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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2022-05-05

어느 숲속에 있는 장인의 아뜰리에

Story A, 전시 <향과 지속성에 관한 예민한 감각; Longtake>

기간 2022.04.09 - 05.08
장소story A(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45길 8 지하1층)

우리는 늘 새로운 경험을 갈망하면서도 자연 그대로가 주는, 꾸밈없는 온전한 경험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몰입할수록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각들. 그 과정에서 향을 찾는다. <향과 지속성에 관한 예민한 감각> 전시로 섬세한 후각을 깨워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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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클 오크우드를 베이스로 하는 Longtake의 향을 입힌 톱밥을 수북히 쌓았다. © Story A

약간은 어두운, 좁은 통로에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마치 숲을 옮겨온 듯한 장소가 펼쳐진다. 새벽녘 인적이 드문 깊은 숲에 서 있는 것처럼 서늘한 공기와 희미한 안개, 켜켜이 쌓인 고목들이 ‘과연 여기가 어디인가?’란 물음표를 던진다. 바스락거리며 밟히는 우드 칩, 몽환적인 빛과 사운드, 나무 특유의 향이 착각을 일으킬 때 한 줄기 빛을 마주하게 된다. <향과 지속성에 관한 예민한 감각> 전시는 오롯이 체감으로 얻는 경험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깊은 숲에 앉아 들숨을 쉴 때 느껴지는 안온함과 차분함을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게 한 디스플레이로 향이 자아내는 이미지와 지속성을 시각화하여 표현했다. 오랫동안 향을 수집하고 연구해온 아티잔의 담담한 회고록 같기도 하다.

적이 드문 깊은 숲속의 고요함, 전시에 몰입할 수 있도록 빛을 활용하여 연출했다. © Story A

전시 공간의 통로는 하나다. 입구로 들어서서 나갈 때까지 감각에만 의존하며 길을 찾는다. 영화에서 신(scene)이 끊기지 않고 하나로 길게 이어진 롱테이크처럼. 여기에 향이 지닌 지속성의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전시의 부제 ‘롱테이크(Longtake)’는 사실 이번에 새로 론칭한 뷰티 브랜드의 이름이다.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깊은 숲에서 영감을 받은 롱테이크의 브랜드 세계관을 간접적으로, 오감으로 느끼는 체험으로 전하고자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숲, 나무, 시계가 전시의 중심이 되는 요소다. 빛으로 신비로움이 가득한 숲이라는 장소, 마음이 안정되는 100년 된 고목 향의 지속성, 변하지 않는 가치와 지속적인 아름다움을 시계로 표현한 것이다. 여기에 찰칵, 찰칵하며 돌아가는 오래된 환등기 소리, 벽면에 바랜 듯한 이미지 영상이 플레이된다. 외부의 현실과의 경계, 아날로그와 디지털과의 경계가 무너진 이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전시장을 나와서도 잔상이 남아있는 이 공간의 스토리가 궁금했다.

Interview with 아모레퍼시픽

허유석 공간 디렉터, 우시아 비주얼 디렉터
 

전시 공간이 매우 인상 깊었어요. 기획 단계부터 연출 과정이 궁금해요.

 

허: story A는 굉장히 스페셜한 공간이었어요.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현실과 단절된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느낌이었죠. 이번 전시 <향과 지속성에 관한 예민한 감각>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장소를 극적으로 풀어내고 싶었는데 그 점이 일치해서 이곳을 전시 공간으로 선택했어요.

 

인적이 드문 고요한 숲에 대한 인상, 그리고 아티산의 아뜰리에를 모티프로 전시 공간을 연출했어요. 무엇보다도 직접적인 것보다 은유적으로 스토리를 풀어내고 싶었죠.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경험을 극대화하는 장치가 무엇이 있을까?’의 질문으로 시작했어요. 서늘하고 어둑한 숲의 무드와 걸을 때마다 밟히는 사각거리는 소리와 나무의 텍스처,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빛의 몽환적인 장면에 대해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촉감을 자극하는 톱밥을 바닥과 고목 위에 깔았죠. 자연스럽게 향을 전하고자 톱밥에 샌달우드 향을 입혀 수북하게 쌓았어요. 여기에 향을 찾으면서 수집한 다양한 이미지를 영상으로 ‘지속적인 향’에 관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Story A의 첫 번째 전시 <향과 지속성에 관한 예민한 감각; Longtake>의 포스터. © Story A

새로 론칭하는 브랜드를 전시 형태로 풀어내는 것이 매우 이색적이에요.

 

우: 과연 브랜드가 세상에 나왔을 때 고객들에게 어떤 감각과 정서를 품은 모습으로 보일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신규 브랜드라면 기술력과 우수성은 물론 제품이 지닌 고효능의 가치도 함께 소개해야 하잖아요. 브랜드 롱테이크(Longtake)는 ‘향’이 중심이 되기에 오래도록 지속하는 향의 기능에 대해 오랜 연구 끝에 출시되었어요.

 

브랜드가 일관되게 내재화해야하는 가치가 무엇이나 생각했을 때 ‘향과 지속성에 관한 예민한 감각’을 탐닉하는 것이었고, 곧 이 주제가 전시 명이자 브랜드의 정서를 총괄하는 스토리가 되었어요. 그러면서 롱테이크가 바라보는 향에 관한 사고라든지 시선이라든지 등의 요소를 시각적으로 아방가르드하게 풀어낸 것이지요. 영화의 한 기법처럼 ‘롱테이크’는 효능과 감성이 지속될 수 있는 바람까지 담겨 있답니다.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 향의 이미지를 모은 영상을 곳곳에 틀어 두었다. © Story A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 때문인지 시간에 대한 장치들이 많이 보였는데 담긴 의미가 있을까요?

 

허: 갤러리의 파사드와 전시 공간 한쪽 벽면에 시계 스케치가 걸려있어요.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의미도 담겨있지만, 시간의 흔적이 만들어내는 예스러운 멋의 가치를 표현한 것이지요. 새것만이 아름다운 게 아니라 오래된 것도 아름답다는 것을 곳곳에 보여주고자 했죠. 원래 공간에 있던 흔적을 그대로 두거나 옛 전단지에서 착안하여 전시 포스터를 붙여 두기도 했고요.

 

특히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스토어, 아티산의 작업실은 시간의 과정이 집약된 공간이에요. 장인의 시선에 따라 관람객이 이동하며 체험하는 것이죠. 그가 향을 찾기 위해 숲을 거닐다 아뜰리에로 들어와 책상에 앉아서 톱밥을 가공하고 연구해요. 그 자료들이 책상 위에 고스란히 남아있죠. 마치 금방 자리를 뜬 것처럼 말이죠. 전시의 몰입을 위해선 체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시가 끝날 때까지 관람객은 아티산의 아지트를 몰래 들른 방문객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의미를 담아 '시간'은 전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이다. © Story A

깊은 숲속에서 아티산의 아뜰리에로 장소를 옮겼어요. 공간에 세컨드 콘셉트를 따로 둔 이유가 있을까요?

 

우: 유럽에서 아티산의 아뜰리에라면 몇백 년의 전통과 사고들이 이어져 내려오는 감성이 있죠. 이를 품어보고 싶었습니다. 정서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라벨 디자인에도 신경 썼어요. 제품에 라벨링을 한다는 건 그것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개념의 장인정신과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아티산의 연구와 고민이 현대적인 기술로 풀어간다는 점에서 OHP(오버헤드프로젝터)와 필름 렌즈, 현미경, 카메라 등을 둔 것이죠. 아날로그적인 것과 디지털의 경계를 위트있고 감각적으로 넘나들어야 브랜드가 더욱 임팩트 있게 다가올 것이라 믿었어요. 이러한 개념들이 비주얼이라는 하나의 형태로 표현되었고 공간이라는 또 다른 차원에서 깊이 있게 표현된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흔적이 남아있는 아티산의 아뜰리에. 향의 이미지를 스크립트 해두었다. © Story A
아티산이 잠시 자리를 비운 듯한 아뜰리에의 책상. © heyPOP
롱테이크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아티산의 아뜰리에이자 전시 스토어. © heyPOP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이라 이야기해 주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떠한 메시지가 담겨있나요?

 

허: OHP 필름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커튼이 쳐져 있는 독립된 공간에 OHP만 두었어요. 여기서 관람객이 직접 향에 대한 이미지 필름들을 올려보며 블랜딩해보고 또 소소한 기록을 남겨 스크린에 직접 투영해볼 수 있게 했어요. 결국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이죠. 브랜드 로고가 강력하게 드러난다고 해도 기억에 오래 남지 않습니다. 직접적이지 않고 간접적으로 오는 경험의 의외성이 전시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 브랜드의 스토리 필름도 인상적이죠. 아티산의 내레이션으로 잔잔하게 읽히는 향을 찾는 과정들이 브랜드가 가진 본질이 무엇이고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를 자연스럽게 전합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지닌 두 개의 정서가 감각적으로 구체화한 것 같아요. 관람객에게 영상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정서를 공감하는 동시에 오감으로 느껴지는 요소들이 더해져 더욱 입체적인 경험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향을 찾는 과정의 정서를 공감하고자 OHP를 전시 공간에 두었다. © Story A
OHP 필름을 이용하여 향의 이미지를 조합해볼 수 있다. © heyPOP

전시 <향과 지속성에 관한 예민한 감각>과 동시에 갤러리 공간인 Story A를 오픈했어요. 앞으로 이곳은 어떻게 활용될 예정인가요?

 

허: 밀라노 디자인 페어를 다녀왔는데 시내 전시의 감도 높은 전시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단순히 제품 위주의 팝업 전시가 아닌, 스폿을 통해 강렬한 전시적 경험을 제시하고 제품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녹여지는 형태이죠. 적합한 장소로 Story A 공간을 찾았고 첫 번째로 롱테이크를 만나게 되었어요. 이곳에서 MZ세대들과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뤄지는 커뮤니티 플랫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 하나의 공간에서 매달 다양한 신(scene)을 담아낼 예정이에요. 아모레퍼시픽을 포함해 다채로운 브랜드와 컬레버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테마를 잡고 스토리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공간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하는 것이죠. 각기 다른 브랜드의 세계관을 오롯이 경험하고 체감하는 전시로 운영될 계획입니다. 한남에서 문화적인 관심을 두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티산의 아뜰리에 콘셉트로 꾸며진 스토어. © Story A

허: 공간의 콘텐츠는 결국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채워졌을 때 비로소 작품이 되는 것이죠. 어느 전시라도 이 공간에 들어섰을 때 주인공이라는 느낌이 들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선 저에게 또 하나의 과제이겠지만 공간에 머무는 동안은 완전하게 몰입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자 합니다.

 

 

헤어 제품을 우선 순위로 선보인 롱테이크는 전시 기간 중 Story A의 스토어에서, 이후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품 구매가 가능하다.

<향과 지속성에 관한 예민한 감각>

전시 기간 ~ 2022.05.08

전시 장소 Story A

주최 롱테이크 Longtake

공간 디렉터 아모레퍼시픽 허유석

비주얼 디렉터 아모레퍼시픽 우시아

 

 

김소현

자료 제공 및 협조  Story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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