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3

평화를 안기는 종교 건축물 3

헤이팝 레터 Editor's pick
꼭 믿는 종교가 있지 않더라도 종교 시설에 가면 괜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높은 층고와 창이 난 곳이라면 더욱 그렇죠. 누구의 간섭도 없는 곳에서 고요함에 젖어가는 것도 쉬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복잡한 하루 중 행복한 순간을 솎아내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평온함을 가져다줄 건축물 세 곳을 소개합니다.

1. 원남교당

ⓒ스탠다드에이
ⓒ원남교당

율곡터널을 지나 창경궁 인근에 오면 또 다른 종로를 만나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버스를 타고 다니며 오밀조밀 밀집된 건물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원남교당을 처음 봤을 때, 주변 건물과는 사뭇 결이 달라 어떤 공간인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원남교당은 매스스터디스 조민석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물입니다. 대로변에서 봤을 때 좁은 골목에 자리 잡고 있어 전체적인 구조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도심 속 산사를 경험할 수 있어요.

 

7개의 골목이 모두 출입구가 되는 이곳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습니다. 원남교당은 종교관, 훈련관, 인혜원, 경원재 총 4개의 건물로 이루어졌는데요. 각기 외관의 모양이 달라 다른 성격을 띠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건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순환하는 구조를 보입니다. 네 덩이로 나뉜 건물 덕분에 주변 소음을 더 차단하기도 하고요. 원남교당에 방문한다면 원불교의 상징인 ‘원’을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대각전’에 들러 보세요. 두께 18mm 높이 9m 거대한 철판에 지름 7.4m 원을 뚫어 만든 원상이 대각전 천장에 뚫린 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받아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답니다. 나무 마감을 사용해 격자무늬로 디자인된 대각전 천장은 공간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데요. 2층에서 대각전을 감상하면 이 분위기를 더 잘 느낄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가만히 바라만 봐도 복잡한 생각이 잠시 사라질 거예요. 원남교당 공간의 분위기를 확실히 매듭지은 이곳의 가구는 스탠다드에이의 작업물이랍니다. 

 

주소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22길 23

인스타그램 @o.nam_weu.o

2. 남양성모성지

ⓒ화성시청
ⓒ화성시청

화성에 있는 남양성모성지는 자연과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인 곳입니다. 서울의 리움 미술관과 제주도 섭지코지 아고라 등을 설계한 스위스 출신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건축물인데요. 이곳을 처음 방문하면 높이 솟은 반원형의 두 종탑 덕에 웅장함을 느끼게 됩니다. 7개의 종을 잇는 종탑에서는 미사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는데요. 청아한 종소리가 듣기 좋습니다. 어떤 공간이든 자연광으로 완성되는 공간은 참 멋있죠. 두 종탑 밑으로 대성당이 자리하고 있는데 종탑으로 들어오는 빛이 대성당 사제석으로 파고들며 이곳의 분위기를 한층 성스럽게 만듭니다. 이 대성당은 종교 시설뿐만 아니라 음악회가 열리는 공연장으로도 자주 활용돼요.

 

경건함이 깃든 성모성지 대성당과 지하에 위치한 소성당 내부도 좋지만, 대성당으로 향하는 순례길에 주목해 봐도 좋겠습니다. 공원과 연결되어 있는 이곳은 계절의 변화를 읽기 좋은 곳이거든요. 긴 나무들이 유독 많은 이곳에서 계절에 따라 피는 꽃을 보며 쾌청한 날씨를 만끽해 보는 건 어떨까요. 

 

주소 경기 화성시 남양읍 남양성지로 112

3.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헤이팝

서울역 인근에 있는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산책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공간입니다. 외관이 빨간 벽돌로 되어 있는 이곳은 지하로 공간을 내어 밖에서 내부가 안 보이는 특징이 있기도 한데요.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있지만 이런 구조 덕분에 조용하게 머물다 갈 수 있어요. 야외로 이어진 역사공원도 한적하고 시야가 뚫려 있어 지금 같은 계절에 방문하기 제격이에요.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의 대표적인 공간 ‘하늘광장’은  따사로운 햇볕을 받거나 밤하늘을 보기 좋아요. 반듯하게 네모만 하늘광장엔 이환권 작가의 작품과 정현 작가의 작품이 놓여 있습니다. 누구나 앉았다 갈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콘솔레이션 홀’에서 유리창을 통해 하늘광장을 바라보는 것도 큰 힐링을 선사하니 아무런 목적 없이 방문해 사색의 시간에 잠겨봐도 좋겠습니다.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맞추어 가면 ‘정하상 기념경당’에서 미사를 드릴 수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아, 천주교 서울 순례길 코스에 관심이 있다면 안내된 길을 따라 서울을 한 바퀴 돌며 머릿속을 환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주소 서울 중구 칠패로 5

인스타그램 @ssmshrine

김지민 인턴 기자 

사진 출처 스탠다드에이, 원남교당, 화성시청,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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