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팝업, 전시 소식 등 꼭 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레터 받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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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7

앞으로도 미완으로 남을 복합문화공간, 양평 이함캠퍼스 ①

25년, 무엇이든 담아내는 상자가 되기까지
이함캠퍼스 미술관 외관 ⓒ이함캠퍼스

Briefing

이함캠퍼스

문화예술을 경험하고 누리는 것이 귀하게 여겨지는 요즘이다. 내면적으로, 사회적으로 허기가 질수록 다양한 문화 활동과 예술 작품을 접해 시야를 넓히고 타인과 심상을 공유하며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나누어야 한다. ‘복합문화공간’은 누구나 쉽게 예술과 문화를 접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지역문화 생산 및 향유 격차는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고 있다. 대도시와 읍면의 문화예술관람률은 15.5%P 차이를 보인다. SNS에서 전시 관람 인증샷을 흔히 접할 수 있듯 문화를 즐기는 이들은 전보다 늘 것처럼 보이지만,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는 일은 또 다른 문제임을 깨닫는다.

이함캠퍼스 미술관의 전시장 곳곳에는 창이 나 있다.

그래서인지 서울이 아닌 지역에 들어선 예술 공간은 더 반갑게 느껴진다. 남한강 변을 따라 깊숙한 곳에 들어선 ‘이함캠퍼스’는 다양한 예술품 전시가 열리는 미술관을 중심으로 정원, 카페, 다목적 홀 등이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을 설립한 오황택 (재)두양문화재단 이사장은 일찍이 문화 예술의 중요성을 알아차렸다. 예술을 소비한 경험은 한 개인의 안목을 높여주고 안목이 높아지면 좋은 것을 찾게 된다는 것. 오황택 이사장은 이러한 순환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자의 수준이 높아져야 해요. 그래야 좋은 것이 공급되거든요. 사소한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사람들의 눈이 높아지면 예쁜 것을 찾겠죠. 그럼 모두가 더 경쟁력 있고 미적인 제품을 만들 거예요. 그런 안목이 쌓이면 사회 전반의 수준이 높아진다고 생각해요.” 그는 자신이 깨달은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와 나누고자 약 1만 평 대지에 이함캠퍼스를 지었다.

현재 진행중인 전시 〈침묵, 그 고요한 외침_폴란드포스터〉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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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한의 공간으로

내부로 들어가기 전 티켓부스 공간 ⓒ이함캠퍼스
ⓒ이함캠퍼스

이함(以函)이라는 이름에는 오황택 이사장의 바람이 담겼다. 목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이 아닌 누구나 잘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툴(Tool)로 자리 잡길 바랐다. 이함의 뜻은 써 이(以)와 상자 함(函)을 써 ‘빈 상자’를 의미한다. 오황택 이사장은 ‘빈 그릇’이라는 뜻이 담긴 자신의 호를 만들고 싶었다. ‘이함’은 그의 요청에 따라 지인이 붙여준 호였다. 비어 있는 상태로 존재하는 상자, 무엇인가를 담는 수단으로서 역할을 다한다는 이름의 의미가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공간과도 맥을 이어 미술관 이름으로도 쓰이게 되었다.

벽면을 따라 폴란드 포스터가 전시되었다.

약 1만 평에 달하는 이함캠퍼스 부지 내에는 아홉 개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그중 현재 활용되는 건물은 총 여섯 개.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무동, 미술관의 1관 전시동, 2관 전시동, 3, 4, 5, 6관이 이어진 전시동, 별관에 해당하는 다목적 홀 삼각동, 카페까지를 포함한다. 처음 공간을 만들고자 허가를 받았던 규모는 약 3,200평이었다. 2022년에 개관하기까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주변 부지를 차츰 확보해 지금의 단지를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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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로 지은 공익 공간

이함캠퍼스를 운영하는 두양문화재단의 근간은 단추 회사 두양보타니다. 오황택 이사장은 국내 단추 제작 업계 1위 두양보타니를 운영하는 오너이자 사업가다. 1978년 설립한 단추 회사에서 40여 년 동안 번 돈 약 600억 원을 기부해 재단을 설립했다. 오황택 이사장은 자신의 재원이 소비자의 입장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데에 쓰이길 바랐다. 특히 좋은 안목을 길러 줄 좋은 미술 작품과 예술품을 전시하고 작가들을 지원하려는 큰 목적을 안고 재단 설립에 열을 가했다.

현재 재단은 이함캠퍼스를 포함해 인문학을 가르치는 ‘건명원’을 운영 중이다. 서울 북촌에 위치한 건명원은 만 19세부터 29세를 대상으로 인문을 비롯한 문학, 과학, 예술 분야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다. 1년 커리큘럼으로 운영되며 매년 지원자를 받아 수강생을 선발한다. 이함캠퍼스를 설계한 김개천 건축가를 비롯해 국내 유수 교수진의 강의를 들을 수 있고 모든 수업은 무료로 진행된다. 오황택 이사장은 건명원뿐만 아니라 이함캠퍼스가 특정한 목적을 위한 공간으로 정의되지 않기를 바란다. 재단은 공간을 마련했을 뿐 그 안에서 무언가를 얻어가는 건 개인의 몫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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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답은 취향으로 채워진 그의 수장고에 있다

오황택 이사장의 수장고는 그가 모은 다양한 컬렉션으로 채워져 있다.

이함캠퍼스가 문을 연 건 2022년 7월 19일이지만 미술관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설은 1997년에 설계가 이뤄졌다. 완공 후 개관에 이르기까지 20년 넘는 세월 동안 빈 공간으로 유지한 이유는 미술관의 콘셉트를 무엇으로 할지 답을 정하지 못한 탓이었다. 오황택 이사장은 주로 캔버스 위에 선보이는 평면 미술을 내세우고 싶지 않았다. 이함캠퍼스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하고 싶었고 고민 끝에 디자인 분야의 전시를 선보이게 됐다.

2024년 진행된 〈사물의 시차〉, 이함캠퍼스의 첫 특별 소장전이다. ⓒ이함캠퍼스
ⓒ이함캠퍼스

전시를 위해 모은 디자인 제품은 이함캠퍼스 인근 200평 규모의 수장고 세 개에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이함캠퍼스는 오황택 이사장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전시가 열린다는 점에서 다른 미술관과 차별성을 보인다. 몇 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는지 셀 수 없을 만큼 해외 곳곳에서 다양한 종류의 미술품을 수집해 왔다. 지난해 열린 〈사물의 시차〉 전시에서 선보인 가구 110여 점도 그 수장고에서 나왔다. 올해 6월까지 진행되는 국내 최대 규모 폴란드 포스터 전시 〈침묵, 그 고요한 외침_폴란드포스터〉 또한 우연한 계기로 수집한 1만여 점의 폴란드 포스터 중 200여 점을 시대별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다.

수집한 포스터가 정리되어 있는 수장고 내부 캐비닛

소장품의 종류는 크게 가구와 포스터로 나뉘지만 오황택 이사장의 취향은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다. 수장고에는 인더스트리얼 가구부터 찰스&레이 임스 가구까지 폭 넓은 취향으로 채워져 있다. 남이 좋다고 하는 것을 따라 사지 않고 내가 보기에 좋은 것을 고르기 위해 따로 조언을 구하거나 공부하지 않은 탓이다. 오직 감각에만 의존해 이끌리는 것을 모을 뿐 해당 작품이 디자인 신에서 어떤 평을 받고 있는지 오황택 이사장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예술품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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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부터 자재까지 손수 일구다

오황택 이사장은 조경을 가꾸는 것에 진심이다. 이함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이곳의 나무를 전정한다.
소장하고 있는 인더스트리얼 가구로 전시장을 꾸몄다.

이함캠퍼스에 들어서면 조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입구에서부터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진 나무와 오리들이 헤엄치는 작은 연못의 풍경은 모두 오황택 이사장 손에서 탄생했다. 푸른 잎이 무성한 5월에서 9월 사이도 좋지만 눈 쌓인 겨울도 색다른 장관을 선사한다. 20여 년 전 김개천 건축가는 보편적인 미술관과는 다른 독특한 구조로 미술관을 설계했다. 날씨에 따라서 전시장 안에 맺히는 그림자의 위치가 달라지게끔 구도를 만들었고 분리된 전시장 사이에 중정을 두어 자연을 한 번 더 둘러볼 수 있게끔 유도했다. 중정이 야외 공간이다 보니 계절의 영향을 받을 것을 고려해 물에도 썩지 않는 아조베 나무를 사용해 갑판을 만든 점도 인상적이다. 아조베 나무는 오황택 이사장이 컬렉션을 수집하기 위해 네덜란드에 갔다가 고재를 파는 곳에서 직접 가져온 자재다. 전시장 내부에 있는 고사리 화분도 유럽에서 가져온 수도관을 가공해 만들었다.

그날의 날씨에 따라 건물에 드리우는 빛의 양이 다르다.
이함캠퍼스의 겨울 ⓒ이함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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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함캠퍼스가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

미술관 뒤에 자리 잡은 삼각동은 여러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다목적 홀이다. 기존에 누군가 사용하던 부지를 추가로 매입해 건물의 삼각형 요소만 살려 새롭게 만들었다. 강연회나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곳은 이함캠퍼스에 더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한다. 무대와 계단식 의자가 설치되어 있어 다수의 인원을 수용하기에 적절하다. 양쪽 벽면이 유리 폴딩도어로 되어 있어 문을 개방하면 주변 산과 자연을 조망할 수 있다. 건물 앞에 잔디와 큰 나무가 심어져 있어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 좋다.

이함캠퍼스 삼각동

미술관 맞은편에 자리 잡은 카페는 전시 관람객뿐만 아니라 나들이객도 많이 찾는 공간이다. 통창으로 되어 있어 야외 풍경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함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레지던시 건물을 발견하게 된다. 본래 아티스트 레지던시로 활용할 목적으로 지어졌으나 더 적절한 활용을 위해 건물의 쓰임은 여전히 모색 중이다.

레지던시 건물
이함캠퍼스

 

장소 이함캠퍼스

주소 경기 양평군 강하면 강남로 370-10

대지면적 12,047㎡

건축면적 898㎡

연면적 1,215,57㎡

운영 (재)두양문화재단

건축 김개천 건축가

규모 9개 동

운영시간 화요일 – 금요일 10:00 – 19:00, 토요일 – 일요일 10:00 – 19:30 (매주 월요일 휴무)

*2편에서 계속됩니다.

 김지민 기자

사진 표기식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이함캠퍼스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앞으로도 미완으로 남을 복합문화공간, 양평 이함캠퍼스 

 

  : file no.1 : 25년, 무엇이든 담아내는 상자가 되기까지

       : file no.2 : 기꺼이 행하는 마음으로 채워진 공간

       : file no.3 : 항상 새로움으로 물들 것

프로젝트
[Post-It] 이함캠퍼스
장소
이함캠퍼스
주소
경기 양평군 강하면 강남로 370-10
시간
화요일 - 금요일 10:00 - 19:00,
토요일 - 일요일 10:00 - 19:30 (매주 월요일 휴무)
김지민
새로운 일에 관심이 많다. 보고 느낀 이야기로 콘텐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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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미완으로 남을 복합문화공간, 양평 이함캠퍼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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