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우리가 아는 그 음반 커버를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

한계를 두지 않고 만든 이미지
5월 1일 개봉하는 영화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은 디자인 스튜디오 힙노시스의 여정을 따라간다. 이제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이미지를 여럿 빚어낸 스튜디오 힙노시스. 이 영화로 이들의 작업기부터 당시 문화계 분위기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전설적인 디자인 스튜디오 힙노시스(Hipgnosis)를 조명한 영화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이 5월 1일 개봉한다. 영화에는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폴 매카트니 등 역사에 길이 남을 뮤지션들의 앨범 커버를 만들며 록 음악의 역사를 바꾼 힙노시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힙노시스?

힙노시스의 멤버. 오브리 파월(좌), 스톰 소거슨(우)

힙노시스는 오브리 파월과 스톰 소거슨이 1968년 창립한 디자인 스튜디오다. 히피 문화가 꽃피던 1967년 영국 런던에서 함께 살던 이들은 힙노시스를 결성한 후, 핑크 플로이드의 두 번째 정규 앨범 〈A Saucerful of Secrets〉의 커버를 디자인하며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이들은 뮤지션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우는 기존 앨범 디자인의 틀을 깨고, 개성 있고 독창적인 발상으로 앨범 커버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감독 안톤 코르빈의 철저한 준비

힙노시스 스튜디오. 영화 스틸 일부.

안톤 코르빈 감독은 힙노시스의 위대한 업적을 영화에 담으면서 그들의 방식을 재연하는 데 성공한다. 포토샵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거대한 돼지 풍선을 하늘에 띄우느라 항공로를 폐쇄하고(핑크 플로이드 – Animals), 스턴트맨에게 불을 붙이고(핑크 플로이드 – Wish You Were Here),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35kg 조각상을 들고 헬기에서 뛰어내리던(윙스 – Greatest) 힙노시스의 기발하고 무모한 창작 과정을 최대한 실감 나게 담아내고자 한 연출이 돋보인다.

명반의 비하인드 스토리

폴 매카트니. 영화 스틸 일부.

안톤 코르빈 감독은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오브리 파월과 3일간의 긴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기에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10cc, 폴 매카트니, 피터 가브리엘을 인터뷰이로 섭외하며 당사자 외엔 누구도 알지 못했던 음반의 제작 뒷이야기를 수집했다. 그리고 힙노시스 스튜디오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과 뮤지션들이 소장하고 있던 희귀 자료를 모아 무려 4,000점이 넘는 자료를 수집했고, 아카이브 푸티지 사용을 최소화하며 수집된 자료들을 활용한 연출을 선보였다.

노엘 갤러거는 영화 속에서 특유의 입담을 뽐낸다. 그는 힙노시스와 언제나 작업하고 싶었으나, 그들의 작업 비용이 너무 “비싸서” 이루지 못했다고.

힙노시스의 작품들

힙노시스 작품 일부를 아래 소개한다. 더 많은 작품에 담긴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이스 〈Elegy〉 커버

1. 더 나이스 〈Elegy〉 커버

힙노시스의 스톰 소거슨은 더 나이스의 앨범을 들으며 ‘붉은 축구공들이 놓인 사막’의 이미지를 떠올리곤 이를 촬영하기 위해 사하라 사막으로 향한다. 축구공 60개를 비행기로 옮기려면 바람을 빼야 했는데, 사막에 도착해 다시 축구공에 바람을 채우는 데는 공 하나당 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60개의 공에 모두 바람을 넣은 끝에 촬영을 진행했다. 마치 풍경화나 대지 미술 작품 같은 이 사진이 담긴 앨범 커버는 곧바로 큰 화제가 되었고, 힙노시스는 음악 잡지 「롤링 스톤」과 인터뷰하며 주목을 받는다. 이 작업을 통해 힙노시스는 대지 미술 작품도 앨범 커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고, 이는 이들이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핑크 플로이드 〈The Dark Side Of The Moon〉 커버

2. 핑크 플로이드 〈The Dark Side Of The Moon〉 커버

핑크 플로이드의 키보드 연주자 릭 라이트는 새 앨범 커버로 사진 대신 쿨하고 깔끔한 그래픽 디자인을 원했다. 관련 작업을 고민하던 스톰 소거슨은 물리학 잡지에서 빛의 굴절을 보고 불현듯 프리즘 디자인을 떠올린다. 검은색 배경에 하얀색 빛이 삼각형 프리즘을 통과하며 무지개로 변하는 이 디자인에 핑크 플로이드 멤버들은 물론 대중도 열광했다. 이 커버의 앨범은 빌보드 역사상 가장 긴 741주 동안 차트에 머무는 한편, 록 음악 역사상 가장 많이 판매된 앨범이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2015년 미국 음악잡지 「빌보드」가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 커버’ 6위에 올랐으며, 이 이미지는 앨범 커버를 넘어 다양한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핑크 플로이드 〈Wish You Were Here〉 커버

3. 핑크 플로이드 〈Wish You Were Here〉 커버

앨범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The Dark Side Of The Moon)〉의 성공 직후 핑크 플로이드의 멤버 로저 워터스는 배신이 난무하는 음반 산업에 대해 분노한다. 이에 공감한 힙노시스는 〈Wish You Were Here〉 앨범 커버를 구상하며 ‘burn’이라는 단어의 두 가지 뜻(‘불에 타다’, ‘배신하다’)에 착안해 불에 타는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포토샵이 없던 시절, 사람 몸에 불이 붙은 이미지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불을 붙여야만 했고, 힙노시스는 스턴트맨을 섭외해 무려 열다섯 번에 걸쳐 촬영을 진행했다. 이 대책 없이 위험한 촬영에 스턴트맨은 분노했지만, 해당 이미지가 실린 앨범이 최고의 명반으로 사랑받게 되자 “영화 속 불 스턴트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이 앨범 커버는 다들 기억한다”는 말을 남겼다.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
원제 Squaring the Circle(The Story of Hipgnosis)
감독 안톤 코르빈
출연 오브리 파월, 스톰 소거슨(힙노시스), 폴 매카트니(비틀즈), 데이비드 길모어, 로저 워터스, 닉 메이슨(핑크 플로이드), 지미 페이지, 로버트 플랜트(레드 제플린), 노엘 갤러거(오아시스), 피터 가브리엘(제네시스), 그레이엄 굴드먼(10cc), 글렌 매틀록(섹스 피스톨즈)
러닝타임 101분
개봉 2024년 5월 1일
관람등급 15세이상관람가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영화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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