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2

이탈리아 베니스에 퍼진 한국의 냄새 풍경

밥 냄새, 공중목욕탕 냄새 등이 뿜어져 나오는 〈구정아 - 오도라마 시티〉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ts Council Korea, 위원장 정병국)는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를 4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진행한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전시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 구정아가 빛냈다. 구정아는 2009년 양혜규, 2013년 김수자에 이어 단독으로 한국관을 가득 채운 여성 작가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구정아 – 오도라마 시티〉를 주제로 한 한국관 전시는 ‘한국의 도시, 고향에 얽힌 향의 기억’을 주제로 2023년 6월 25일부터 9월 30일까지 진행한 설문을 바탕으로 분석한 신작을 선보인다. 해당 설문에는 전 세계 참여자들의 사연 약 600편이 수집되었으며,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이들 뿐만 아니라 남북한을 방문한 외국인과 해외 입양아, 이민자, 한국 거주 해외 근로자 등으로까지 대상을 포함했다.

전시명에 담긴 의미는?

전시 제목의 ‘오도라마’는 향을 의미하는 ‘오도(odor)’에 드라마(drama)의 ‘라마(-rama)’를 결합한 단어로, ‘향’은 1996년 이래 구정아의 광범위한 작업 범위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테마이다. 구정아는 후각과 시각의 공감각적 매체로 비가시적이지만 가시적인 지점을 양립시키고, 그 경계 너머 열린 가능성을 제시하는 작업 실천을 이번 전시에서 이어간다.

구정아가 설계한 향의 세계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는 구정아가 지난 30여 년간 다루어 온 주요 주제와 특유의 조각-설치의 측면을 아우른다. 그 가운데 이번 전시의 테마는 ‘향’이다. 향은 활동 초창기인 1996년 파리 스튜디오의 작은 옷장에 좀약을 배치한 냄새 설치작품 ‘스웨터의 옷장’ 이래, 구정아 작업에 반복적으로 등장해 온 핵심 소재이다. 이후 도쿄 모리미술관(2003), 카지노 룩셈부르크 미술관(2005), 뉴욕 디아 파운데이션(2010), 런던 채링 크로스 역의 사용 중지된 주빌리 라인 승강장(2016), 지겐 현대미술관(2022) 등의 전시에서 냄새 경험의 규모를 확장해 왔다.

 

이번 한국관 전시를 위해 새로인 제작된 작품 ‘오도라마 시티’는 냄새에 대한 작가의 오랜 실천과 관심이 녹아있는 ‘향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다. 구정아는 공간적 조우의 다양한 뉘앙스를 살피고, 냄새와 향기가 기억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집중하며 우리가 공간을 감지하고 회상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그에게 기본적으로 향은 무수한 입자가 충돌하고 섞이는 화학 물질인 것인데, 이러한 향의 본질을 탐구하고 분자를 들이쉬고 내쉬는 과정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비물질주의, 무중력, 무한, 공중 부양이라는 작업 주제로 확장된다.

이는 올해 한국관 곳곳에 반영된 테마이자 키워드이다. 전시장 바닥 4구역에 새긴 무한대 기호 및 야외 설치작품으로서, 뫼비우스 띠 형태로 부유하는 두 개의 나무 조각으로서, 또한 향을 퍼뜨리는 디퓨저이자 공중에 띄운 브론즈 조각 ‘KANGSE SpSt’(2024)로서 한국관을 관통하며 변주되고, 마침내 이 공간을 ‘향기 메모리’의 집합체로 묶는 향이 상징화되어 유랑한다. 이러한 구성은 구정아가 1990년대부터 창안, 확장해 온 개념인 ‘우스(OUSSS)’를 상기시키는 메아리로도 작용한다.

 

‘우스’란 수수께끼 같은 우주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단어나 형태소, 물질이나 마음의 상태, 물질과 비물질의 영역을 뛰어넘어 원하는 모든 것으로 변할 수 있는 만능 존재이다. 다종다양한 형태와 모습으로 등장하는 우스의 코스모스 가운데, 종종 태아를 연상시키는 중성의 생물이 종종 나타나곤 한다. 2017년 세 편의 애니메이션 <미스터리MYSTERIOUSSS>, <호기심 CURIOUSSSA>, <참 나 CHAMNAWANA (true me & i)>에 등장했던 이 캐릭터는 대개 어둠을 횡단하며, 인간적 성질을 벗어난 제스처로 장난스러운 익살과 묘한 감각을 자아내 왔다. 이번 한국관 전시에서는 고요한 허공을 무중력 상태로 부유하는 듯한 포스트 휴먼 형체의 동상으로 구현된다.

 

구정아는 다음 범주로 분류된 사연들을 선정해 한국관의 냄새 경험을 조성했다. 도시 향기, 밤공기, 사람 향기, 서울 향기, 짠내, 함박꽃 향기, 햇빛 냄새, 안개, 나무 냄새, 장독대, 밥 냄새, 장작 냄새, 조부모님 댁, 수산시장, 공중목욕탕, 오래된 전자제품, 그리고 오도라마 시티. 보다 자세한 사연들은 여기에서 확인 가능하다.

야콥 파브리시우스와 공동 예술감독으로 참여한 이설희는 2020년 부산 비엔날레에서 구정아의 작품을 선보인 적이 있는 만큼 작품 이해도를 높인 전시를 꾸렸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 최초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시 부문을 수상해 주목받은 김혜순 시인이 직접 쓴 ‘어머니 냄새’라는 시를 이번 전시 도록을 위해 선물하며 여성 아티스트의 연대를 실현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시는 올해 11월 24일까지 계속되니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참고하도록.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프로젝트
〈구정아 - 오도라마 시티〉
장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주소
Il Padiglione Coreano Biennale di Venezia Giardini di Castello 30122 Venezia, Italy
일자
2024.04.20 - 2024.11.24
크리에이터
작가| 구정아
큐레이터| 이설희 & 야콥 파브리시우스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이나정, 장유진
건축가| Jens Rønholt Schmidt
한국관 매니저| 김은정
에디토리얼 매니저| 김해리
그래픽 디자인| kontaakt (이원섭, 박원영)
출판 및 배급| Distanz
웹 개발| Deerstep (최승혁)
영상 기록| 유준범, Nikolaj Phillipsen
링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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