인 에너지로 부르고 연주하는 것…. 이게 내 꿈인 것 같네. 답변하다 보니 눈물이 날 정도다. 데프헤븐의 드림 하우스, 꼭 들어 보길.

▲ 나은의 추천곡, 데프헤븐의 ‘드림 하우스’

지연 새소년의 황소윤과 잭 화이트(Jack White)를 좋아한다. 생각해 보니 늘 기타리스트를 좋아했던 것 같다. ‘록스타가 아니면 도대체 뭘 했을까?’ 상상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꽂히곤 한다. 노래 중에서는 특히 기타 솔로가 돋보이는 곡들을 좋아하는데, 솔로 부분이 무대마다 다른 레퍼토리로 연주되는 게 너무 근사해서다. 새소년의 ‘파도’, 화이트 스트라입스(잭 화이트)의 ‘볼 앤 비스킷(Ball and biscuit)’ 무대는 온라인에 있는 영상을 모조리 찾아서 봤다.

▲ 지연의 추천곡, 새소년의 ‘파도’
▲ 지연의 추천곡, 화이트 스트라입스 ‘볼 앤 비스킷’ 2022년 글래스톤베리 공연 모습

연주 마음에 방이 많은 편이라 한 명을 꼽기란 쉽지 않다. 뮤지션마다 다른 멋진 점을 가지고 있으니까. 꾸준히 좋아하는 뮤지션은 조월, 최근에는 공중그늘의 음악에 빠져서 많이 듣는다. 조월도 공중그늘도 스스로 록스타라고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들의 모든 곡이 좋지만, 조월의 ‘식목일’이라는 곡을 특히 좋아한다. 공중그늘의 음악은 각 앨범을 트랙 순서대로 듣는 걸 즐긴다. 요즘은 최근 발매된 EP <광원>을 자주 돌려 듣고 있다.

▲ 연주의 추천곡, 조월의 ‘식목일’
▲ 연주의 추천 앨범, 공중그늘 EP 〈광원〉의 수록곡 ‘새’

666의 음악을 언제 만날 수 있을까? 밴드로서 이루고 싶은 일은.

나은 올해 안에 싱글을 내는 것이 목표다. 준비 중인 또 다른 곡들도 이미 만든 상태다. 하지만 우리 셋 다 프로 뮤지션이 아니다 보니 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로듀싱에 도움 주실 분이 계신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혹시 프로듀서인데 비주얼라이징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으신지? 서로의 특기를 합쳐 재밌는 결과물을 만드는 데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을 기다린다.

지연 준비 중인 곡들을 올해 안에 꼭 선보이는 것이 밴드로서의 가까운 목표다. 한창 배우는 중인 기타와 디제잉도 실력을 계속 쌓아가고 싶다.

연주 연주 실력과 작곡 능력을 길러서 스스로도 이것저것 척척 잘 해내는 666이 된다면 좋겠다. 또 666이 기획하는 공연이나 파티 등을 시리즈화해서 꾸준히 선보이고 싶다. 또 우리는 FDSC에서 만나 결성한 밴드이지 않나, 그런 만큼 많은 여성 작업자, 창작자와 협업하는 기회를 계속 만들고자 한다.

함께 쌓은 추억들. 사진 제공: 666

디자이너이자 한 명의 개인으로서 계획은?

지연 업무에서 성취감을 얻는 것 역시 여전히 내게 중요한 목표다. 그렇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확신할 수는 없다.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사건이 등장하고 있거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생을 즐기는 것이 계획이다.

연주 업무와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밴드에서처럼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경험을 더 쌓으려 한다. 협업의 성격을 띤 일을 많이 해 보고 싶다. 다양한 제안에 열려 있으니 제안할 내용이 있다면 편히 연락해 주기를 바란다.

666의 일상. 사진 제공: 666

밴드를 하며 무엇이 달라졌나? 꿈이나 바람을 물으며 끝낼까.

나은 하면 된다는 마음과 태도, 그리고 언제든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록은 기세니까!

지연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오는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이었다. 이제 가능할 것 같다.

연주 물론 즐겁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우리의 모습이 ‘가볍고 쉬운 마음으로’ 밴드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음악을 보다 본업으로 삼으신 분들이 볼 때도 말이다. 진심으로 임하는 만큼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8월 26일 열린 일주년 기념 파티에서. 축하 케이크에 쓰인 ‘렛츠 고 글래스톤베리(Let's go GLASTONBURY)'가 인상적이다. 사진 출처: 유연주 인스타그램 @yeonjuchu

▶ 666 인스타그램

김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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