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6

삶의 면면이 쌓여가는 테이블에서의 시간, ‘Live with a Table’

식문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boouk〉이 전하는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테이블 라이프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으면 그 사람의 테이블부터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그가 매일 쓸고 닦았을 테이블의 표면, 꽃 몇 송이 정성스레 꽂아 놓은 화병, 요즘 그가 자주 읽는 책 몇 권 그리고 테이블을 따스하게 비추는 펜던트 조명까지. 여기까지만 보아도 그의 일상을 모두 엿본 느낌이랄까. 하루도 빠짐없이 시간을 보내고 삶에 중요한 ‘식’이라는 의식을 행하는 부엌 속 테이블의 서사를 담은 ‘Live with a Table’. 내가 아닌 타인의 테이블을 들여다보며 각자 삶의 모양과 방향 그리고 품을 가늠해 본다. 〈boouk〉을 깁고 엮어 내는 신유미 편집장, 배단비 콘텐츠 디렉터 그리고 정기훈 디자이너의 시선을 통해 새삼스레 새로운 관점으로 우리의 테이블 라이프를 돌아보는 시간. 당신의 테이블 라이프는 어떤 모양인가요?
ⓒ로우프레스

우리의 삶과 아주 긴밀하게 연결된 공간 ‘부엌’을 통해 동시대 사람들의 먹고사는 일, 식과 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boouk〉*은 2016년 창간호 발행 이후 올해 아홉 번째 이슈를 발행했다. 그 주제는 바로 ‘테이블Table‘.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독자들과 마주 앉아 말을 걸어온다. 삶의 면면이 쌓이고 드러나는 테이블이라는 공간에서 각기 다른 모습과 풍경을 만들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어떤 모습과 모양으로 살아가는지 묻고 답하며, 그 과정 속 〈boouk〉이 포착한 다채로운 장면들을 담았다. 테이블을 일상의 구심점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테이블을 수집하는 컬렉터의 시선 그리고 동시대 가구 및 공간 디자이너가 만드는 테이블, 디자인 가구를 만나고 경험할 수 있는 숍까지 만날 수 있다.

*<부엌boouk> 매거진은 부엌을 통해 동시대 사람들의 먹고사는 일, 식食과 주住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인터뷰 중심의 격계간지로, 부엌에 대한 의미는 물론 사람들의 생활 패턴부터 취향과 감성까지, 그들만의 고유하고 가치 있는 식문화를 들여다본다.
5호 'Berlin', 6호 'Cinema Kitchen', 7호 'TEA', 8호'THE RECIPE OF HOME', 9호 'Live with a Tble' 커버 디자인 ⓒ로우프레스

〈boouk〉 9호 ‘Live with a Table’에서 특히나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기존 내지 및 커버 디자인에서 새로운 톤앤무드와 요소들을 가미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boouk〉은 언제나 자신들이 가진 디자인 틀을 절대 벗어나지 않는 경계선 내에서 매 호 주제에 맞춰 내지와 커버 디자인에 변화를 시도해 왔다. 그렇다면 이번 9호에서는 디자인을 통해 어떤 변화를 시도했을까? 제작자 3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자.

INTERVIEW with 로우프레스

신유미 편집장

배단비 콘텐츠 디렉터

정기훈 디자이너

ㅡ 오랜만의 신간이에요. 〈boouk〉 8호 발행 이후 9호로 돌아오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로우프레스는 어떤 시간을 보냈나요?

신유미 편집장 (이하 신) 8호 ‘THE RECIPE OF HOME’을 발행한 뒤 〈boouk〉은 잠시 휴식기를 가졌어요. 로우프레스의 새로운 콘텐츠 작업에 몰두해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희의 콘텐츠를 좋아하고, 관심을 표하던 브랜드와 협업해 저희만의 관점과 콘텐츠가 잘 녹아든 브랜디드 콘텐츠 작업이 큰 축을 차지했죠. 우리나라 뷰티를 조명하고 아카이빙 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북 〈유행화장〉과 블랭크 코퍼레이션과 함께 한 〈TOOLS〉 매거진 두 번째 이슈 ‘SPOON’ 편 발행이 있었어요. 디지털 콘텐츠로는 편집자의 시각으로 로컬 문화의 가치와 맥락을 재발견하고 공유하는 더현대와 함께 한 〈에디토리얼 디파트먼트〉웹진 릴리즈도 중요한 작업 중 하나였고요. 그렇게 새로운 콘텐츠에 몰두하는 동안 편집부 팀원들 모두가 하루빨리 〈boouk〉 9호 콘텐츠를 만들어 싶어 했던 것 같아요.

<boouk> 5호 베를린 내지 ⓒ로우프레스

ㅡ 그간 〈boouk〉은 베를린, 시네마, TEA, 집밥 등의 주제를 전개해왔어요. 그동안의 주제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궁금해요.

배단비 콘텐츠 디렉터 (이하 배) 〈boouk〉에는 부엌을 중심으로 매일 우리가 먹고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기죠. 그렇기에 〈boouk〉이 주목하는 주제는 우리의 ‘지금의 생활’과 긴밀히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간 1호 ‘제주’, 2호 ‘미니멀(미니멀리즘)’, 3호 ‘슬로우 브레드(빵)’, 4호 ‘오리지널(레트로)’, 5호 ‘베를린’, 6호 ‘시네마 키친(영화)’, 7호 ‘차’, 8호 ‘집밥’이 그래온 것처럼요. 주제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시의성을 지니고 트렌드성을 띠지만, 〈boouk〉이 막연히 트렌드를 좇는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저희는 제자리에서 뿌리를 키워 저마다의 성장과 역할을 해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주제를 눈여겨보고자 합니다. 더불어 연결선상에서 해당 주제의 콘텐츠는 인터뷰를 통해 깊이 있게 들어보고, 다채로운 카테고리로 넓게 살펴보고자 하지요.

9호 인터뷰 페이지 ⓒ로우프레스

ㅡ 그러한 맥락에서 이번 9호의 주제 ‘테이블’의 서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했나요?

 도시, 문화, 음식 등에 이어 사물이자 가구인 ‘테이블’을 주목한 이유 역시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의 생활에서 오랜 시간 긴밀하고 친숙한 사물이자 가구를 새로운 시선으로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테이블’을 대표하는 사전적 정의는 ‘음식과 식사에 필요한 도구를 차려 놓고 식사를 하는 식탁’이지만, 테이블의 사용과 역할이 다양해지면서 현재 ‘테이블’의 정의는 그 경계가 자유로워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주거나 사무 공간 속 테이블에서 우리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일하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혼자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누군가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테이블이 점차 우리의 일상에서 하나의 시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았죠. 이러한 테이블의 서사는 콘텐츠의 구성과 배열을 통해 독자의 시선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전개했습니다.

9호 MK2 이종명 대표 인터뷰 페이지 ⓒ로우프레스

ㅡ 말씀하신 것처럼, 식탁으로서의 용도뿐만 아니라 개인마다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쓰이는 테이블을 주제로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특별히 주목하고자 한 부분이 있을까요?

9호 ‘테이블’의 콘텐츠를 전반적으로 기획하며 중요하게 고려한 키워드는 세 가지였습니다. 바로 ‘친근함과 새로움’, ‘다양성’, ‘심미성(디자인)’. 이 세 가지의 키워드가 조화로운 볼륨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했어요. 예를 들어, ‘다양성’에 관해서라면, 〈boouk〉의 중심을 이끄는 INTERVIEW 꼭지에서 가구(家口)의 구성, 성별, 직업, 사회적으로 연결된 관계 등을 고려해 이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테이블과 그 모습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한 점입니다. 〈boouk〉의 콘텐츠 기획 구성은 인터뷰를 필두로 전반적인 골조가 갖춰져 있는 편이지만, 매 호 주제에 맞춰 기획과 구성에 변주를 주곤 해요. 이번 호의 주제가 ‘테이블’인 만큼, 삶의 면면이 쌓이고 드러나는 시공간으로써의 시선뿐만 아니라 테이블의 기본적인 면모인 가구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ㅡ 이번 9호를 읽다 보니 기존 〈boouk〉에서는 볼 수 없던 디자인과 아트에 조금 더 집중한 면면을 볼 수 있었어요. ‘DESIGN’과 ‘ARTIST’ 기사와 같이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주목하는 구간이 생겨 읽을거리가 한층 더 깊고 풍부해졌는데요. 테이블을 주제로 하는 9호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선정해 소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boouk> 9호 DESIGN 페이지 ⓒ로우프레스

 앞서 언급했던 가구로서 테이블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콘텐츠로 DESIGN과 ARTIST 꼭지가 바로 그 대목입니다. 사실, 저는 제가 그간 눈여겨보았거나 사심으로 좋아하는 인터뷰이나 브랜드 등의 취재원을 ‘이때다!’ 싶어 리스트업 하는데요. DESIGN 꼭지에 소개된 네 팀(플랏엠, 공간의 기호들, 길종상가, 원투차차차) 역시 제가 평소에 팔로우 업 하면서 눈여겨보던 팀이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자신만의 명료한 목소리로 고민하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고, 꾸준히 그리고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에요. 네 팀의 테이블을 선정해 구성할 때에는 비교적 ‘동시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근래의 작업이어야 했고, 테이블의 재료가 되는 소재가 다양해야 했고, 테이블을 즐기는 수용 인원이 1인부터 다인까지 그 규모가 다채로워야 했기에 팀마다 그 기준에 맞춰 테이블 작업을 소개했습니다.

<boouk> 9호 ARTIST 페이지 ⓒ로우프레스

ARTIST의 꼭지에서는 ‘테이블’이라는 가구의 면모를 제작 단계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꼭지로 기획해 두 팀의 아티스트를 소개했습니다. 위켄드 랩’은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모토로 쓰레기라 여겨지는 동식물성 폐기물을 새로운 소재로 개발해 다시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리빙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2인의 디자이너 스튜디오이고, ‘김하늘’은 폐마스크, 폐박스 등 버려진 것들을 소재로 업사이클링 작업을 하고 있는 가구 디자이너에요. 정해진 분량에서 많은 인물을 소개하기 어려운 꼭지이기에 진정성을 가지고 서로 다른 색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이들을 대표해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boouk> 7호와 9호의 인터뷰 도비라 페이지 ⓒ로우프레스
<boouk> 8호와 9호의 메인 챕터 도비라 페이지 ⓒ로우프레스

ㅡ 〈boouk〉이 가진 고유한 디자인 레이아웃 범주 안에서 전체적인 디자인 톤앤무드가 바뀌었음을 느껴요. 이번 9호 작업을 통해 어떤 변화를 주고자 했는지 궁금해요.

정기훈 디자이너 (이하 정) 〈boouk〉이 가지고 있는 섬세하고 여유로운 무드를 해치지 않으면서 테이블이라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제품의 카탈로그처럼 명확하고 정돈된 편집 디자인을 생각했습니다. 부엌이 항상 사용하던 본문 서체와 판형은 그대로 두되, 사방의 여백을 좁혀 시각적으로 더 확장된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했고 타이틀 서체 크기를 키움으로써 ‘명확’하면서 ‘여유로운’ 내지의 여백을 확보하며 디자인했어요. 이번에 내지 디자인 틀을 잡으면서 〈boouk〉 5호 ‘베를린’ 편 때부터 로우프레스와 종종 호흡을 맞춰온 이가원 디자이너님과 오랜만에 손발을 맞추었는데요. 특히 〈boouk〉콘텐츠의 중심이 되는 메인 인터뷰 꼭지의 경우 편집부와 디자인팀 내부에서 새로운 톤앤무드를 1차로 정리한 뒤, 이를 바탕으로 가원 디자이너님께서 〈boouk〉의 결을 살려 완성도 있게 작업해 주셨습니다.

3호 'Slow Bread' 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노출 제본 ⓒ로우프레스 ​

ㅡ 이번 표지 컬러와 디자인의 작업 과정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기존의 내지 디자인을 새롭게 정리하면서 보다 모던한 요소를 가미한 것이 없지 않아 있기 때문에, 디자인 무드가 다소 딱딱해질 것을 상쇄시켜 줄 디자인적 장치가 필요했어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밝고 경쾌한 메인 컬러가 필요했고, 밝은 컬러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솔리드 하면서도 위트 있는 타이틀 서체를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테이블이라는 사물이 주는 따뜻함과 활력을 보여주기 위해 옐로 컬러를 메인 컬러로 잡았고, 타이틀 서체는 크고 리듬감 있게 배치했습니다. 더불어 컬러 배경 위 이미지와 텍스트가 분리될 수 있도록 형압과 에폭시 후가공을 넣어 단차를 주었고요. 비하인드 스토리를 하나 풀자면, 처음에는 색지를 사용해 커버를 디자인하려 했으나 옐로 컬러의 채도가 과하게 높아지면 너무 팝 해지고, 명도가 진해지면 경쾌함이 사라지는 소재의 한계에 부딪혀 색지 사용은 하지 않게 되었어요.

ㅡ 〈boouk〉은 우리 삶에 가장 가깝고도 중요한 식문화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사진이나 글 배치를 통해 시각적으로도 전달하는 바가 있을 텐데요. 식문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이라는 특성에 맞게 고려하는 디자인적인 요소가 있다면요?

〈boouk〉은 독자들에게 친숙하고 편안한 이미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그래픽 요소를 덜어내 시각적인 피로를 줄이고, 여백을 많이 활용해 이미지와 텍스트에 몰입할 수 있게끔 하려 해요. 화려하지 않고 담백한 디자인을 우선으로 두고 있죠. 다만 그런 와중에도, 매거진의 긴 호흡이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사이사이 변주를 주어야 하는데 그러한 요소는 그리드 안에서 텍스트와 이미지의 위치에 변주를 주면서 변칙적으로 레이아웃을 잡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로우프레스
신유미 편집장의 꿈의 테이블 ⓒ로우프레스

ㅡ 마지막으로, 각자에게 테이블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boouk〉이 담고자 하는 방향성을 대변해 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한 개인의 삶의 방향과 서사가 담겨 있으니까요. 9호 ‘편집장에 글’에도 담았지만 〈boouk〉의 첫 시작도 친구와 부엌 테이블에 마주 앉아 나눴던 이야기가 그 시작이었어요. 그 뒤로 지금까지 각자의 삶이 담긴 테이블 앞에서 인터뷰이와 마주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오고 있고요. 언제부터인가 많은 사람의 부엌에서 테이블을 마주하다 보니 저에게도 꿈의 테이블이 생기더라고요. 바로 알바 알토Alva Alto 테이블인데 최근 사무실을 성수동으로 옮기면서 지인에게 빈티지 테이블을 구매했어요. 6인용 사이즈로 팀원들과 회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에 놓았었는데 성인 6명이 긴 시간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기에는 다소 비좁아서 현재는 제 자리로 가져와 업무용 테이블로 사용 중이에요.(웃음)

 테이블만큼 내밀하고 공개적인 사물이 또 있을까요? 개인의 사적인 생활은 물론 사회적 관계가 저마다의 모양으로 펼쳐지고 드러나는 사물이자 가구인 테이블. 미시적으로는 한 사람의 하루의 궤적이 그려지고, 거시적으로는 누군가의 일생이 축적되는 테이블에서 저 역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때론 나를 알 수 있고, 나를 비춰 볼 수 있는 가장 친한 친구와도 같은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영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로우프레스

하지영
에디터가 정의한 아름다운 순간과 장면을 포착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세상에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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