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3

동서양의 만남 ‘EAST MEETS WEST’, 에이스 호텔 교토

예술과 공예를 통한 동서양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 약 1,000년간 일본의 수도였으며 그 오랜 역사를 증명이라도 하듯 기요미즈데라, 헤이안 신궁, 긴카쿠지, 난젠지, 수로각 등 수많은 유적이 살아 숨 쉬는 도시 교토(Kyoto). 일본 문화의 진원지인 교토는 수십 년 동안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구로사와 아키라(Akira Kurosawa),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등 아티스트에게 사랑받는 도시로 불리기도 했다. 도시의 호흡을 따라 느리게 걷고 또 걷는 여행을 떠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교토에 미국 부티크 호텔 브랜드 에이스 호텔이 아주 조용히 도시 안으로 스며들었다.

1999년 미국 시애틀에 문을 연 에이스 호텔은 사람들이 모이는 접점을 만들어 호텔이 지역 문화를 만드는 허브 역할이 되는 것을 지향하는 호텔 체인 브랜드다. 에이스는 단순 하룻밤 머무는 호텔로만의 기능이 아닌 지역 문화를 안내하는 지침서이자 지역민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문화 공동체에 가깝다. 호텔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지역의 우수성과 가치를 전파하고 여행객들이 이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에이스가 오랜 시간 해온 사명과도 같은 일이다. 특히나 교토에 지점을 오픈하는 일은 에이스에게도 오랜 시간 동안 바라온 숙원 사업이었다. 문화적·사회적 유산이 살아 숨 쉬는 지역에 빗장을 연 만큼 그 어느 도시보다도 지역과 융화되기 위해 세심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Ace를 시작할 때부터 일본에 호텔을 짓고 싶었습니다.

풍부한 창조 문화와 아름다운 예술과 공예에 대한 관심으로

오랫동안 존경받는 도시인 교토에서 개장하여 더욱 특별합니다.

 

브래드 윌슨, President of Ace Hotel

구마 겐고가 설계 및 디자인한 에이스 호텔 교토 건물 전경 ⓒKKCC

에이스 호텔 교토는 에이스의 아시아 첫 호텔로 일본이 낳은 유명 건축가 구마 겐고(Kengo Kuma)가 디자인 및 설계한 호텔 신관, 그리고 1926년 일본 근대건축가 테츠로 요시다(Tetsuro Yoshida)가 설계한 교토중앙전화국 건물을 리노베이션 한 신풍관(新風館)을 하나로 연결해 완성했다. 이는 개발 파트너 NTTUD가 주도하는 재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교토 지하철 노선과 직접 연결되는 복합문화건물이다. 호텔 내부 디자인은 에이스의 오랜 파트너이자 LA 기반의 스튜디오 코뮨디자인(Commune Design)이 맡았고 ‘예술과 공예를 통한 동서 간의 교류’라는 콘셉트에 뿌리를 두고 ‘EAST MEETS WEST’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디자인을 진행했다.

ⓒKKAA
신풍관 쇼핑몰 전경 ⓒKKAA

신풍관은 호텔과 도심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어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유입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기존 건물 외관의 옛 벽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교토중앙전화국 건물을 증축하였고 구관과 신관의 중앙을 잇는 안뜰 산책로를 만들어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오고 갈 수 있도록 했다. 가라스마 오이케(Karasuma Oike)역과 지하에서부터 연결된 신풍관 신관은 복합쇼핑센터로 빔즈(BEAMS JAPAN), 1LDK, 필그림 서프+서플라이(Pilgrim Surf+Supply), 트래블러 팩토리(TRAVELER’S FACTORY), 메종 키츠네 카페(MAISON KITSUNÉ CAFE), 르라보(LE LABO) 등이 입점해있어 오고 가며 편리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빔즈와 트래블러 팩토리에서는 교토 지역 한정 제품을 만나볼 수도 있다. 또한 호텔 가까이에 니시키 전통 시장, 교토 문화 박물관, 교토 아트 센터가 있어 문화생활을 즐기기 좋으며 200년 전통의 화과자 가게 카메스히로(Kamesuehiro), 300년 동안 대를 이어온 인센스 상점 쇼에이도(Shoyeido) 등이 인접해 있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심 여행에 최적의 위치가 아닐까.

방문객을 맞이하는 1층 리셉션 ⓒACE HOTEL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하고 여행자들의 체크인과 체크아웃이 이루어지는 호텔의 얼굴과도 같은 리셉션 공간. 커다랗고 둥근 원형 형태의 리셉션 데스크는 전문 장인이 손으로 직접 구리를 두드려 피고 구부려 완성된 대형 공예품이다. 리셉션의 주변으로는 전 세계 에이스 각 지점의 굿즈를 전시 및 판매 중으로 여행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했다.

교토 사원에서 영감받은 목재 처마 ⓒACE HOTEL ​
히스테릭 글래머의 네온사인 작품과 가고시마 복지시설 쇼부 가쿠엔의 패브릭 아트 ⓒACE HOTEL
구관과 신관을 연결하는 안뜰 ⓒACE HOTEL

에이스가 구마 겐고에게 바란 것은 딱 하나. 새로운 일본 스타일과 교토의 지역성을 표현하는 것. 그렇게 익숙한 듯 새로운 재패니스크 스타일로 탄생한 호텔 외관은 교토 전통 주택 양식 마치야(Machiya)를 현대적이면서도 추상적으로 표현했고, 신관과 구관이 만나는 중앙 정원은 헤이안 시대 스타일로 조경을 만들었다. 교토 사원에서 영감을 받은 로비의 목재 처마와 히스테릭 글래머의 키타무라 노부히코의 네온 사인 작품, 가고시마 장애인 복지시설 쇼부 가쿠엔의 패브릭 아트 그리고 호텔 곳곳에 자리하는 교토 현지 작가들의 예술과 조각으로 에이스가 추구하는 로컬라이징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이처럼 에이스는 화려한 럭셔리가 아닌, 고유한 지역 문화를 내세움으로써 또 다른 의미의 럭셔리를 선사하는 호텔 체인으로 거듭났다.

럭셔리는 독립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르고 유일하기 때문에 럭셔리한 것이죠.

에이스의 럭셔리 호텔은 기존의 럭셔리 체인과 완전히 다른 개념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여러 지역에 똑같은 럭셔리 호텔 체인을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에이스 호텔이 그랬듯, 저마다 다르면서도 같은 DNA를 품은 호텔을 지으려 합니다.

 

브래드 윌슨, President of Ace Hotel
매거진 <B> ‘ACE’ 편 中

ⓒACE HOTEL
ⓒACE HOTEL
ⓒACE HOTEL
ⓒACE HOTEL

총 213개의 객실은 보유한 이곳은 총 9개 타입의 룸으로 운영 중이다. 스탠다드 킹·트윈, 디럭스 킹·트윈으로 시작해 신관이 아닌 이전 교토중앙전화국 건물 구관에 자리한 히스토릭 킹·트윈 그리고 너른 다다미 마루를 즐길 수 있는 다다미 스위트, 에이스 스위트, 로프트 스위트 중 취향에 맞는 룸을 선택할 수 있다. 객실 곳곳에는 아카리 노구치(Akari Noguchi)의 한지를 재료로 하는 은은한 플로어 램프가 배치되어 있고, 커튼, 방석, 테이블 램프의 갓 등 객실에 사용되는 모든 텍스타일은 에이스 교토를 위해 미나 페르호넨(Mina Perhonen)에서 맞춤 제작했다. 또 펜들턴(Pendleton) 담요와 티볼리(Tivoli) 라디오, 티악(TEAC) 턴테이블 그리고 일부 객실에서는 깁슨(Gibson)의 기타도 함께 한다.

 

에이스 모든 지점은 로고 디자인이 각기 다른데, 교토의 경우 예술가 사미로 유노키(Samiro Yunoki)가 로고와 맞춤 글꼴을 디자인했고 각 객실에는 그의 작품으로 에이스 호텔 교토의 시그니처 터치를 만들었다. 특히, 에이스 호텔 교토의 아이덴티티를 사미로가 모두 관여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호텔의 방향을 정립하는 데에 있어 큰 역할을 수행했다.

101세 노령의 나이에도 자유로운 형태의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 사미로 유노키. ⓒCommune Design

사미로 유노키는 민예(Mingei) 운동의 창시자인 쇼지 하마다(Hamada Shoji) 밑에서 공부한 마지막 수련생으로, 오늘날까지도 작업을 이어가는 몇 남지 않은 일본 민속 예술가 중 한 명이다. 호텔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데에 있어 그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했기에 코뮨 디자인 공동창립자 로만 알론소(Roman Alonso)는 사미로를 직접 찾아가 작업을 의뢰했는데 맨 처음 거절을 당했다. 절망과 실망으로 가득 찬 현시대에 사미로의 순수함과 낙천주의가 담긴 아트워크라면 각 객실에 지역의 생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몇 차례 긴 설득 끝에 사미로는 에이스와의 협업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지금의 결과물이 탄생할 수 있었다.

에이스 호텔 교토 내 웨이 파인딩 사이니지 ⓒdesignpress

사미로와의 협업을 통해 객실을 비롯한 신풍관 전체에 일본 공예 문화를 긴밀히 연결할 수 있었다. 호텔 로비와 복도에서 만난 사이니지는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다. 호텔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미로의 아트 워크를 발견하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모든 사이니지는 사미로가 직접 일본 전통 패브릭 위에 스텐실로 전통 염색 기법을 사용해 작업했다.

ⓒACE HOTEL
ⓒACE HOTEL

창의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되기를 지향하는 에이스는 객실 곳곳에 턴테이블과 기타를 비치해 두었는데 이는 에이스의 정체성과도 같다. 각 방마다 에이스가 추천하는 LP 음반 셀렉션이 있어 자유롭게 청음을 즐길 수 있으며, 기타를 연주하다 악상이 떠오르면 바로 작곡을 할 수 있도록 악보까지 비치해두었다. 이러한 지점이 바로 에이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문화적 공감대가 아닐까. 한껏 예민해지고 섬세해진 여행객들의 감성을 디테일한 요소들로 가득 채운다.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LP 음악을 듣고 있다 보면, 에이스가 추천하는 더 많은 음악이 궁금해진다. 그때 1층 리셉션에 내려가 직원에게 살며시 문의해 보자. 이솝우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서 주문을 외우면 동굴이 열리며 금은보화가 쏟아지듯 뒤편에 마련된 LP 캐비닛을 활짝 열어줄 테니. 객실에 비치된 음반은 룸 콘셉트에 맞게 엄선된 셀렉션으로 구매가 불가하지만 1층 리셉션에 구비된 LP 음반들은 모두 구매가 가능하다.

ⓒdesignpress
ⓒdesignpress
ⓒdesignpress
ⓒCommune Design

스텀프타운 교토점은 멀리서부터 사미로 유노키의 아트 워크 커피포트 사인이 사람들을 반겨준다. 마치 이쪽으로 오면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알리는 것처럼. 스텀프타운 공간에 들어서면 내부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로 동서양의 조화를 신경 썼음을 느낄 수 있다. 예부터 일본에서 도예로 유명한 지역 시가라키(Shigaraki)의 도예가가 작업한 유약 테스트 타일이 바리스타 공간 뒤 바 한쪽 벽면을 채우고, 공간 양쪽으로 나 있는 윈도에는 미국 LA 기반의 텍스타일 아티스트 아담 포그(Adam Pogue)의 패브릭 작품이 걸려있다. 당연히 일본 공예품 일 줄 알았던 동양 기법의 커튼이 한국 보자기(Pojagi)와 조각보에서 영감을 받은 미국 아티스트가 작업한 작품이라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다가온다. 이 또한 ‘EAST MEETS WEST’ 슬로건을 이어가는 지점일 것. 에이스와 스텀프타운은 언제나 긴밀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스텀프타운에서 구매한 커피는 호텔 로비 테이블에서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

 

포틀랜드 기반의 커피 브랜드 스텀프타운은 에이스 호텔과 포틀랜드에서의 인연을 시작으로 줄곧 붙어 다니곤 하지만, 모든 에이스에 스텀프 타운이 들어가 있는 건 아니다. 기존에는 미국 내 에이스 호텔 일부에만 입점되어 있었으나 이번 에이스 호텔 교토 오픈에 발맞추어 미국을 벗어나 해외 첫 매장을 오픈했다. 스텀프타운은 에이스 호텔 뉴욕에 위치한 매장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데, 많은 이들이 교토점 방문을 통해 뉴욕에서의 추억을 회상할뿐더러 교토에 녹아든 스텀프타운의 새로운 장면까지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ACE HOTEL ​

ACE HOTEL KYOTO

 

설계

  Kengo Kuma & Associates (Kengo Kuma) + NTT FACILI

설계담당

  Yuki Ikeguchi, Kenji Miyahara, Hiroaki Akiyama,

위치

  586-2 Banocho, Nakagyo-ku, Kyoto, Japan

용도

  hotel, commercial facilities

대지면적

   6,384.73㎡

건축면적

   6,384.73㎡

연면적

   25,610.97㎡

규모

  B2F ~ 7F

높이

  34.03m

외부마감

  waterproof asphalt, porcelain tile, charcoal mixed

내부마감

  charcoal mixed concrete, steel sash with fluorores

구조설계

  NTT FACILITIES, INC.

설계기간

  2015 – 2017

시공기간

  Aug. 2017 – Mar. 2020

건축주

  NTT Urban Development

수상

  Good Design Award 2021

하지영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에이스호텔 교토, KKCC, 코뮨 디자인

하지영
에디터가 정의한 아름다운 순간과 장면을 포착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세상에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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